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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케어의 화려한 등장과

속 빈 강정

  안종호(내과의)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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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9일 문재인 대통령은 새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이하 문재인케어’)을 발표했다. 전격적으로 방문한 서울 성모병원에서 대통령이 직접 발표한 이 대책은 이미 지난 719일 발표한 새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의 내용과 동일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언론들은 문재인케어라는 말을 붙여 대서특필하였고 많은 단체들이 호응과 지지를 표명하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발표한 새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은 2022년까지 6년간 총 306천억 원을 투입하여 1) MRI, 초음파 등 건강보험 적용에서 제외되어 의료비 부담이 높았던 비급여를 미용, 성형 등을 제외하고 모두 단계적으로 건강보험 적용하며, 2) 저소득층의 본인부담상한액을 인하하고, 3) 재난적 의료비 지원제도를 확대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정부는 이 대책으로 현재 63.4%였던 건강보험 보장률이 2022년까지 70%로 오르며, 국민 부담 의료비는 18% 감소하고 비급여 의료비 부담은 64% 감소한다며 획기적인 보장성 강화 방안인양 발표했다. 그러나 이는 아픈데도 돈이 없어 치료를 제대로 못 받는 일이 없도록하고 건강보험 하나로 큰 걱정 없이 치료받고, 건강을 되찾을 수 있도록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화려한 약속에는 턱없이 부족한 속 빈 강정에 불과하다.

 

생색만 낸 보장성 강화

정부가 발표한 건강보험 보장률 70% 목표치는 63.4%라는 현재의 보장률을 약간 개선시키는 것이기는 하나 본인부담률 36%에서 30%6년 동안 고작 6%, 1% 밖에 경감시키지 못한다. “건강보험 하나로 큰 걱정 없이 치료받고, 건강을 되찾을 수 있기에는 부족할 뿐만 아니라, OECD 국가 평균 보장률인 80%에도 훨씬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투입되는 306천억이라는 재정 역시 6년간의 누적으로 부풀려진 액수이며 실제로 정부가 투입하는 재정은 6년간 약 65천억 원(정부의 계산은 81천억), 연평균 약 1조 원 정도이다. 이는 연간 건강보험 재정의 5%에도 미치지 못하며, 임금인상과 보험료 사각지대 해소를 통한 건강보험재정 자연증가분인 3~4조 원에도 훨씬 미치지 못한다. 사실 보장성 강화를 위해 투입하는 국가재정으로 보기엔 매우 미약하여 보장성 강화 정책의 실효성을 의심스럽게 한다. 문재인정부가 진정으로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여 국민의 과도한 의료비 부담을 줄여줄 생각이라면 매년 수 조원씩의 건강보험재정 자연증가분, 건강보험료 인상을 통한 증가분, 국고지원 축소로 미지급된 15조 원의 법정국고지원금 그리고 건강보험재정 누적 흑자액 21조 원 등 활용 가능한 가용재원만 동원해도 현재의 재정투입보다 몇 배의 재정을 투여할 수 있을 것이며, 보다 진전된 보장성 강화 대책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문재인정부는 그럴 의지가 없는 듯 하다. 결국 적절한 재정 투입 없는 보장성 강화 대책은 실효성이 없는 것이거나 아니면 보장성을 부분적으로 개선하여 생색만 내는 정도에 그칠 것이다.

 

문제점이 농후한 예비급여

정부는 예비급여제도 신설을 통해 약 3,800여개의 비급여를 단계적으로 급여화해 나가겠다고 한다. 비급여의 비용 효과성에 따라 본인부담을 50%, 70%, 90% 등으로 차등 적용하여 예비급여화하고, 3~5년 후 평가를 통해 지속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예비급여의 높은 본인부담률과 본인부담상한제 적용제외로 실질적인 의료비 경감은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실손보험의 단기적인 이익을 증대시키고 민간의료보험 시장을 고착화시키며, 예비급여에 포함된 검사, 약제, 치료재료의 시장을 확장시켜 의료산업화를 촉진시키는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예비급여제도가 비급여 부담에 대한 장벽을 완화시켜 종합병원 이상의 환자쏠림을 더 조장하고 의료기관의 양극화를 촉진시켜 의료전달체계를 더욱 왜곡시킬 가능성도 높다. 그리고 예비급여 제도로 확대된 보장성은 의료서비스 이용을 상당히 증가(풍선효과)시킬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OECD국가 중 가장 빠르게 진행되는 노령화로 인한 의료비 증가가 더해지면 보다 많은 재정소모가 예상된다. 이에 대해 정부가 과소추계하고 안이하게 대응하고 있는 바, 비급여의 급여화 대책이 제 효과를 발휘할지 의문스럽기까지 하다.

 

미흡한 저소득층 의료비 경감 대책과 재난적 의료비 확대 정책

정부는 본인부담금 상한액을 1분위 80만 원, 2~3분위 100만 원, 4~5분위 150만 원으로 소득의 10% 수준으로 인하하여 고액의료비 때문에 가계가 파탄 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본인부담 상한액의 기준을 소득의 10%로 하는 것은 취약계층의 의료비 경감 대책으로는 매우 미흡하다. 독일은 연소득 2% 이상의 모든 의료비용에 대한 상한제를 실시하고 있고 일본도 2~5% 수준으로 기간에 따라 차등하여 적용하고 있다. 사회보험을 운용하는 대다수 OECD 국가들에서 보장하는 상한제의 연소득 구간이 5% 수준을 넘지 않는 것과 비교하면 문재인정부의 이 대책은 한참 모자라는 것이다. 더욱이 비급여를 단계적으로 보험적용하기 위해 신설한 예비급여는 적용에서 제외하기로 하여 실질적인 의료비 경감 대책으로는 더욱 미흡한 것이다. 한편, 질병이나 부상은 의료비 부담과 더불어 노동능력을 상실시켜 가계소득에 심각한 타격을 입힌다. 따라서 상실되는 소득을 현금수당으로 보전하는 상병 수당은 의료비 경감뿐만 아니라 가계 파산을 막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정부의 대책에는 상병 수당에 대한 어떤 언급도 없다. 건강보험이 단지 진료비 할인제도로서만이 아니라, 삶과 생활을 보장하는 사회복지제도의 하나로 기능하려면 상병 수당의 도입이 필수적이다. 결국 정부의 저소득층 의료비 경감 대책과 재난적 의료비 확대 정책 역시 그 의미를 달성하기는 너무 미흡하고 불완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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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민영화의 추진과 공공의료 대안 부재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문재인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에는 취약한 우리나라 공공의료에 대한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건강보험의 보장성은 의료공급체계의 공공성을 담보하지 않고서는 실현하기 힘들다. 민간 중심 의료공급체계의 이윤추구적 의료서비스와 과도한 경쟁은 고가 의료장비의 경쟁적 도입, 불필요한 중복진료 및 과잉진료를 유발하여 의료비용을 증대시킬 뿐만 아니라 의료행위 및 의료전달체계를 왜곡시킨다. 그리고 이는 우리나라 건강보험의 낮은 보장률과 보험급여의 협소한 기준, 의료행위의 적정성이 아닌 비용절감을 위한 보험급여 심사 그리고 저수가 정책과 결합되면서 의료공급자의 보상심리를 자극하여 더욱 악화하고 있다. 바로 이것이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의 핵심적 문제점인 공적인 건강보험 및 의료재정체계와 민간중심의 사적 의료공급체계의 모순과 충돌이 빚어낸 결과인 것이다. 따라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의료공급체계와 보건의료체계의 공공성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문재인정부의 이번 대책에는 이에 대한 어떠한 언급도 없다. 오히려 정부는 의료민영화법으로 지적되어 온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규제프리존특별법을 진행시키겠다고 하며 의료공공성 강화에 역행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 발표된 문재인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에 대한 실효성과 저의가 의심 받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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