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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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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현장의 적폐,

완전공영제 투쟁으로 청산하자!

 

엄도영경기

 


내버스 채용비리를 저지른 

버스노조 간부가 위조한 지원자 이력서와

재직증명서 등 서류.


3년 전이었던 것 같다. 승용차 고장으로 택시를 이용해 버스 회사로 출퇴근을 하던 때였다. 한 번은 택시노동자가 지금도 (버스회사에서) 돈 받나요?”라고 물어본 적이 있었다.

한국사회의 민간 버스업체 취업 경로는 크게 두 가지 형태가 존재한다. 당사자가 부정 청탁을 하거나, 아니면 회사관계자나 어용노조 일원들의 인맥으로 채용되는 경우이다. 나 역시 노조 관계자와 일면식이 있어 버스 회사에 근무하게 되었다. 물론 운전경력도 중요한 채용자격 가운데 하나일 게다. 그러나, 채용 심사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간주하는 것은 사고경력이나 음주이력 등이 아닌, 노조에 대한 개인적 성향과 판단이다. 결국 민간 버스업체에 채용되기 위해서는 주류 이데올로기와 조직에 편승해야만 가능한 셈이다. 공공 교통수단에 대한 책임감과 안전의식을 겸비한 버스노동자를 채용하려는 버스운송사업자의 노력은 온데간데없고, 기득권을 가진 자들과 운명을 함께할 이들을 찾느라 혈안인 상황이다.

버스업체의 비리 사건에 어용노조가 연루되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더라도 버스회사의 운영에 심대한 타격을 입는다든지, 회사 경영진이나 어용노조의 관료들이 중범죄로 처벌받는 일 또한 보기 드물다. 내부적인 자성이나 성찰의 목소리는커녕, 되려 수사기관에서 범죄혐의를 밝혀내기 위해 수사를 착수했다가 갑자기 중단되는 일까지 부지기수로 벌어졌다. 이같은 취업비리는 준공영제가 실시된 지역에서도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부패 방지 못하는 제도개선의 허상

근로기준법 제59조 노동시간 특례제도가 56년 만에 개정한다고 한다. 그런데, 요즘 들어 특례가 누구를 위한 특례인지 가닥이 잡혀간다. 그동안 고카페인이 함유된 음료의 눈부신 매출 기록 이면에는 과로노동에 무한도전하라는 근기법 59조 때문에 졸음과 사투를 벌여야만 했던 장시간 과로노동 노동자들이 있었다고 말하면, 그건 너무 지나친 표현일까? 실은, 나 역시도 고카페인 음료를 마신 후에 운전대를 잡는 게 일상이었다. 이처럼 무제한 노동을 허용하는 근기법 59조 특례업종에서 노선버스를 제외한다는 것은 준공영제 시행을 염두에 둔 경기도 버스운송사업자들에게도 희소식이다. 이제 그들은 대중교통이라는 프리미엄을 등에 업고 안정적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는 버스 정책을 정치권으로부터 얻어내고자 한다. 따라서, 전국적으로 버스 사고율이 치솟는 현실쯤은 버스운송사업자들에게 하등 문제될 것이 없다. 오히려 버스 사고 문제가 사회적 관심사로 등장한 것을 발판 삼아 준공영제든 뭐든 정치권과 해결방안을 협상할 수 있는 여지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더구나, 현행 여객운송사업법은 교통사고가 빈발하는 업체에 대한 면허를 취소하거나 한정면허로 전환하는 등의 개선방안을 전혀 반영하지 않고 있다. 그로 인해, 공중 편익을 앞지르기하고 기본 안전에는 무관심했던 버스운송사업자들은 근기법의 무한 특례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됐다. 버스운송사업조합 소속 민간 버스업체들은 그간 지자체로부터 천문학적인 규모의 재정보조금을 지원받으면서도 국정감사를 받은 일례조차 없다. 이미 시행된 운전자의 휴게시간 보장내역을 국토부에 통보해야 함에도 그 결과를 아는 이도 없다. 여객운송사업법조차 준수하지 않으면서 준공영제를 운운하는 꼴이다.

 

탐욕에 눈 먼 자본과 어용 세력

한편, 지난 수십 년간 한국노총 전국자동차노조연맹(이하 자노련) 소속 노조 관료들은 연장근로를 무한정 할 수 있는 노동시간 특례제도에 부역해 왔다. 버스 자본으로부터 어용노조로서 자신의 지위와 이익을 보장받으면서, 운수노동자들의 건강과 안전은 안중에도 없었던 것이다. 사실상 버스 자본과 운명공동체로 현장에 똬리를 틀었던 자노련은 빈발하는 버스 교통사고와 버스업체 비리의 또 다른 주범이었다.

바야흐로 버스 자본과 어용노조의 결탁 관계는 경기도 광역버스에서 시내버스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자노련 경기지역버스노동조합이 시내버스 준공영제 도입에 혈안이 된 까닭도 다음의 이유에 있을 것이다. 과로노동으로 인한 대형교통사고의 폐해를 줄이는 한편, 불투명하고 불공정한 채용 관행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부당이득이 더욱 커질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2010년 국민권익위원회에서는 전국 826개의 버스사업자들의 부패영향평가를 발표한 적이 있다. 당시 국민권익위는 적자분을 정부가 보조해주는 버스 운송보조금 제도를 악용해서 운송원가를 부풀리거나, 각종 수입금을 누락시켜 보조금을 부당 수령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특히 운송원가를 산정하는 회계법인은 제3의 기관이 공정하게 선정해야 하지만, 이해당사자인 운송사업조합이 직접 회계법인과 계약을 체결하는 등 유착소지가 있다는 평가도 있었다. 그러나, 이같은 사례는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 그간 버스 자본은 적자노선 타령하면서 부동산 투기를 하고, 법인세 탈세, 손실보조금 부풀리기에 여념이 없었다. 부패와 탈법으로 얼룩진 버스운송사업자와 어용노조 관료들의 오랜 관행을 더 이상 묵과해서는 안 된다. 한 해 2조 원에 달하는 막대한 재정지원금을 쏟아부으며 이들의 탐욕을 채워야 할 까닭이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사유화된 대중교통을 버스 노동자들과 시민의 품으로 되돌리는 것, 그것만이 되풀이되는 버스 비리를 근절하는 유일한 방안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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