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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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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임금·장시간·불안정·불건강

노동체제를 청산하자

 

강동진사회운동위원장

 


일자리 대통령을 표방한 문재인정부의 청와대는 대통령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을 설치했다. 청와대는 일자리 상황판은 일자리의 양과 질을 대표하는 일자리지표 14, 노동시장과 밀접한 경제지표 4개 등 총 18개 지표로 구성되어 있다고 밝혔다. 구성항목은 일자리 상황을 보여주는 고용률·취업자수·실업률·청년실업, 일자리 창출을 나타내는 취업유발계수·취업자 증감·창업(신설법인수고용보험 신규취득, 일자리 질과 관련된 임금격차·임금상승률·저임금노동자·비정규직·사회보험 가입률·노동시간, 경제지표인 경제성장률·소비자물가·설비투자 증가율·소매판매 증가율 등이다.

일자리 상황판이 보여주는 것처럼 일자리문제는 그 양과 질 뿐만 아니라 임금노동시간 문제이기도 하고, 노동강도사회보험 등 노동조건의 문제이기도 하다. 한국 사회 일자리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일상적인 정리해고와 노동인구의 절반을 초과하는 비정규직이 대표하는 고용불안정, 2016년 기준 최저임금 110% 미만의 노동자가 350만 명에 달하고, 중위임금의 2/3미만을 받는 저임금노동자가 임금노동자의 25%가 넘는 저임금과 임금불평등, 세계 최장의 노동시간과 최고의 산업재해율. 그야말로 저임금·장시간·불안정·불건강 노동체제다. 이러한 노동체제의 이면에는 사내유보금이 800조에 달할 정도의 재벌중심 경제체제가 자리잡고 있다.

따라서 일자리문제를 일자리의 수를 늘리는 문제로만 접근하는 것은 매우 단편적인 시각이다. 문재인정부도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 민간부문 일자리 50만개 창출 등을 공약하면서 일자리의 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헬조선의 뿌리, 노동유연화부터 폐기해야 한다

저임금·장시간·불안정·불건강 노동체제를 청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노동유연화라는 이름으로 양산된 비정규직을 철폐해야 한다. 비정규직은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건의 김군과 조선소 하청노동자처럼 최소한의 생존도 보장받지 못한다. 문재인정부는 비정규직 감축 및 차별해소를 제시했다. 그러나 비정규직 자체가 노동조건의 차별을 의미하기 때문에 차별해소가 이루어질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비정규직을 감축하겠다면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정규직이 아니라 무기계약직이란 이름으로 다른 형태의 비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에 그치고 있다. 상시지속업무와 안전업무 등은 직접고용으로 전환하고 완전 정규직으로 바꿔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정책전환이 구조적·제도적으로 보장되기 위해서는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법적·제도적 근거인 파견제법과 기간제법 등을 폐지해야 한다.

고용의 불안정성은 근본적으로 자본의 필요에 따라 노동력을 쉽게 쓰고 버릴 수 있게 하는 데에 기인한다. ‘긴박한 경영상의 위기를 들어 자행되는 정리해고는 자본 스스로 낳은 위기를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조치이며 그 자체로 노동자의 생존을 위협한다. 저임금의 고착화, 장시간노동, 노동강도 강화도 자본의 이윤추구를 위한 노동유연화의 다양한 모습들이다. 이러한 노동유연화로 인해 일을 해도 가난한 노동빈곤이 실업과 함께 노동자에게 위험으로 자리잡고 있다. 한편으로는 고용되기 위해 발버둥치는 청년들의 모습과 더불어 초과노동과 노동강도 강화로 산업재해에 시달리고 골병드는 고용된 노동자들이 헬조선의 일상적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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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민주노총]


자본의 탐욕 말고, 인간다운 삶을 위해

낮은 기본급에 근거해 성과중심으로 짜인 임금체계는 현재의 노동체제를 만들어내고, 그 일부분을 구성하는 또 다른 시스템이다. 문재인 정부가 성과연봉제대신 도입하려고 하는 직무급은 성과급의 다른 이름이며,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거부하고, ‘차별을 합리화하는 시도에 다름 아니다. 임금체계를 기본급 중심으로 재편하여 법정노동시간만으로 생활 영위가 가능할 수 있도록 생활임금이 보장되어야 하고 최저임금을 생활임금수준으로 대폭 인상해야 한다. 이와 연동하여 노동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여 하루 6시간, 30시간 노동이 실시되어야 한다. 이러할 때만이 초과노동야간노동에 의해 건강을 훼손당하고, 세계 최고의 산업재해율을 기록하고 있는 불건강노동체제가 노동자의 건강을 보장하는 체제로 바뀔 것이며, 그러할 때만이 늘어나는 일자리도 노동자의 삶을 바꾸는실질적인 효과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위와 같은 조치는 경총 부회장이 문재인정부의 일자리창출대책에 대해 사회 각계의 정규직 전환 요구로 기업들이 매우 힘든 지경이라며 불만을 토로한 것처럼 자본의 저항을 필연적으로 불러일으킬 것이다. 그러나 자본은 한국사회 노동자의 삶을 지옥으로 만들어 온 주범이다. 일자리를 만들고 일자리의 질을 높여서 노동자의 삶을 바꾸는 나라다운 나라를 만드는 일은 자본의 저항과 불만에 굴복해서는 이룰 수 없다. 스스로 나서지 않으면 그 누구도 우리의 문제를 대신 해결해주지 않는다. 신정부의 출범 앞에 우리가 다시 싸움을 준비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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