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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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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적총장이 뽑히면 끝?

진정한 변화 만드는 것이 우리의 역할

 

김지윤서울

 

2016년 여름, 역사에 남을 이화여대 본관농성을 시작으로 박근혜의 적폐인 이화여대 최경희 총장이 직위해제되었다. 총장을 직접 끌어낸 학생들은 이전과 같은 총장은 용납할 수 없다며 총장 직선제를 요구했고 교수, 직원, 학생의 투표 반영 비율을 동등하게 1:1:1로 할 것을 주장했다. 그러나 교수, 직원, 학생, 동문 4자 협의회는 논의 끝에 학생 투표 반영 비율을 8.5%로 확정했다. 이는 전체 총장을 뽑을 수 있는 표가 1,000표라고 가정하였을 때, 학생 1인이 0.00425표를 행사하는 정도의 비율이며, 교수와 직원 등 다른 학내 구성원에 비해 현저히 낮은 투표 반영 비율이다. 더 나아가 학생이 투표한 퍼센트만큼 반영률이 달라지기 때문에, 휴학생을 제외한 모든 학생이 투표에 참여해야만 8.5%의 학생 투표 반영 비율이 적용되는 구조다. 민주적인 이화를 염원하며 80일 넘게 본관을 지키고, 총장 직선제를 요구하며 두 번의 총회를 성사시킨 학생들에게 가혹한 처사임은 분명하다.

 

반쪽짜리 선거지만 학생의 주체적 참여를 통해 느낀 설렘

이번 총장 직선제 선거는 학생의 요구안이 완전하게 실현되지 않은 반쪽짜리 선거였다. 그러나 총장 직선제를 실현했다는 점에서 학생들의 투쟁으로 만들어 낸 성과이기도 하다. 학생회 활동으로 민주적인 총장 선출을 위해 꾸준히 실천해 온 한 사람으로서, 총장 선출에 직접 참여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설레었다. 또한 선거가 진행되는 중에는 많은 학생의 염원도 확인할 수 있었다. “더 나은 이화를 위하여 투표에 참여한다는 주변 학생들의 말과 꼭 투표에 참여할 것이라는 sns상의 수많은 글을 보며 학생 스스로가 주권자임을 알고 행동하는 것이야말로 이번 투쟁의 가장 큰 성과이고, 기분 좋은 변화라는 지점을 다시 한 번 새겼다. 선거 기간, ‘민주적인 총장 선출을 위한 이화 네트워크에서 후보자 정책을 분석하는 토론회를 개최하였고, 많은 학생들의 지지를 받았다. 이렇듯 투표에 참여한 학생들은 어떤 총장을 뽑았는가에만 주목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투쟁으로 만들어 낸 총장 직선제의 의미와 앞으로의 과제까지도 염두에 두고 있다.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지만, 적어도 학생 사회 안에서는 주체성의 확립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김혜숙 후보의 당선, 끝이 아닌 시작

많은 사람이 예측했듯이, 95%라는 압도적인 학생 지지율로 김혜숙 후보가 당선되었다. 김혜숙 후보는 본관농성부터 학생들과 함께 투쟁했던 교수로, 이화여대의 신뢰 회복과 대학 내 민주주의 복원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다. 김혜숙 당선자는 총장 취임 후 가장 먼저 정유라 부정 입학에 대해 사과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세간의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다. 그러나 김혜숙 당선자가 총장에 뽑혔다는 이유만으로 이화여대 내 완전한 민주주의가 도래하는 것은 아니다. 김혜숙 당선자는 당선 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신뢰 회복을 위한 의사소통의 활성화를 강조하면서도 이화여대의 적립금은 목적성 기금이기 때문에 특정 목적 이외의 목적에 쓸 수 없, “이화여대는 7년 동안 등록금을 올리지 않아서 재정적 제한이 많아, 정부 지원을 받는 방식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대학이 돈벌이 수단이 아님을 강조하며 정부재정지원 사업 폐기를 외쳤던 학생들의 요구와 대립하는 주장이다. 김혜숙 당선자는 학생과의 소통과 민주주의 회복을 중요시 여기면서도 등록금심의위원회에 학생 참여를 늘릴 수 없다는 입장을 내는 등 등록금, 적립금과 같은 재정 문제에서는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대학 적립금 축적과 정부 재정지원 사업을 인정한 채로, 총장과 학생 간 대화 테이블을 민주적으로 꾸린다고 한들 학생을 위한 대학 운영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

대학의 사유화와 대학 재정의 독점적 운영은 학내 구성원과의 마찰을 야기한다. 이대 본관농성의 시발점은 최경희 총장의 대학기업화 정책인 미래라이프대학 추진이었다. 또한 서울대가 법인화 이후 재정확보라는 명목으로 시흥캠퍼스를 강행하고, 비학생조교를 부당해고하자 학내 갈등이 증폭되었다. 이처럼 이화여대 내 민주주의 실현과 구성원 간 신뢰 회복을 위해서 가장 먼저 실현되어야 할 것은 이화여대에 만연한 대학기업화 흐름에 제동을 거는 것이다. 적립금을 환수하여 등록금을 인하하고, 교육부의 재정지원사업에 반대하며 정부가 고등교육을 적극적으로 책임지라고 요구해야 한다. 대학 내 모든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화 해야 한다. 그렇기에 대학기업화를 인정하는 총장의 대화’, ‘소통정책 보다, 대학기업화의 피해 당사자인 학내 구성원들의 요구와 투쟁이 이화여대의 직접적인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

나와 주변 학생들이 느꼈던 변화의 설렘을 이어가기 위해서, 또한 학내 문제가 진정으로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느꼈던 공허함과 분노를 통해, 학내 구성원을 위한 민주적인 대학을 만들 수 있도록 우리의 움직임을 이어나가리라 다시 한 번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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