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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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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호 사회변혁노동자당 2018.10.02 15:49

내 몸의 바다, 콩팥

 

박석준한의사(흙살림동일한의원장, 동의과학연구소장)

 


신장이라는 이름

콩팥은 신장腎臟이라고 하는데 이라는 글자에는 여러 가지 뜻이 있다. 콩팥, 자지, 불알, 허리 등이다. 한글 전용을 말할 때 필자는 이 콩팥이라는 글자를 예로 들어 불가함을 말하곤 했다. 왜냐하면 콩팥이라고 하면 우리 몸의 한 장기로서의 콩팥만 뜻하여, 신장에 포함된 다양한 뜻을 담을 수 없기 때문이다. 나아가 음양오행과 관련된 사상과 과학체계도 포함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신장이라는 말을 버린다면 그것은 동아시아의 인류가 고대로부터 만들어 온 모든 세계를 버린다는 뜻이 된다. 한글 전용을 찬성하고 반대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과거의 유산을 오늘에 되살려[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 자연과 더불어 사람이 편안하게 살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자는 소전체小篆體로 오른쪽 그림과 같이 쓰는데 굳을 간자에 육달월이 합해진 글자다. 살 중에서 단단한 것이라는 뜻이다. 단단하다는 말에는 견자와 고자가 있는데 보통은 붙여서 견고하다고 쓰지만 은 겉만 단단한 것이고 는 속까지 단단한 것이다. 견갑류는 겉은 단단하지만 속은 단단하지 않기 때문에 자를 쓴 것이다. 그러므로 신장도 겉은 단단하지만 속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자를 썼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신장의 형상

신장은 둘로 이루어졌는데, 붉은 팥이 서로 마주 보고 있는 것 같으며 등허리의 힘줄에 꾸부정하게 붙어 있다. 콩팥 모양의 겉에 나 있는 무늬는 겉을 싸고 있는 기름을 그린 것이다. 속은 희고 겉은 검은데 정을 간직하는 일을 맡아 한다.

신장의 겉이 검은 것은 오행의 수에 해당하는 색을 가리킨 것이고 속이 희다는 것은 폐와의 연관을 암시한 것이다. 폐는 우리 몸의 물길을 조절하는 일을 맡아 하는데, 신장은 우리 몸에서 물을 주관하는 바다와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에 서로 깊은 연관이 있다. 폐를 물의 상원(上源. 물의 발원지에 가까운 상류)이라고 하는데,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 폐는 물을 내리는 일을 맡아본다. 반면에 신장은 물은 덥혀서 그 기를 위로 올리는 일을 맡아보고 있다. 폐가 물길을 조절하는 기능은 신장의 기능이 있어야 가능하다. 반면에 폐는 숨 쉬는 기를 주관하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신장의 힘이 없으면 숨을 끌어들일 수 없다. 이렇게 폐의 호흡 기능은 신장의 기능이 있어야 가능하다. 그래서 신장 속의 색을 오행으로 보았을 때 폐가 속한 금의 색인 흰 색에 속한다고 말한 것이다.

신장이 하는 일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정을 저장하는 일일 것이다. 정은 선천적으로 부모로부터 받은 것, 곧 생식을 담당하는 정이 있고 후천적으로 음식에서 오는 정이 있다. 그러하니 신장이 저장하고 있는 정은 생명의 근원이자 생명을 유지하고 성장하게 하는 근원이다. 그야말로 바다와 같은 것이다

73-공동체를위한건강_신장의 형상.jpg

△ 신장의 형상


신장은 두 개가 마주 보고 있는 모양인데, 한의학에서는 각각이 하는 일이 다르다고 본다. 왼쪽의 신장은 오행의 수에 속하고 오른쪽의 신장은 화에 속한다. 남자는 왼쪽, 여자는 오른쪽 신장을 위주로 한다. 위주로 한다는 말은 그것을 근거로 하여 생리나 병리적인 변화가 일어난다는 말이다.

신장이 두 개로 나뉘는 것은 신장이 저장하고 있는 정과 관련이 있다. 정은 한편으로는 따뜻한 기로 변하여 생명력을 추동하는 역할을 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생명력의 안정적인 바탕을 마련한다는 의미에서 촉촉하게 적셔주며 영양을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이를 두 개의 신장에 각각 신양腎陽과 신음腎陰의 작용을 나누어 맡도록 한 것이다.

각각의 신장에서는 끈과 같은 것이 하나씩 나와서 그 중 하나는 위로 심계心系와 이어져 통한다. 심계는 심장과 다른 장기를 연결하는 낙맥絡脈을 말한다. 낙맥은 기가 흐르는 경맥의 일종인데 경맥보다는 가늘고 보다 얕은 곳에 분포한다. 수에 해당하는 신장과 화에 해당하는 심장이 서로 연결되어 서로 교감하게 된다.

이를 수화교제水火交濟라고 하는데, <주역> 용어다. 비유하여 간단히 말하면 바닷물이 햇볕을 쪼여 증발하여 구름이 되어 하늘에 모였다가 비가 되어 다시 바다로 돌아오는 과정이다. 햇볕이 너무 강하여 물이 다 말라버릴 수도 있고 바닷물이 부족하여 올라갈 수증기가 없을 수도 있다. 햇볕이 너무 약하여 바닷물을 덥히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며 바닷물이 넘쳐서 햇볕이 제 힘을 쓰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모든 경우에 수화교제가 이루어지지 않아 병들게 된다. 우리 삶도 그처럼 순환이 되지 않으면 병이 든다. 그래서 공자는 절사(絶四. 멋대로 추측하지 않기, 반드시라고 하지 않기, 고정시키지 않기, 이기심 내세우지 않기)를 중요하게 생각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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