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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받지 못하는 청년 착취의 온상

알바노동자

 

홍류서연학생위원회

 


바야흐로 알바의 시대이다. 아르바이트 구인 어플리케이션 광고가 곳곳에서 나오고, SNS에서는 알바들이 들려주는 흥미롭고 독특한 알바 경험담 컨텐츠가 인기를 얻는다. 그러나 알바 노동자들의 현실은 어떠한가? 수백에 달하는 학비와 날이 갈수록 오르는 생활비, 한 사람이 겨우 누울 만큼의 좁은 방이라도 월세가 수십에 달하는 주거비를 감당하기 위해, 청년학생에게 아르바이트는 이제 선택이 아니 필수가 되어버렸다. 아르바이트 구인 어플리케이션을 하루에도 몇 번씩 들여다보고, 수업이 끝나면 이 알바에서 저 알바로 뛰어다녀야 하는 삶은, 저축은커녕 한 달 생활비조차 모자라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알바 자리라도 구해야 하는 삶은, 누군가가 말하던 좋은 인생 경험이 된다는 아르바이트 생활과는 사뭇 달라 보인다. 현실의 알바노동자들은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요구하기는커녕, 오히려 더 노골적인 착취의 대상이 된다.

 

주인의식을 가지라지만...

필자는 생활비와 월세를 벌기 위해 지난 1년 동안 쉬지 않고 프랜차이즈 베이커리와 카페에서 알바노동자로 일했고, 첫 아르바이트였던 1년간의 경험을 지옥 같았다라고 표현해 마지않는다. “나처럼 좋은 사장 또 없다던 사장 아래에서 일하면서 하루 걸러 하루를 분노와 억울함에 울며 퇴근해야 했던 날들이 이어졌다. 정해진 시간보다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는 건 기본이었다. 사장은 매장에 설치된 CCTV로 알바들이 혹여나 쉬고 있지는 않은지, 잡담을 하지는 않는지 감시했고 열심히하지 않는 모습이 CCTV에 비춰졌다가는 매장으로 전화가 오기 일쑤였다. 월 매출 순이익만 2억이 넘고, 하루 거래 건수가 500~600건에 달하는 매장에 고용된 알바노동자는 한 타임 당 3명뿐이었고, 화장실에 갈 틈도 없이 6시간 동안 쉬지 않고 일해야만 했다. 그러다보니 일하다 각종 기계에 베이고 화상을 입는 것은 당연한 것이 되었고, 다쳐서 피가 나기라도 했다가는 안 그래도 바쁜데 왜 다쳤느냐, 피 묻어서 손님한테 컴플레인이라도 들어오면 네가 책임질거냐는 말까지 들어야 했다. 병가나 생리휴가는 꿈도 꾸지 못했고, 아픈 기색을 내비쳤다가는 그래서 누가 빵을 사고 싶어 하겠냐는 타박이 돌아왔다. 사장은 언제나 우리에게 주인의식을 가지고 일하라고 말했지만, 우리끼리는 자조적으로 우리가 주인은 무슨, 노예나 다름없다는 이야기를 하곤 했다.

 vvw.jpg 너 말고도 일 할 사람 널렸어, 싫으면 그만 둬

하루는 다음 달부터는 일주일에 20시간씩 일하니 주휴수당도 주시는 거냐고 물어봤으나, 사장은 어이없다는 듯한 웃음과 함께 너를 그만큼씩이나 써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워하라고 대답했다. 그 날은 매장 앞에 붙어있던 우리 점포는 최저임금을 준수합니다라는 종이가 그렇게 원망스러울 수가 없었다.

일이 너무 힘들다고, 혹은 각종 법정수당은 왜 주지 않느냐고, 가장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해달라는 요청에 대해 항상 돌아오는 사장들의 대답은 너 말고도 일할 사람은 많다는 말이다. 당장의 생계를 위해서라도 알바를 해야만 하는 청년들에게 중요한 것은 좋은 일자리가 아니라, 어떻게라도 임금을 받을 수 있는 일자리이다. 그렇기에 아무리 노동조건이 나쁘더라도, 사장이 아무리 악질이더라도 최저임금이라도 챙겨주는 게 어디냐며, 그래도 나는 알바를 하고 있지는 않느냐며 스스로를 위로하고 상황을 감수해야만 하는 것이다.

 

알바노동자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해고 아니면 참고 살기

열악한 알바노동의 조건을 더욱 악화시키는 것은, 아무런 대응도 할 수 없는 알바노동자의 처지이다. 노동조합은커녕 근로계약서조차 쓰지 않는 게 다반사이고, 고용주는 이를 악용해 최악의 근로조건을 강요한다. 알바노동자 당사자들 역시 자신의 권리가 침해되었을 때조차도 언제 해고될지 모르기 때문에, 당장 다음 달 월급이 없으면 월세를 내지 못하는 처지이기 때문에 적극적인 대응이 아니라 순응을, 그리고 다음 알바 사장은 더 좋은 사람이기를 기대할 뿐이다.

2018년 최저임금이 인상되면서, “이제는 알바생이 아니냐는 말이 사장들의 입에서 나오고 있다. 그러나 묻고 싶다. 각종 수당을 못 받아도 최저임금 맞춰주면 감사해야 하는 알바노동자는, 일하다 다쳐도 건강이 아니라 손님의 컴플레인을 걱정해야 하는 알바노동자는, 일거수일투족을 CCTV로 감시당하는 알바노동자는, 6시간을 일해도 앉기는커녕 숨 돌릴 틈조차 없는 알바노동자는, 온갖 인격모독과 착취를 겪어도 당장 내일의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꾹 참기만 해야 하는 알바 노동자는, 과연 당신들 앞에서 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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