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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앗긴 임금 되찾고 권리 확보로 나아간다

 

이김춘택경남



 


2018527일 대우조선해양 사내식당 19곳에서 일하는 웰리브푸드 노동자와 통근버스를 운행하는 웰리브수송 노동자 350명이 금속노조에 가입하고 웰리브지회 설립총회를 개최했다. 조선소 하청노동자들이 집단으로 노동조합에 가입했다는 점에서, 그리고 비록 350명이지만 웰리브 노동자의 파업으로 식당과 통근버스가 멈추면 수만 명이 일하는 조선소가 멈출 수 있다는 점에서 큰 관심과 주목을 받았다.

 

조선소에 울려 퍼진 하청노동자들의 함성

교섭은 초반부터 쉽지 않았다. 원청 대우조선은 노동조합 활동의 기본인 조합사무실을 대우조선 사내에는 절대 줄 수 없다고 했고, ‘바지사장인 웰리브푸드/수송 대표들은 그 말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했다. 이에 노동조합은 교섭전략을 바꿔 단체협약안 제출을 뒤로 미루고 임금인상안을 먼저 제출하고 교섭을 진행했다.

임금인상 요구안은 간단했다. 빼앗아간 임금을 되돌려 달라는 것. 웰리브는 2018년 최저임금 인상을 피해가기 위해 상여금 대신 매월 지급하던 40~50만 원의 부가급여를 기본급에 포함시키고, 소정근로시간을 226시간에서 209시간으로 변경했다. 그래서 노동조합은 2018년 최저임금 인상분인 시급 1,060원 인상과 소정근로시간 243시간으로 변경을 요구했다. 그리고 쟁의조정기간을 한 차례 연장한 끝에 819일 파업권을 확보했다.

911일 노동조합은 드디어 6시간 경고파업을 했다. 대우조선 전 야드에 흩어져 있는 조합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복장은 흰 티셔츠에 푸른 앞치마와 빨간 고무장갑으로 통일했다. 대우조선 정규직 노동조합이 집회를 여는 민주광장에서 힘차게 파업집회를 했다. ‘단결! 투쟁!’ 구호를 외치며 현장을 행진해서 서문에서 기다리고 있던 금속노조 경남지부 조합원, 거제지역 시민사회단체 회원들과 연대집회를 했다. 하청노동자의 함성이, 하청노동자의 행진이 조선소에 울려 퍼진 역사적인 날이었다.

성공적인 첫 파업에 회사는 조금씩 보따리를 풀기 시작했다. 그러나 대우조선-웰리브-웰리브푸드/수송으로 이어지는 다단계 하청구조와 웰리브가 사모펀드에 매각된 경영구조 속에서 좀처럼 만족할만한 안은 나오지 않았다. 마침 남북정상회담을 앞둔 문재인 대통령이 잠수함 진수식에 참석하기 위해 914일 대우조선 방문이 예정되어 있었고, 노동조합은 문재인 대통령 방문일에 맞춘 파업투쟁으로 배수진을 쳤다. 그러나 결국 교섭은 결렬되었고 노동조합의 선택만이 남게 되었다.

913일 밤 40여 명의 확대간부들이 모여 2시간 넘게 열띤 토론을 벌였다. 첫 파업은 모두가 흔쾌히 결정했지만, 대통령 방문일에 맞춘 파업은 다들 큰 부담을 느꼈다. 아쉽지만 회사의 제시안을 받자는 의견도 상당수였다. 회사안은 못 받지만 당장 내일 파업은 안 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도 많았다. 이렇게 다양하게 의견이 갈리는데 파업을 해도 그것이 이후 조직력에 도움이 될 수 있겠느냐는 걱정도 있었다. 그러나 결국 확대간부들은 간발의 차이로 8시간 전면파업을 선택했다. 어렵게 결정한 만큼 더 힘 있게 파업을 하자는 결의를 다지고 내일을 준비하며 헤어졌다. 발걸음이 무거웠다.

 

투쟁으로 쟁취한 작지만 소중한 성과들

파업일 아침부터 줄기차게 비가 쏟아졌다. 그러나 집결시간인 10시가 가까워오자 조합원들은 삼삼오오 끊임없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어제의 걱정을 씻어버리듯 조합원들의 얼굴은 하나같이 밝고 즐거웠다. 각 식당별로 준비해온 간식을 나눠 먹으며 왁자지껄 했다.

비닐우비 한 장으로 내리는 비를 맞으며 조합원들은 기자회견을 했고 대통령이 온다는 특수선 공장 앞으로 행진했다. “빼앗긴 우리 임금, 투쟁으로 되찾자!”, “문재인 대통령님,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주세요!” 외치고 또 외쳤다. 대통령이 탄 차가 파업대오를 지나는 것은 순식간이었지만, 그것에 크게 개의치 않았다. 웰리브 노동자의 목소리는 대통령에 대한 읍소가 아니라 힘찬 파업투쟁을 감행한 하청노동자의 당당한 외침이었다. 그래서 두 번째 파업은 더욱 즐거웠다.

두 차례의 성공적인 파업으로, 추석 연휴 전날인 921일 임금협약을 체결했다. 소정근로시간 243시간을 쟁취하지는 못했지만, 기존의 226시간을 다시 찾았다. 기본급도 8만 원 인상했다. 임금인상 소급분도 130만 원 지급을 합의했다. 대우조선 서문 바로 앞에 널찍한 노동조합 사무실도 얻어냈다. 비록 아주 만족할만한 내용은 아니지만, 하나하나가 조합원들의 파업투쟁으로 얻어낸 것이기에 값지고 보람찬 것이었다. 조합원들은 의견접근안을 86% 찬성으로 가결시켰다.

임금협약 체결로 빼앗긴 임금을 되찾자!”는 하나의 목적은 달성했다. 이제 웰리브지회 노동자들은 단체협약 쟁취를 위한 교섭을 준비하고 있다. 임금인상도 중요하지만, 사람답게 대접받고 싶어서 노동조합에 가입했다. 그래서 단체협약 쟁취로 더 큰 권리 확보로 나아가려 한다.

여성노동자들이 80% 이상을 차지하는 웰리브지회의 파업은 대우조선 현장을 들썩이게 했다. 특히 온갖 불법과 탈법에도 잔뜩 움츠러들어 있는 조선소 하청노동자들에게 큰 자극이 되고 있다. 하청노동자도 노동조합으로 단결하면 당당하게 투쟁해서 자신의 권리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웰리브 노동자들이 실천으로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웰리브 노동자들의 파업투쟁이 대우조선 전체 하청노동자들이 깨어나는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금속노조 경남지부와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도 열심히 하반기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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