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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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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한 휴식과 작업중지

가이드라인만으로는 

실현 불가능하다

 

조혜연인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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덥다. ‘덥다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덥다. 태양이 작열하는 아스팔트 위의 기온은 때로 50도 이상을 찍기도 하지만 날씨와 상관없이 노동자들은 하던 일을 계속해야 한다.

 

폭염으로 인한 위험성

우리의 몸에서는 가만히 누워있기만 해도 기초대사의 결과로 열이 발생한다. 외부의 물체나 기온으로 인해서도 열이 주어지는데 우리 몸은 호흡이나 땀을 흘려 열을 발산하여 항상 일정한 체온을 유지한다. 그러나 이러한 조절능력을 넘어서는 폭염에 노출되고, 무리한 활동을 계속하게 되면 열사병 등의 온열질환이 발생한다. 초기에는 어지럽고 구토, 두통 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심해지면 비틀거리고 헛소리를 하거나 혼수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 땀이 나지 않아 피부가 뜨겁고 건조해진다. 바로 치료를 하지 않으면 사망에 이른다.

이제 올해로 기록이 갱신되겠지만 그간 우리나라에서 가장 무더웠다던 1994,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는 3,384명에 달했다. 이때의 경험으로, 폭염이 모든 기상재해 중 가장 큰 사망피해를 가져온다고 알려지게 되었다.

소방방재청 보고서(2009)에 따르면 평년에 비해 30%가량 평균기온이 높았던 19947월 말경, 사망자수는 72.9%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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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서울에서 29도 이상의 날씨가 3일 이상 계속되면 사망자는 최대 13.5% 늘어나고, 폭염 기간이 길어지거나 평균 온도가 높을수록 사망자 증가율은 상승한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서울의 1996~2010년까지의 기상과 사망 자료 분석결과 역치기온 이상에서 일 평균기온이 1상승하면 일 사망자 수는 2.9% 증가했다. 특히 폭염에 대한 사람들의 적응이 이루어지지 못한 시기의 폭염이 사망률을 증가시켰다. (네이버 지식백과)

폭염은 기본적으로 노약자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치지만 비단 나이만 문제되는 것은 아니다. 옥외에서 작업을 하다 사망하는 노동자들의 실태 역시 심각하다. 실외에서 발생한 온열질환자 중 2014년은 37.8%, 2018년은 34.7%가 작업장에서 발생했다. /밭을 작업장으로 포함시킬 경우 그 비율은 더욱 커질 것이다. (이동이 많은 옥외노동자의 경우 작업장으로 분류되었는지 길가 등 다른 곳으로 분류되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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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장에서 발생한 온열질환자 중 대다수는 건설노동자이고, 이외에도 농림업 종사자와 환경미화원 등의 옥외노동자들이 있다.

안전보건공단 연구보고서(201512)에 따르면 2010~2014년까지 5년간 산재로 승인된 사례 중 옥외작업 노동자의 고온에 의한 온열질환 사례는 모두 37명이었고, 이중 24(64.9 %)이 건설현장의 노동자였으며, 그 다음으로 많은 직종이 농림업 노동자와 청소원 및 환경미화원으로 각각 4명이었다고 한다.

 

각종 가이드라인과 대책, 무엇이 문제인가

산업안전보건법에는 고열 등의 유해·위험 작업에 대한 예방조치와 근로시간 제한 규정이 있지만 폭염의 환경에서 일하는 옥외노동자들에게는 해당사항이 없다. 대신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 폭염에 노출되는 옥외장소에서 작업을 하는 경우 적절한 휴식과 그늘을 제공하도록 하는 정도로만 최근 개정이 되었다. 2005년 발표된 정부 차원의 폭염종합대책 역시 폭염 시 작업중지를 권고하고 있으나 이는 권고일 뿐이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옥외작업자 건강보호 가이드라인에도 휴식시간을 늘리고, 더운 시간대 작업량을 조절하며, 38도 이상 시 작업을 중단할 것을 제시하고 있지만 이 역시 가이드라인일 뿐이다.

지난 7월 전국건설노동조합의 조합원 대상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14~17시 긴급작업을 제외한 작업을 중단하도록 하는 무더위 휴식제가 실제 이루어진 경험이 있는 노동자는 14.5%에 불과했다. 48.4%의 노동자가 폭염으로 본인이나 동료가 실신하거나 이상 징후를 보인 경험이 있지만, 쉴 때도 아무 데서나 쉬고(73.7%), 씻을 수 있는 세면장도 없거나(30%) 씻을 수 있는 곳이 못 되는(48.4%) 조건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물 몇 잔과 더운 바람도 거의 불지 않는 야외의 그늘, 무겁고 거추장스러운 냉방용품 등을 지급하는 것만으로는 지금과 같은 폭염에 대한 대책이 될 수 없다. 충분한 휴식과 작업중지는 권고만으로 실현되지 않는다. 최근 몇몇 지자체와 공사에서 폭염 시 작업중지를 지시했고, 서울시의 경우 작업중지 시 임금도 보전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것도 정부와 지자체가 발주한 공사에만 적용이 된다. 수많은 건설노동자들과 조선소 등에서 일하는 옥외노동자들은 여전히 폭염 속에 방치되고 있고, 휴게공간을 지정할 수 없는 거리청소 노동자, 집배·택배 노동자 등을 보호할 수 있는 대책은 전무하다.

우정사업본부는 늦은 감이 있는 지난 726일 집배원들에게 냉방용품을 지급하고 폭염기상특보가 해제될 때까지 휴게시간을 1시간 연장하겠다는 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실제 집배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휴게시간을 더 줘 봐야 그날그날의 물량은 그대로이고, 배달 중에 당연히 쉴 수도 없을뿐더러 주민들도 쉬게 하지 않는다고 토로한다.

울산의 한 조선소에서는 폭염 시 1시간 동안 더위 휴게시간이 주어지는데 최근 하청업체 노동자들은 30분만 쉬도록 작업지시가 떨어졌다. 폭염까지도 차별거리가 되고 있는 것이다.

 

종합적인 대책 마련과 법제도 개선이 시급히 필요하다

폭염으로 인한 건강상의 문제는, 특히 옥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는 약간의 그늘 제공이나 몇 가지 보호구 및 냉방용품의 지급으로 예방할 수 없다. 고열의 환경이나 소음, 유해화학물질을 다루는 작업도 안전보건 설비와 보호구만으로 보호가 불가능할 시 작업시간을 제한하고 있듯이, ‘노동시간의 제한이 가장 필요하고 효과적인 예방대책이다. 그러나 이는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가이드라인 정도로는 현장에서 지켜지지 않는다. 때문에 산안법상 폭염을 자연재해 범주에 포함을 시키든, 유해위험작업에 포함시켜 사업주들을 강제하고 위반 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긴급대책으로 공공기관에서 발주한 공사에만 적용할 게 아니라 전체 사업주들이 지키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2012년 이와 관련한 법 개정논의가 있었으나 경영계의 반대로 중단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폭염으로 인한 건강상의 문제는 다른 유해요인과 마찬가지로 찬반의 논의를 거칠 문제가 아니다. 향후 이상기온으로 인한 기후변화는 더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이 되고 있는 바 차차 대비하면 되는 성질의 문제도 아니다.

덧붙여 폭염뿐 아니라 미세먼지, 한파 등으로 인해 봄·여름·가을·겨울 할 것 없이 고통받고 있는 옥외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종합적인 대책이 마련되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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