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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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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호 사회변혁노동자당 2017.06.01 21:37

이 싸움을 끝낼 수 없는 이유,

삼성은 반성의 기미조차 없다

 

임용현기관지위원장

 

문재인정부는 대통령 후보 시절인 지난 57, 반올림과 삼성직업병 문제해결과 노동안전 정책협약을 맺은 바 있다. 정책협약에는 삼성의 자체 개별 보상에 대한 반올림의 문제의식에 공감하며, 삼성직업병 문제의 올바른 해결을 위해 삼성과 반올림 간 대화가 재개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그러나, 삼성은 반올림 농성이 600일을 경과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까지도 직업병 문제해결을 위한 반올림과의 대화를 한사코 거부하고 있다. 삼성 측의 주장에 따르면 조정위원회의 권고안을 대폭 수용하여 자체적인 보상 기준을 만들고, 그에 따라 보상 절차를 진행했으므로 반올림과 대화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삼성은 이같은 입장을 조정위원회의 조정 절차가 진행 중이던 지난 2015년 조정위 논의를 일방적으로 중단하고 자체 보상위원회를 발족한 20159월 이래 한결 같이 고수해왔다. 사과와 보상, 재발방지대책으로 요약되는 삼성직업병 문제해결을 위한 3대 의제에 대해서도 필요한 조치를 이미이행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과연 삼성은 지난 600일 동안 문제해결을 위해 자기 책임과 본분을 다 한 것일까?

 

여전히 뻔뻔한 거짓말

3대 의제 가운데 작년 112일에 우선 합의했던 재발방지대책부터 살펴보자. 삼성과 반올림이 합의한 재발방지대책의 핵심은,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옴부즈만위원회를 통해 삼성반도체 공장의 안전보건 실태를 점검하고 개선방안을 제시한다는 것이었다. 지난 526, 삼성반도체 옴부즈만위원회가 설립된 지 1년 만에 그간의 진단활동을 설명하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자리를 가졌다. 하지만, 옴부즈만위원회는 이번 포럼에서 재발방지대책 합의 당시에 약속했던 연례보고서를 공개하지 않았다.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옴부즈만위원회는 2개의 분과를 두고 있는데, 1분과는 종합진단을 실시하고 2분과는 화학물질 학술정책을 조사하고 필요사항에 대한 제도개선을 검토해야 한다. 옴부즈만위원회 이철수위원장은 “25차례에 걸쳐 수십 명의 전문 연구원들이 체계적이고 세세하게 현장조사를 했다.”고 밝혔지만, 정작 지금까지 이행된 종합진단결과는 아예 제출하지도 않은 것이다.

두 번째로, 사과 의제 역시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 반올림은 직업병 문제해결을 위해 삼성의 제대로 된 사과가 있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 내용은 안전관리 책임을 다하지 않은 점, 산재신청과 승인을 적극적으로 방해한 점, 문제해결을 요구해 온 피해가족들과 활동가들에게 고소고발로 대응한 점등이다. 20157월에 발표된 조정위원회 권고안에서도 피해당사자에 대한 진정성 있고 구체적인 사과와 함께, 노동건강인권선언 발표를 권고하고 있지만, 그에 걸맞는 사과는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삼성은 지난 20145월 권오현 대표이사의 공식사과 기자회견 등을 통해 이미 여러 차례 충분히사과했다는 입장이다.

마지막으로 보상 의제는 또 어떠한가. 20145, 권오현 대표이사는 피해노동자들에 대해 합당한 보상을 하겠다고 약속했고 중재기구에서 보상기준과 대상 등 필요한 내용을 정하면 따르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조정위원회가 권고안을 내놓자 삼성은 그 권고안을 배제하고 임의로 기준을 정해서 보상절차를 강행했다. 그간 삼성은 자신들이 임의로 정한 보상기준에 따라 생계가 곤란한 피해노동자들의 처지를 악용해 합의를 다그쳐왔다. 최근 법원으로부터 잇따라 산재인정 판결을 받은 다발성경화증피해자 김미선씨와 이소정씨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삼성이 강행한 보상기준에 따르면, 이들 피해노동자의 다발성경화증3군 질환에 불과하고 가장 낮은 수준의 보상(치료비 정도)를 받을 수 있을 뿐이었다. 이같은 삼성의 독단 속에 피해노동자들에 대한 배제 없고 투명한 보상이라는 반올림의 요구는 철저히 외면당해야 했다.

 

삼성이 무릎꿇고 사죄하는 날까지

한편, 반도체LCD 등 전자산업의 유해한 작업환경으로 야기된 직업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움직임들도 최근 서서히 일어나고 있다. 201511, SK하이닉스가 회사로부터 독립적인 조사기구(SK하이닉스 검증위원회)를 꾸려 재발방지대책과 포괄적 보상안을 마련한 데 이어, 지난 528일에는 LG디스플레이에서도 외부기관을 통해 작업장 유해요인 진단을 실시하고 피해노동자에 대한 포괄적 지원보상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이렇듯 더디지만 조금씩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는 와중에, 유독 삼성만 요지부동이다. 그룹 총수가 법정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가 터져도, 삼성은 정말 끈질기도록 유해화학물질 정보를 감추고 직업병피해 사실을 숨기려고 혈안이다. 어느덧 농성 600일을 넘어섰지만, 지난 10년 동안 삼성직업병 문제해결을 위해 싸워왔던 이들이 이 투쟁을 멈출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골리앗 삼성에 맞선 반올림의 싸움이 통쾌한 승리로 귀결될 수 있도록, 우리의 연대를 멈추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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