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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 구조조정 대응, 어떻게 할 것인가

 

기관지위원회


 

한국지엠 자본의 인소싱 확대 방침에 따라 창원공장과 부평공장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대량해고가 예고되고 있다. 201415년 사이 군산공장에서만 비정규직 1천여 명이 해고됐고, 2008년 이래 5차례에 걸쳐 진행된 희망퇴직으로 사무직 노동자들도 1천여 명이 쫓겨났다. 글로벌GM의 공격적인 사업재편 전략 속에 한국지엠의 앞날은 그야말로 풍전등화의 위기에 놓인 상황이다. 어느 때보다 한국지엠 정규직/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위기감이 팽배한 가운데, 지난 1123일 민주노총 인천지역본부에서 <GM의 전략과 노동자계급의 대응 방향>을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한국지엠 부평공장에서 뿐만 아니라 군산공장, 창원공장에서도 정규직,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대거 참석해 현 구조조정 국면에 대한 현장활동가들의 높은 관심을 실감케 했다.

 

글로벌GM이 실제로 노리는 것

먼저 주 발제에 나선 노동자운동연구공동체 뿌리의 오민규 동지는 글로벌GM핵심 시장에 주력한다는 경영전략 하에, 수익성 제고를 위해 투자 가치가 낮은 사업 부문을 축소, 매각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고 제기했다. 2015년 이후 쉐보레 브랜드를 러시아와 유럽에서 잇달아 철수하더니, 올해 들어서는 인도와 남아공 사업마저 철수한 것이 글로벌GM의 이같은 변화를 뒷받침한다. 특히 근자에는 유럽 자회사인 오펠, 복스홀마저 PSA그룹에 매각하는 등 유럽시장에서 완전히 손을 떼려는 양상이다. 메리 바라 글로벌GM 회장의 취임 이후 불과 4년 만에 벌어지고 있는 공격적인 사업재편(구조조정) 전략이다. 한마디로 돈 안 되는 시장은 과감히 정리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지엠의 미래 전망에서도 암운이 드리우고 있다. 지엠이 철수할 것이냐, 안 할 것이냐를 두고 각종 이 난무하는 가운데, 지난 8월 한국지엠 신임사장으로 부임한 카허 카젬의 이력이 한 때 화제가 되기도 했다. 카허 카젬은 2015GM 인도 법인의 사장으로 재직 당시 인도 시장의 판매조직 철수와 공장 한 곳의 매각을 진두지휘한 장본인이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산업은행의 거부권Veto 소멸로 한국지엠의 존폐 여부를 글로벌GM이 오롯이 쥐게 되면서 (철수설의 진실 여부와 무관하게) 향후 혹독한 구조조정이 임박했음을 가늠해볼 수 있다. 이에 대해 오민규 동지는 사업 철수, 신차 배정, 구조조정 문제를 협박하며 각국 정부로부터 수많은 특혜와 지원을 받아온 글로벌GM의 정치를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GM의 대대적인 사업재편 과정에서 한국지엠의 회생을 빌미로 CO2 관련 규제 완화, 관세 인하 등 한국정부의 양보를 이끌어낼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처럼 한국지엠의 생산공장 가동률이 반등할 전망이 밝지 않음에도, 글로벌GM 입장에서 한국지엠은 여전히 매력적인 사업 잠재력을 갖춘 거점 가운데 하나라는 게 오민규 동지의 설명이다. 특히 배터리 전기차 개발에 상당한 공력을 들이고 있는 글로벌GM으로서는 한국지엠이 보유한 디자인 및 연구개발R&D 역량이나 전세계 판매시장 중 한국이 여덟 번 째로 큰 시장이라는 점, 엄청난 자산 가치를 보유한 부동산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볼 때 장차 한국정부와의 협상을 통해 얻어낼 떡고물로 막대한 이득을 챙길 수 있으리라는 판단이다. 그러므로, 향후 한국지엠 노동자들의 대응방향에서 대자본 투쟁교섭과 함께 대정부 투쟁교섭이 중요한 수단으로 등장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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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쟁의 골든타임 놓치지 말자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 가장 열띤 토론을 불러일으킨 대목은 현장노동자들의 실천방향과 과제였다. 우선, 오민규 동지는 정세와 과제에 동의하는 이들이 지속적인 토론을 이어나가는 가운데, 당장 벌어지고 있는 투쟁을 엄호하기 위한 다양한 공동실천을 조직하자고 제안했다. 토론자로 나선 동지들의 견해도 대체로 이와 유사했다. 한국지엠 군산비정규직지회 김교명 지회장도 제 현장조직의 성명서나 소식지 발행을 시작으로 원하청 현장활동가들의 공동행동을 시급히 건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군산공장에서 자행되었던 비정규직 우선해고에 대해 정규직노조 집행부가 이를 정규직 고용안정의 방패막이로 활용했던 오류를 또다시 되풀이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사회변혁노동자당 한국지엠분회 박재근 동지는 구조조정의 시작인 비정규직 우선해고에 맞서 총고용 보장을 기치로 원하청 공동투쟁을 성사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산업은행-GM 협약공개, 부실경영 장부공개 등을 요구하며 국가와 자본의 책임을 쟁점화하는 실천행동이 배치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밖에도 토론자들은 국지전 상태로 벌어지는 투쟁을 지역과 전국으로 확대해 글로벌GM과 한국정부가 압력에 직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다만, 현 상황에 대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인식에는 다소 간극이 존재하는 듯 보였다. 청중 토론자로 나선 부평공장의 한 비정규직 동지는 토론회 말미에 이렇게 덧붙였다. “지난 13년 동안 저희 비정규직들은 단 일 년도, 단 하루도 위기가 아닌 적이 없었다. ‘과거를 알면 미래가 보인다는 역사의 교훈을 잊지 말자. 글로벌GM의 지난 행태를 돌이켜 보건대, 우리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제 눈에는 빤히 보인다.” 더 이상 눈치 보거나 침묵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들이 토론회에 참석한 동지들로부터 많은 공감을 얻었다. 창원비정규직지회 김희근 지회장의 말처럼 싸워야 할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고절박한 마음으로 공동의 투쟁을 이제 시작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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