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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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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지위원회


 

201211월부터 미국 전역에서 전개된 패스트푸드 노동자들의 파업투쟁은 한국 노동자운동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최저임금 1만원 쟁취를 통해 저임금 구조를 타파하겠다는 민주노총 사회적 총파업의 상을 감안하면, 미국에서 벌어졌던 투쟁의 경험은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다. 전통적인 조직 노동자운동에서 소외되어 있던 미국의 저임금불안정 노동자들은 최저임금 15달러 쟁취운동(fight for $15)을 통해 마침내 스스로의 힘으로 임금인상을 쟁취해냈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노동조합 조직률이 취약한 한국 역시 저임금불안정 노동자 조직화에 좀 더 천착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위계화와 분할을 통한 자본의 현장통제에 맞서 노동자들이 단결해서 싸울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임금불안정 노동자들이 주체로 나선 15달러 쟁취운동

한국에서 대다수의 저임금불안정 노동자들은 노동3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저임금불안정 노동자들의 항구적인 무권리 상태는 바다 건너 미국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2008년 경제위기 이후 미국에서는 시급 15달러 미만의 저임금 일자리가 230만 개나 늘었는데, 15달러 미만을 받는 노동자들은 최소 5천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미국 연방정부가 정하는 최저임금은 2009년 이래 시간 당 7.25달러에 머물러 있고, 그 중 맥도날드, 웬디스, 버거킹 등에서 일하는 패스트푸드 노동자들이 가장 낮은 임금을 받는 것으로 전미서비스노조(SEIU)의 실태조사 결과 드러났다. 게다가 이들 대부분이 40대 이상의 노동자였으며, 조사대상의 30% 이상은 자녀를 부양해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었다. 이제 햄버거를 뒤집는 아르바이트는 10대들의 용돈벌이라는 얘기도 옛말이 되어버린 것이다.

기본적인 생계유지조차 곤란할 만큼 형편없이 낮은 임금은 패스트푸드 노동자들을 위시한 저임금불안정 노동자들의 불만을 나날이 키웠다. 2012년 뉴욕에서 패스트푸드 노동자들의 공동파업이 최초로 벌어진 이후, 이듬해인 2013년 봄에는 시카고, 디트로이트, 세인트루이스, 밀워키 등으로 확산됐다. 급기야 20138월에는 전국 100여개 도시로, 201412월에는 190개 도시로 파업이 확산됐다.

이 파업투쟁 과정에서 최저임금 당사자들은 소셜 미디어나 언론을 통해 자신이 몸소 겪었던 열악한 노동실태를 생생하게 증언했고 15달러 쟁취를 향한 열망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우리는 7.25달러로는 살 수 없다는 당사자들의 외침이 미국 곳곳으로 울려 퍼졌다.

노조가 없는 저임금불안정 노동자들이 투쟁의 주체가 되어 벌여낸 미국의 최저임금 15달러 쟁취운동은 지역과 업종을 넘어 빠르게 전파되었고, 생활임금과 노조 할 권리 등을 내건 국제적인 연대행동으로 뻗어나갔다. 이 운동이 미 전역을 휩쓸면서 패스트푸드 노동자뿐만 아니라 간병인, 보육교사, 공항노동자, 건물경비원 등에 이르기까지 비슷한 처지의 저임금불안정 노동자들도 투쟁의 대열에 합류하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지식인이나 정치인은 물론 지역사회의 광범위한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그 결과, 뉴욕에서 전개된 1차 파업 이후 불과 3, 4년 만에 15달러 쟁취운동의 가시적인 성과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천만 명에 육박하는 미국 노동자들의 임금이 3~7달러 상승했고, 최근에는 미국에서 가장 인구가 많고 영향력이 큰 뉴욕주와 캘리포니아주에서 시급15달러로 최저임금을 올리는 법안이 통과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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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 노동자운동이 전망을 제시할 수 있어야

최저임금 15달러 쟁취운동의 성공 배경에는 미국 사회의 심화하는 양극화 현상에 대한 대중적 위기감과 불만의 고조가 있었다. 그리고 이같은 비참한 현실을 바꾸기 위해 직접 행동에 나선 저임금불안정 노동자들의 용기 있는 선택도 한몫했다. 특히 미국의 경우 노동조합을 만드는 행정절차가 매우 까다로운 제도적 약점이 있었음에도, 패스트푸드 노동자들의 자발성과 공세적인 투쟁요구가 결합돼 강력한 파업투쟁을 건설해냈다.

이처럼 역동적인 투쟁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민주노총의 사회적 총파업 투쟁이 비정규직 철폐최저임금 1만원 쟁취저임금 타파를 비롯한 5대 요구를 관철하기란 대단히 어려울지 모른다. 그렇기에 저임금 장시간노동과 불안정한 일자리에 짓눌려있던 미조직 노동자들이 더 나은 삶을 향해 전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하는 것이 지금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 가능성은 조직 노동자들의 승리의 경험이 될 수도 있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들 단결의 회복이 될 수도 있다.

이 가능성의 문은 조직노동자운동 스스로 열어젖힐 수 있다. 노동조합은 엄두도 못 내는 저임금불안정 노동자들은 자신의 지위나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데 새 정부가 앞장서리라는 기대감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잠자코 기다려서는 변화의 물결이 절로 일렁이는 법은 없다. 15달러 쟁취운동은 바로 그 점을 똑똑히 보여주었다. 사회적 총파업을 위력적으로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미동도 없는 현실에 작은 파장이라도 일으키기 위한 미조직 노동자들의 몸부림을 조직노동자운동의 고민과 실천으로 촉진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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