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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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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경여성사업팀


 

OECD 국가 중 유리천장지수(직장 내 여성이 동등할 기회를 받을 평가지표) 꼴찌, 남성 대비 여성 임금은 64% 수준, 남녀 임금격차 1, 나쁜 시간제 일자리 증가의 80%, 여성 노동자의 20%가 최저임금 노동자, 결혼·임신·출산·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 혐오와 폭력의 대상으로 쉽게 노출되어 일상화되어 버린 여성들의 불안감, 10년 전보다 더 벌어진 성 격차지수, 자살률 세계 1위 등. 이것이 한국사회 여성의 현실이다.

 

저출산 해법=·가정 양립에 갇혀있는 여성

정부는 2018년을 저출산' 문제의 골든타임으로 보고, 일하면서 아이 키우기 좋은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합계출산율 OECD 최저수준, 낮은 출산율에 노동력 감소로 자본주의적 생산과 재생산의 위기를 느낀 정부와 자본. 그러나 왜 아이를 낳지 않는가에 대해 여성의 삶과 노동의 권리를 위한 근본적 고민은 없다.

돌봄에 대한 인식 전환 없이 정부는 2030요양 지옥이 될 거라며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3월 일생활 균형 액션플랜을 발표하겠다고 한다. 우리는 박근혜 정부의 저출산 해법으로 주요하게 제기되었던 일·가정 양립 정책과 고용률 70%와 시간제 일자리정책을 기억하고 있다. 저출산 해법으로 일·가정 양립을 상정하고, 돌봄의 책임을 여성에게만 전가하는 사회에서 일·가정 양립은 이중삼중의 노동 부담이었다. 더욱이 나쁜 시간제 일자리의 양산은 저임금·불안정노동을 정당화시켜왔다.

여성만의 일·가정 양립이 아닌 모두를 위한 일·생활 양립에 대한 사회적 문제제기가 계속되면서 정권 교체 이후 약간의 변화가 있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가정·생활양립으로 말 바꾸기를 한다고 여성에게 전가되어 왔던 재생산의 위기와 노동의 부담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모두를 위한 노동시간 단축, 노동시간의 재구성이 필요하다

지난 228일 노동시간 단축 관련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워라벨(Work and Life Balance, 일과 생활의 균형)이 실시간 포털사이트 검색어 순위에 오르고 정부와 여당, 언론은 이번 합의안이 노동시간을 단축해서 저녁과 주말이 있는 삶이 앞당겨진 것처럼 말하고 있다. 누구의 저녁이고 누구의 주말인가? 개정안에는 휴일수당 삭감, 중소영세사업장 장시간노동 허용, 노동시간 특례업종 유지 등 그간 노동자들이 비판한 사항들을 그대로 담고 있다. 특히 주로 중소영세사업장에서 일하고 있는 저임금 노동자들만 계속해서 장시간 노동으로 내몰려 노동시장의 양극화는 더욱 심화할 것이다. 또한 여성노동자의 대다수가 중소 영세사업장에서 일하고 있는 현실을 보았을 때 성별 임금격차, 고용격차에 이어 노동시간 격차는 더욱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노동시간 단축 투쟁의 역사를 기억해보자. 우리는 실질임금 삭감 없는, 노동력 재생산이 가능한 임금을 보장받는 35시간을 요구했으나 이는 5일제로 일축되어 버렸다. 임금보전이 없는 노동시간 단축은 장시간 노동을 유지시켰으며,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창출은 노동시간이 단축된 남성노동자의 일자리를 다른 남성 비정규직의 몫으로 채워졌고 가정 내 여성의 재생산 노동시간은 줄지 않았다. 한국사회의 장시간 노동 현실은 사회적 이슈로 등장한 지 오래이며, 맞살림 여성과 남성의 가사노동시간 비교를 통해 불평등한 가사노동에 대한 문제 역시 사회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무급 재생산 노동시간을 포함한 여성의 노동시간에 대한 사회적 부각은 아직 요원하고, 이조차도 노동시간의 재구성, 재생산 노동에 대한 가치의 문제로 접근되지 않고 있다.

앞으로 우리의 노동시간 단축 투쟁은 임금과 고용 보장뿐 아니라 재생산 노동이라는 여성의 경험을 배제하지 않는 방식으로 노동시간을 재구성하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성별이나 고용형태, 사업장 규모에 따른 배타적이고 위계화된 권리가 아니라, 모든 노동자에게 균등하게 동시에 적용될 수 있는 노동시간 요구를 만들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생산 노동과 재생산 노동 간의 관계를 재규정하고 성별 분업을 완화해나가려는 방안이 함께 고민되어야 한다.

 

노동의 위계를 없애고 재생산 노동의 문제를 정치화하자

밖에서 하는 돈 버는 노동만이 노동시간으로 인정되는 사회. 그러나 여성들은 생산영역에서 임금노동을 하면서도 가족/삶의 영역인 재생산 공간에서의 노동(가사, 돌봄, 감정노동 등)을 하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의 남성 중심적이고 이분법적인 노동패러다임은 생산과 재생산의 위계를 만들어 집안일이라는 이름으로 여성에게 부가되던 노동을 부차적인 것으로 취급하고 무급노동인 보이지 않는 노동으로 만들어왔다. 재생산 노동은 인간의 삶과 노동력 재생산을 위해 필수적인 노동임에도 불구하고, 생산영역에서 이루어지더라도 여성이 주로 집에서 해왔던 노동이기에 노동의 가치가 평가절하되고 여성의 차별과 억압을 정당화시키는 주요 기제로 작용해왔다.

자본의 위기를 가족에게 전가하며 가족이 해체되기도 하고, 먹고 살기 위해 맞살림 가정이 많아지면서 가정 내 가사, 돌봄 등 재생산 노동의 공백이 확대되고 있다. 또한, 그 공백을 메꾸기 위해 재생산 노동의 시장화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저임금 불안정한 일자리인 가사, 간병, 보육, 청소 노동자들의 삶이 투쟁을 통해 알려졌고, 그간 조명받지 못했고 인정받지 못했던 재생산 영역의 중요성과 필요성이 사회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제는 정부에서도 가족의 해체를 막고 안정적 노동력 재생산과 여성노동력을 활용하기 위한 각종 재생산 대책을 임시방편으로나마 내놓고 있다. 급기야 작년 말 정부는 2018년 하반기까지 가사노동의 보이지 않는경제적 가치를 평가한 공식 통계를 개발하여 발표하겠다고 한다. (가사노동의 경제적 가치 평가는 유엔의 권고사항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현행 국내총생산GDP 통계에 잡히지 않는 가사노동을 재평가하고,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가사도우미, 산후관리사, 베이비시터 등 가사노동 서비스를 표준화하고 제도화하기 위한 움직임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이 과정에 우리는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투쟁을 만들어야 한다. 노동과 생산에 대한 협소한 개념 자체를 새롭게 정의하고 이 과정에서 생산/재생산에 대한 무리한 구분과 위계를 없애야 한다. 재생산 노동이 여성만의 영역이 되어서는 안 되도록 재생산 노동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 재생산 노동의 사회화, 재생산 노동의 제대로 된 가치 인정과 임금 요구, 모두를 위한 성평등한 노동분담이 될 수 있도록 재생산 노동의 의제를 사회적으로 제기하는 투쟁이 필요한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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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또한 여성의 가사노동에 의존한다. 

70년대 영국 런던 여성해방운동에서 등장한

페미니스트들이 사용했던 포스터.



 

세계 여성의 날유래

 

올해 세계 여성의 날은 110주년을 맞는다. 2인터내셔널 여성노동회의에 17개국 100여 명의 여성 사회주의자, 노조 활동가, 여성노동자모임 회원 등이 모인 가운데 클라라 제트킨과 알렉산드라 콜론타이가 전 세계 동시다발 여성의 날 기념을 제안한 것은 사실 107년 전인 1910년의 일이다. 그리고 실제 첫 세계 여성의 날 행사가 오스트리아, 독일, 덴마크 등에서 100만 명의 여성이 시위한 가운데 거행된 것은 1913. 그러나, 우리가 굳이 올해를 ‘110주년으로 이 날을 기리는 까닭은 실제 세계 여성의 날 기원이 19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가기 때문이다. 1908228, 미국 뉴욕에서 15,000명의 여성이 노동시간단축, 임금 인상, 투표권을 요구하며 시위를 한 것이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다. 그 이후 유엔이 1975년부터 38일을 공식 기념하기 시작하였고, 한국 정부도 최근 이 날을 법정 기념일로 지정하였다. 세계 여성의 날이 이렇게 제도화되고 일각에서는 심지어 세계 여성의 날을 탈정치화시켜 발렌타인데이와 같이 상업적인 날로 전락시키기도 하였으나, 세계 여성의 날은 여성노동자들의 투쟁을 기념하기 위한 날임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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