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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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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를 부정할 수 있는가

도 넘어선 성소수자 혐오 범죄의 현장에서

 

안지완학생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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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10일 인천 남동구 인천지방경찰청 앞에서 인천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가 인천지방경찰청과 동구청을 규탄하는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98<1회 인천퀴어문화축제>가 열리기로 예정되어 있었던 동인천 북광장은 아침부터 축제를 막으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기독교를 중심으로 조직된 혐오세력들은 퀴어문화축제가 시작되기 전부터 광장을 무단 점거하고 참가자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들은 수천 명의 입을 빌어 상상할 수조차 없는 폭언을 퍼부었고, 기물파손, 집단 폭행, 경찰폭행, 성폭력, 신체 가격, 쓰레기 투기, 무기사용, 불법 촬영, 무차별적 시비, 가짜 언론 조작 등의 범죄를 조직적으로 자행했다. “사랑하니까 반대한다”, “집에 가라”, “동성애 조장 말라는 고함은 해가 지고 폐회가 선언되는 그 순간까지 지속되었으며 혐오를 정당화했다. 축제를 즐기기 위해 광장을 찾은 수많은 사람들은 행사가 진행되는 내내 물리적으로 고립되었고, 무차별적으로 존재를 부정당했으며, 신체적, 정신적 가해에 시달렸다.

공권력은 언제나 그래왔듯 조직적 혐오를 가하는 이들의 공격을 묵인하고 상황을 방관했다. 의도적으로 중립을 지키고 아무 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차별을 재생산했던 것이다. 현 정부의 태도를 그대로 답습하며 너무나도 익숙한 나중을 말했고 상생을 제안했다. 동구청은 사전부터 불합리하고 무리한 행정적 절차를 인천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에 요구했으며, 경찰은 주최 측에서 요청하는 요구를 거부했고 미온적인 태도를 유지했다. 차량진입로를 확보하지 않았고 대치 상황이 끊임없이 발생했지만 경찰을 투입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반대 측의 진입을 막아야 한다는 이유로 축제 참여자들의 대오를 고립시켰다. 집회신고가 되어있던 오후 8시가 경과하자마자 이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집회 해산 명령을 혐오 세력이 아닌 참가자들에게로 돌렸다. 경찰 측은 혐오세력 대표와 동행하며 조직위원회에 깃발을 철수 할 것인도로 행진할 것을 조건으로 행진을 허락했다. 공권력은 공범이었다.

 

지금 내가 여기 있다

그 어떤 것들도 우리를 지울 수 없습니다. 우리는 이 땅에서 영원히 아름답게 살아갈 수 있는 자격이 충분한 사람들입니다. 여러분, 오늘의 이 참여를 잊지 말아주십시오. 우리가 얼마나 많이 힘들게, 20분이면 올 길을 5시간을 걸어왔는지요. 여러분 기억하며 연대하며 이겨냅시다.”

- 신우리 인천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 공동위원장 폐회선언 발언 중

 

아비규환 속에서도 우리들은 저항했다. 단 한순간도 주어진 상황에 굴복하지 않았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0.5km의 행진을 5시간에 걸쳐 걸으며 서로를 믿고 대오를 유지했다. 행진한다고 무엇이 달라지냐는 말에 더 이상 물러날 곳은 없다는 마음으로 버텼다. 혐오의 정치는 평생을 침묵하며 살아왔던 자들에게 다시금 반격과 분노의 동력이 되었다. 저항하는 우리들이 실천하고 연대하기에 세상은 바뀌어야만 했다. 결국 마지막까지 광장을 메우던 구호는 지금 내가 여기 있다였다. 삭제하고자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존재하고자 했다. 그것으로부터 다시 시작되고 있었다


우리가 원하는 건 배제와 차별 없는 세상

언제까지 혐오 선동은 묵인될 것이며 그럴 수도 있는 일로 축소될 것인가. 인천퀴어문화축제에 함께했던 주체들은 910일 기자회견에서 동인천 북광장에서 대규모 혐오범죄를 일으킨 인천기독교총연합회, 인천퀴어대책본부, 예수재단, 송림초 학부모회에 즉각 사죄를 요구했고 축제 참가자들에게 가한 모든 방식의 폭력들에 책임을 물었다. 또한 범죄의 현장을 묵인, 방조했던 허인환 동구청장과 조직적 폭력사태를 조장, 방관했던 경찰청장을 규탄하며 사과를 요구했다. 급박하게 진행된 기자회견에도 불구하고 세 시간이 채 되지 않는 짧은 시간 안에 245개 단체와 2,903명 개인의 연명이 모였다. 인천은 새로운 전환의 기점이 되었다.

무시한다고 지워지지도, 지우려한다고 삭제되지도 않는 사람들은 다만 침묵하거나 저항할 수 있을 뿐이다. 스스로를 지우고 그 고통을 감내하는 것 혹은 세상의 반대를 온몸으로 느끼며 투쟁하는 것 중 그 어떤 것도 쉽지 않기에 함께 싸워야 함을 새삼 느낀다. 모두의 해방을 위해 투쟁하는 우리들은 정상성에서 벗어난 사람들을 범주화하고 억압하는 사회에 경종을 울리며 함께 실천해 나갈 것이다. 사람에 우선순위는 없다. 배제된 사람이 없는 사회, 모두의 권리가 특권일 필요가 없는 공동체로의 변혁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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