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가입

변혁정치

> 변혁정치

"그대들의 한걸음이 길을 만들고 있으니

부디 멈추지 마시라"



90_18.jpg



김승하 

전 철도노조 KTX열차승무지부장



결국 모든 것이 다시 되풀이되고 있는가?


2019년 오늘, 톨게이트 수납 노동자들의 투쟁을 보면 2006년 우리 KTX승무원들의 투쟁과 너무도 닮아 있음을 느낀다.


‘자회사로 가면 되지 않느냐’고? 자회사로 가는 것이 문제의 해결이었으면, 애초에 우리 KTX승무원들은 싸울 필요조차 없었다. 처음부터 우리는 자회사 소속이었기 때문이다. 이 자회사라는 껍데기는 허울 좋은 명분일 뿐이고, 실제로는 그저 하청업체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을 우리는 승무원이 되면서부터 깨달았다. 임금이든 처우든 그 모든 것을 모회사 마음대로 결정하고, 수틀리면 일시에 해고할 수 있고, 싸게 부려 먹다가 언제든 버릴 수 있으니, 자회사나 하청회사나 이름만 다를 뿐 그들에게는 너무나 편한 고용 형태인 것이다.


그것을 거부하며 12년을 넘게 싸웠는데, 여전히 이 나라 이 사회에서는 그 싸움이 되풀이되고 있다. 1997년 IMF 위기 이후 신자유주의 물결이 몰아쳐 ‘그때는 그것이 대세여서 어쩔 수 없었다’는 정치권의 변명도 더 이상은 통하지 않는 시대가 왔다. 이제는 무엇으로 변명할까. 게다가 여전히 사회적으로 약자인 여성들에게 가해지는 탄압은 가장 강하다. 그리곤 많은 이들이 그들이 왜 고통을 겪고 있는지 쳐다보지도 않은 채 비난하기 바쁘다. ‘저 아랫것들이 어딜 나와 같아지려고’…. 언제는 꽃처럼 떠받들더니, 쓸모없다고 한순간에 내팽개쳐진 우리들 같다.

철도청이, 철도공사가 법을 무시했듯, 도로공사는 톨게이트 수납 노동자들의 1심, 2심 근로자지위확인 승소를 무시하고 해고하는 작태를 똑같이 반복하고 있다.


이들이 느끼고 있을 사회에 대한 불신과 나라에 대한 배신감에 절절히 공감하고, 그럼에도 그에 맞선 의지와 결의를 보여주는 모습에 안타까운 마음뿐이지만, 그래도 그대들의 한걸음이 길을 만들고 있으니 부디 멈추지 마시라 하고 싶다. 오랜 길 먼저 걸어온 이들과, 언제나 함께하며 지지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음을 생각하며 힘내시라 부탁드린다.



"싸워야 한다, 

노동자들이 무슨 죄를 지었단 말인가?"



90_19.jpg



이연순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 서울대병원 민들레분회장



서울대병원도 입만 열면 ‘자회사가 좋다’고 한다. 문재인 정부 “공공부문 정규직화 가이드라인”에서도 자회사 전환을 제시하고 있으니까 좋은 거라고 말이다. 자회사가 그렇게 좋으면 자신들이 가면 될 것 아닌가. 자신들은 안 가면서, 만만한 노동자에게만 자회사 가라고 한다. 우리가 아무리 못 배웠다지만, 자회사 나쁜 것도 모를 줄 아는가.


하루아침에 1,500명을 해고시키는 게 말이 되는가. 입장 바꿔서, 우리 노동자들이 그들을 해고하겠다고 하면 그들이 받아들이겠나. 대통령은 말만 그럴싸하게 하면서, 정작 필요할 땐 뒷짐 지고 ‘나 몰라라’ 한다. 노동자들은 조금만 게을리 일해도 욕을 엄청 들어먹는데, 저들은 말만 하고 하나도 실천으로 옮기지 않는다.


싸워야 한다. 게다가 해고는 살인과 똑같다. 대체 노동자들이 무슨 죄를 지었단 말인가? 그렇게 자회사가 좋으면, 자신들 먼저 해보고 최저임금으로 살아보라.


교육부가 서울대병원에 지원하는 돈이 1년에 400억 원 정도인 것으로 안다. 그런데 서울대병원장은 돈이 없다며 우리 청소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수 없다고 한다. 거짓말도 참 뻔뻔하게 한다. 우리는 서울대병원장만큼 공부를 하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일한 만큼은 받아야 한다고 본다.


이번에 초복이라고 수박을 줬는데, 청소노동자 150명한테 겨우 6통 줬다. 그런데 관리자들은 50명도 안 되는데 수박 4통이 갔다. 수박이 적어서 화가 나는 게 아니라, 치사하게 이런 것부터 차별하니까 화가 난다. 우리도 서러운데, 이 더운 날 투쟁하는 톨게이트 조합원들은 얼마나 속이 탈까.


톨게이트 조합원 동지들 힘내시라.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처음에 노조할 때 제일 먼저 배운 노래가 <철의 노동자>였는데, 듣자마자 “아, 맞다”고 생각했다. 뭉쳐서 함께 싸우면 자회사 반드시 없앨 수 있다. 비정규직 없는 세상은 우리가 만들어야 한다. 저들은 절대로 먼저 없애주지 않는다. 그저 비정규직 만들 생각만 할 뿐이다.


톨게이트 노동자 투쟁에 우리 서울대병원 노동자들도 연대하러 갈 예정이다. 함께 열심히 투쟁해서 꼭 정규직 전환 쟁취하겠다.

© k2s0o1d6e0s8i2g7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