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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사업장 노동자들의 권리 찾기 운동


선지현┃충북



작은 사업장, 노동권 사각지대


노조 가입률이 빠르게 늘고 있다. 민주노총은 지난 4월 4일 대의원대회에서 조합원 수가 100만 명을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2년 만에 25만 명이 늘어난 것이다. 한국노총 역시 조합원 수가 5만 명 늘어 100만 명을 넘겼다. 실제로 민주노총을 비롯한 산별노조 미조직 담당자들은 노조 가입 상담으로 정신이 없다. 산별노조별로 추진하고 있는 2~3년에 걸친 전략 조직화 사업도 한몫하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 노조 가입도 증가 추세다. 충북 지역을 보면 학교 비정규직을 비롯해 요양, 택배, 마트, 지방자치단체 비정규직, 현대모비스 하청 등 업종별 조직 확대가 두드러진다.


하지만 노동권 사각지대에 놓인 작은 사업장 노동자들에겐 여전히 추운 겨울이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30인 미만 사업장의 노조 가입률은 0.2%, 100인 사업장으로 확대해도 3.5%에 불과하다. 비정규직 노조 가입이 늘고 있다고 하지만, 고작 2% 정도다. 5인 미만 사업장은 아예 근로기준법 적용조차 받지 않으니 노동조합은 언감생심이다. 하지만 이들이야말로 불안정한 고용, 저임금, 일상적인 안전 위협 상태에 놓여 있다. 2017년 기준 전체 재해자 8만 9,848명 중 80.7%에 달하는 7만 2,526명이 50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다. 산재 사망사고는 58.7%가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어난다. 저임금 문제도 심각하다.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는 노동자 83.2%가 30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한다. 이직률도 매우 높다. 충북 지역의 경우, 30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의 평균 근속은 5.7년에 불과하다. 열악한 현장일수록 그나마 노동법이라도 지키면 좋으련만, 현실은 정반대다. 노동법은 무시되기 일쑤고, 불법행위가 있어도 신고조차 할 수 없다. 작은 사업장 노동자들의 권리에 관심을 갖게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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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작은 사업장 노동자 권리 찾기 운동 본격화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민주노총 충북본부, 충북노동자권리찾기 ‘울타리’, 불안정노동철폐연대는 2018년 작은 사업장 노동자 조직화를 위한 논의를 진행하면서 ‘기업단위 조직화’ 방식이 아닌 ‘공단지역 단위 노조 조직화’ 운동을 추진키로 했다. ‘노조 할 권리’가 사회적으로 공론화되고 확산하는 흐름을 이어, 노동권 사각지대에 있는 열악한 노동자들의 권리 보장 운동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물론 논의 과정에서 ‘작은 사업장 노동자들의 조직화가 어렵다’는 현실적 우려도 제기됐다.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하지만 참여 단위들은 △전체 노동자의 80%에 달하는 작은 사업장(100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조직화 없이 산별노조 운동의 질적 발전을 꾀하기 어렵다는 점, △충북 지역의 경우 제조업이 가파르게 증가(2010년 143,580명에서 2015년 184,667명으로 28.6% 증가)하고 있는데 대부분이 열악한 하청 기업이라는 점, △노동운동이 노조 없는 작은 사업장 노동자들의 노동조건과 삶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공론화하면서 단순히 규모가 아닌 실천으로 계급 대표성을 획득해 나가야 한다는 점에 공감대를 이뤘다.


지역 선정에도 고민이 많았다. 최근 노동자 수가 증가하고 있는 진천과 음성을 검토하던 중, 음성 지역에 영세 제조업체들이 밀집해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음성군은 전체 인구 2/3를 차지하는 66,737명이 노동자인데, 이 중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수가 4만 명에 달한다. 특히 2016년 하청노동자들에 대한 불법적인 알선 수수료와 불법 파견 등의 문제가 있었던 원남산업단지는 규모는 작지만, 사업장 평균 노동자 수가 35.8명으로 작은 사업장 밀집 지역이었다. 공단이라는 틀로 노동자 권리 찾기와 조직화 사업을 진행하는 데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6개월에 걸친 논의 끝에 민주노총, 금속노조, 노동자 권리 찾기 운동을 해왔던 지역 노동사회단체들이 모여, 지난 4월 8일 <작은 사업장 노동자들의 노동권 실현, 원남산업단지 노동자 권리 찾기 사업단>이 출범했다.



계급 대표성, 규모 문제 아닌 ‘요구’와 ‘실천’이 중요


저임금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개선해야 할 최저임금은 산입 범위 확대 꼼수로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상여금을 비롯한 각종 수당을 폐지하면서 실질임금이 하락하는 현상까지 나타난다. 여기에다 최근 국회에 발의된 각종 최저임금 개악, 즉 △지역별 차등적용, △이주노동자 제외, △최저임금 위반 처벌 완화 등은 작은 사업장 노동자들의 권리를 더 악화시킨다. 이뿐인가!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주 52시간제 도입은 300인 미만 사업장에는 아예 적용도 되지 않고, 이마저 탄력 근로제 확대로 노조 없는 사업장 노동자들은 그야말로 직격탄을 맞는다.


저임금․장시간 노동체제를 바꾸기 위해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을 제기했지만, 정부와 자본은 거꾸로 노동개악을 밀어붙이면서 정작 저임금․장시간 노동체제를 떠받치고 있는 80%에 달하는 작은 사업장 노동자들의 삶을 더 악화시킨다. 이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려면 결국 작은 사업장 노동자들이 주체로 설 수 있어야 한다. 이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고,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 지역사회가 이 노동자들이 나설 수 있도록 길을 만들어가야 한다. <원남 노동자 권리 찾기 사업단>의 출범은 바로 충북 지역 노동조합 운동과 지역사회 운동 활동가들이 그 길을 열어보겠다는 결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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