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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진그룹의 노조 혐오

무기한 전면파업으로 돌파한다!


성세경┃충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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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진다이아몬드”는 비철금속이나 유리 등을 절삭하는 데 필요한 공업용 다이아몬드를 생산하는 회사다. 1988년 “일진다이아몬드 공업사”로 시작해 1990년 충북 음성공장을 준공했고, 기업집단 “일진그룹” 소속 13개 기업 중 하나다.



보고대회 이후 3일 만에 전원 노조 가입


2018년 10월 27일 저녁, 일진다이아몬드 작업자 6명이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 “노조를 만들고 싶은데 아무것도 몰랐다, 그런데 LG화학에 다니는 고등학교 친구가 소개해서 찾아왔다”며 “억울하고 너무 분해서 노조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그들의 눈빛에는 불안함과 단호함이 함께 묻어 있었다. 노조를 만들기 위한 첫 상담이었고, 모인 사람들은 사업장 내 특정 부서에 치중돼 있었다. 우리는 ‘보안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부서 전체를 포괄할 수 있도록 초동 주체를 늘릴 것’을 주문했다. 11월과 12월에는 15~16명이 매주 1회씩 두 달간 아홉 번을 만났다. 노조 설립에 필요한 기본교육을 진행하고, 부서별 조합원 조직화 계획과 활동 점검, 불만과 요구사항을 정리하는 기간이었다.


마침내 2018년 12월 29일, 대전충북지부 회의실에서 44명이 모여 전국금속노동조합 가입 총회를 열었다. 이날 선출된 홍재준 일진다이아몬드지회 지회장은 “제대로 된 노조를 만들어서 인간답게 살아보자”고 했다. 곧이어 2019년 1월 7일 중식 시간, 20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노조 가입 총회 보고대회를 개최했다. 미가입자 50여 명은 불과 3일 만에 모두 다 가입했고, 현장 작업자는 251명 100% 가입했다.



4년간 임금동결과 직장 갑질을 깨기 위해 

노조를 만들다


2014년까지만 해도 일진다이아몬드는 음성 지역에서 선망을 받는 직장으로 알려져 있었다. 상여금 600%에 복지도 꽤 괜찮은 직장이었다. 하지만 2015년 대표이사가 바뀌면서 현장은 찬밥신세가 된다. 상여금 200%를 녹이면서 “기본급이 올라가면 잔업과 특근비용도 올라간다”며 현장 작업자들을 우롱했다. 각종 회식과 연말 김장, 체육대회도 사라졌고, 팀장들은 관리직에게 ‘현장직과 말도 섞지 말라’고 했다. 출근하면 반강제로 핸드폰을 수거해 거치대에 보관했다. 청소와 제설작업도 현장직 몫이었다. 이뿐만 아니다. 현장에서 확인된 관리대상 유해물질만 17종이다. 환풍시설과 국소 배기장치는 전무하다. 산안법 위반사항이 수두룩하며, 작업환경개선이 시급한 사업장이다.


2017년에는 사측이 상여금 200%를 또 녹였다. 직원 대부분이 강하게 반대했지만, 회사는 일방통행으로 밀어붙였다. 이때부터 현장은 꿈틀대기 시작한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기본급은 단돈 1원도 인상되지 않았다. 2018년 상여금 200%도 명절 수당으로 바꿔버렸다. 매년 기본급이 인상되면 함께 올라갔던 상여금은 모두 사라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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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혐오에 맞서


올해 1월 7일 금속노조 가입 총회 보고대회 이후, 일진다이아몬드지회는 단체교섭 공문을 사측에 전달했다. 하지만 회사는 노조에 대한 혐오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기본협약에 합의했지만, 교섭원칙과 임시 노조 사무실 외에 협조한 것은 없었고, 결국 충북지방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해 지난 4월 15일 교섭 해태로 조정 중지 결정문을 받았다.


그랬더니 사측은 다음날인 4월 16일, 노조 요구안과는 완전히 다른 이른바 ‘경총 모범안’을 제시했다. 조합원 251명 중 187명이 속한 부서를 ‘협정근로자’로 포함해, 파업 시 대체 근로를 허용하자는 안을 내밀었다. 노조의 권리 가운데 핵심인 파업권을 사실상 제거함으로써 처음부터 노조를 파괴하겠다는 의도를 숨기지 않은 것이다.


이에 일진다이아몬드지회는 4월부터 잔업 거부와 부분파업으로 내부 단결력을 다지고, 5월부터는 주 단위 하루 파업을 전개해 조합원 교육과 29개 분임조별 토론을 진행했다. 6월부터는 주 2~3일 전면파업을 벌이며 유성기업, 갑을오토텍, SJM 등 노조파괴와 직장폐쇄에 맞선 투쟁사례 교육으로 우리가 가야 할 길을 찾아 나갔다.



6월 25일, 무기한 합숙 전면파업에 돌입하다


2018년 기준 일진다이아몬드의 매출액은 1천 3백억 원, 영업이익만 150억 원에 달한다. 사내유보금인 이익잉여금 900억 원도 곳간에 쌓아두고 있다. 노조 요구안을 전부 수용해도 연간 15억~20억 원 정도면 충분하다. 일진다이아몬드 노동자들의 무기한 전면파업은 사측의 노조파괴 의도를 꺾고, 일진그룹 차원에서 문제 해결에 나서라고 촉구하는 파업이다.


일진 자본은 직장폐쇄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지만, 절대 쉽지 않을 것이다. 조합원들은 이미 과거의 직원이 아니기 때문이다. 조합원들은 자신의 권리와 인권, 존엄을 보장받기 위해 스스로 일어섰다. 교육과 분임조 토론을 통해 직장폐쇄를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결의와 각오로 뭉쳤다. 무기한 전면파업 이후 복귀자는 단 한 명도 없다. 직장폐쇄는 사측이 파업을 꺾고 선별복귀를 조장하기 위함인데, 지금은 무용지물에 가깝다. 그래서 쉽게 꺼내지는 못하고 출입문마다 시건장치만 설치하고 있다.


충북에서는 지역 차원의 기획단을 구성했다. 일진그룹의 노조 혐오와 파괴를 전국적으로 알려내고, 금속노조 차원에서 대응하고자 한다. 본사가 있는 서울 마포로, 일진다이아몬드 계열사인 일진복합소재가 있는 완주로 달려갈 것이다. 무기한 합숙 전면파업으로 일진그룹의 노조 혐오와 파괴를 끝장내는 투쟁을 전개하면서, 이 새로운 노동조합을 더 단단하고 두텁게 만들어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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