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가입

변혁정치

> 변혁정치

자유민주주의의 사라진 꿈, 

국가보안법 철폐


정원현┃울산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을 검찰총장 후보자로 내정했다.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뜬금없이 위증 논란이 벌어졌지만, 여권(과 그 지지층)에서는 ‘검찰개혁 적임자’로서 조국과 윤석열이 쌍두마차가 되길 기대하는 것 같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위증 논란보다 더 중요한 것


언론에서는 위증 논란에 밀려 주목받지 못했지만, 우리가 더 중요하게 살펴봐야 하는 것이 있다. 바로 윤석열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서면 답변이다. 여기에서 윤석열은 국가보안법 문제와 관련해 “남북이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안보형사법은 어떤 형식으로든 필요하다”며 국가보안법 폐지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고, 이석기 전 의원 내란음모 재판에 대해서도 “원칙적으로 대법원 판단을 존중한다”고 했다. 더불어 “지금도 간첩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국가안보 위협 활동은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윤석열 후보자의 보수적 안보관과 박근혜 정부 당시 좌천됐던 그의 경력은 문재인 정부 입맛에 딱 맞는 검찰총장으로 손색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북한의 존재를 근거로, 간첩이 있다는 이유로 국가보안법을 존속시키겠다는 신념은 더 나은 민주주의로 나가는 데 걸림돌이다.



자유민주주의와 국가보안법


자유민주주의를 외피로 반공 사상을 신줏단지처럼 모시는 자유한국당이 국가보안법 존치에 사활을 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입만 열면 민주주의를 떠드는 문재인 정부와 자유주의 세력이 국가보안법 유지 입장을 고수하는 것은 과거 김대중, 노무현 정부가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기 위해 노력한 것과 비교하더라도 정치적 후퇴임을 보여준다.


국가보안법은 자유민주주의자에게도 민주주의를 압살하는 수치스런 법률이자 당연히 폐지해야 할 유물이었다. 1948년 12월 1일 제정된 국가보안법은 일제의 치안유지법(조선의 독립운동과 사회주의운동을 말살하기 위한 법)을 계승·확대해 만든 것이다. 심지어 형법 제정(1953년 9월 18일)보다 몇 년 앞서 만들어졌다는 것은 당시 집권세력이 얼마나 좌익 진영을 분쇄하려고 골몰했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국가보안법 제정은 당시 <조선일보>조차 “국가보안법을 배격함”이라는 사설을 발표할 정도로 많은 비판을 불러일으켰다.


지배세력은 국가보안법으로 통일운동, 민주화운동, 노동조합운동, 사회주의운동 등 독재와 자본에 맞서 싸운 모든 세력을 가장 쉽게 잡아 가둘 수 있었다. 더 나은 민주주의국가, 자본주의 체제 전복을 꿈꾸는 사회주의자들에게 국가보안법 폐지는 그저 당위가 아니라 중요한 실천과제였다.


90_39.jpg




국가보안법의 비판자들


“국가보안법은 단순한 법률이 아니라 바로 이 땅의 불행한 현대사를 그 날개로 온통 뒤덮고 있는 거대한 괴조와 같은 것이다.” -박원순


“국가보안법을 친미·반공·분단·자본의 논리를 일탈하는 사상과 행위를 처벌하기 위해 만든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라고 부르고자 한다.” - 조국


“국가보안법은 독재시대의 낡은 유물이며 칼집에 넣어 박물관으로 보내야 한다.” - 노무현


“국가보안법은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되고 사상과 양심의 자유 및 표현의 자유 등 인간의 가치와 존엄성을 해할 소지가 많은 반인권적 법률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국가안보에 관한 범죄는 형법 등 다른 형벌법규로 의율이 가능하여 국가보안법이 폐지되더라도 처벌 공백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 국가인권위원회


“국가보안법은 ‘세계인권규약’에 위반된다.” “국가보안법을 단계적으로 폐지할 것을 권고한다.” - 유엔인권위원회, 1995년/1999년


이렇듯 국내외의 비판에도 국가보안법은 여전히 살아남았다. 국가보안법 폐지운동의 정점은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4년 17대 국회에서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이 국가보안법 폐지를 당론으로 정하고 추진했을 때였다. 하지만 보수야당과 보수언론의 극렬한 반대에 열린우리당 내분까지 겹쳐 결국 무산됐고, 그 이후 더 이상 중요한 당면과제로 상정되지 않고 있다. 통합진보당 해산과 이석기 전 의원 구속으로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이 있었으나,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났다.



국가보안법과 사회주의자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현재 권력의 핵심에 박원순, 조국 등 국가보안법을 비판한 전문가들은 물론이고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 국가보안법 피해자들이 득실거림에도, 국가보안법 폐지운동이 힘을 잃는 것은 왜일까? 우선, 민주화운동 세력 다수(자유주의 세력)가 자본주의 체제에 철저히 포섭됐다. 다음으로, 통일운동 세력도 남북관계 진전에 따라 문재인 정부에 대한 태도가 달라져 국가보안법 폐지운동의 난맥상을 드러내고 있다. 마지막으로, 국가보안법이 여전히 탄압하는 사회주의운동은 과거 어느 때보다 세력이 약화되어 있다. 전 세계적으로 사회주의세력이 약진하는 와중에도 한국의 사회주의세력은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회주의운동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대중이 ‘문제는 자본주의고 대안은 사회주의’라는 생각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라도 양심, 사상, 표현, 조직건설의 자유를 억압하는 국가보안법을 폐지해야만 한다. 국가보안법에 길든 야만 사회를 노동자‧민중이 주인 되는 새로운 대안 사회로 만들어가기 위해서, 체제의 수호자이자 새로운 대안 사회의 장애물인 국가보안법을 폐지해야 한다.  

© k2s0o1d6e0s8i2g7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