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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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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회사는 또 다른 용역업체일 뿐

문재인 정부, 

정녕 불법파견 범죄자가 되려는가


도명화 민주일반연맹 톨게이트지부 지부장



# 하루아침에 1,500명의 노동자가 해고당했다. 정규직으로 직접고용하라는 법원 판결까지 받아들었지만, 문재인 정부는 끝내 이를 거부하고 용역업체나 다를 바 없는 자회사를 강요했다. ‘자회사로 가기 싫으면 나가라’는 통보와 함께. 지금도 서울톨게이트 위에서, 그리고 청와대 앞에서 이 톨게이트 요금수납원 노동자들은 해고에 굴하지 않고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고공농성에 돌입한 지 열흘째 되던 날, <변혁정치>가 민주일반연맹 톨게이트지부 도명화 지부장의 목소리를 들었다.



서울톨게이트 캐노피 고공농성에 돌입한 지 열흘이 지나간다. 찜통더위에다 수많은 차가 내뿜는 매연 때문에 고역이 이만저만 아닐 텐데, 농성하는 동지들의 상태는 어떤가? 열흘을 요금소 위에서 보낸 심경을 먼저 말씀해주신다면?


처음에는 매연 때문에 힘들었다. 요새는 다들 피부 발진이 좀 심해졌다. 다행히 아직 탈진한 사람은 없다. 다만 바닥에 울퉁불퉁한 턱이 많이 깔려 있어서 넘어져 다친 분들도 있고, 난간도 없어서 혹시 다니다가 실수로 다치실까봐 걱정도 된다.


하지만 여기서 포기할 분들은 없다. 이미 해고된 상황이라 투쟁에 대한 확고함은 더 강해졌다. 가족들이 지지방문도 온다. 남편들이 애들도 데려오고. 처음엔 울기도 했는데, 이젠 가족들이 응원한다. 해결할 때까지 내려오지 말라고, 집 걱정하지 말고 열심히 싸워서 내려오라고 한다.


톨게이트 고공농성장 밑에서 고생하는 조합원들도 많다. 청와대 앞에서도 계속 연행되고 부상당하면서 싸우는 것도 본다. 그러다 보니 밑에서는 위를 걱정하고, 위에서는 밑을 걱정한다. 지금까지 계속 ‘동지, 동지’ 이렇게 서로 불렀는데, 지금 그 동지애를 실제로 느끼고 계신다. 오히려 해고를 당하면서 ‘이대로는 못 끝낸다’는 분노가 더 강해졌다.


민주노총에서도 지지와 연대가 많다. 특히 지난 7월 3일 공공부문 비정규직 파업이 있었을 때, 파업 집회를 오가는 동지들이 방문해주시고 클락션도 울리면서 응원해 주시니까 든든했다.



“해고? 드디어 선을 넘었구나, 이제 겁낼 게 없다”


결국 문재인 정부가 톨게이트 비정규직 노동자 1,500명을 대량 해고했다. 정부와 도로공사는 ‘자회사 전환을 거부한 것은 직접고용을 거부한 것이고, 해고는 노동자 본인들이 선택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톨게이트 노동자들이 해고를 감수하면서까지 자회사 전환을 거부하면서 싸우는 이유를 듣고 싶다.


우리는 자회사가 결국 또 다른 용역업체라고 본다. 지금까지 업체에서 일하면서 갑질, 성희롱, 임금갈취를 당하면서도 혹시나 업체가 바뀔 때 고용승계 안 될까봐 두려워했다. 2007년에는 하이패스를 도입하면서 연간 300명씩 해고당하기도 했다. ‘너 오늘 그만두고 나가’라고 하면 나가야 했다.


더 이상 이렇게는 못 산다. 적어도 해고 걱정 없이 일할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용역업체와 다를 바 없는 자회사로 가게 되면 또다시 악순환을 반복하게 된다.


우리는 해고를 제일 두려워하던 사람들이었고, 그래서 예전에는 말도 제대로 꺼내지 못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해고를 감수하면서 이런 투쟁을 할 수 있다는 것에 오히려 더 행복을 느낀다. 해고당하는 순간 ‘드디어 선을 넘어갔구나, 진짜 겁날 게 없다’는 생각이 든 거다.


정부는 우리가 해고를 선택했다고 주장하는데, 정말 열받는다. 우리는 엄연히 정규직 전환 대상이고 법원 판결도 받았다. 애초에 우리에게 무슨 선택권이 있었나? 정부와 도로공사는 이미 자회사 방침 다 정해놓고, 자회사로 가지 않으면 해고라고 했다. 우리가 해고를 선택한 게 아니라, 정부와 도로공사가 해고를 선택할 수밖에 없도록 우리를 내몬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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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남정수(민주일반연맹)]



원래 톨게이트 요금수납 노동자들은 과거 도로공사 정규직 직원이었다고 들었다. 언제, 무엇 때문에 비정규직으로 바뀌게 된 것인가?


원래 톨게이트는 도로공사 직영으로 운영했었다. 그러다 1995년쯤부터 분기점과 톨게이트가 새로 많이 늘어났는데, 그걸 외주화한 거다. 그리고 도로공사 조기 퇴직자들이 그 외주화한 톨게이트 사장으로 내려왔다. 그러다 1997년 IMF 위기가 터지면서, 서울톨게이트처럼 큰 곳 말고는 기존 영업소까지 외주화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2009년부터는 큰 영업소들도 외주화했다. 저는 2004년에 입사했는데, 거긴 이미 외주화한 영업소였다.


결국 사실상 민영화라고 보면 된다. 도로공사가 구조조정을 더 쉽게 하려고 외주화시킨 거고. 그러면서도 업무지시는 도로공사가 직접 하니, 우리가 1심과 2심 판결에서 불법파견 판정을 받았던 거다.



“성희롱 피해 사례 모으면 소책자 한 권 만들 수 있어”


톨게이트 노동자 대부분이 여성이고, 상당수는 가정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분들이라고 하는데. 그간 비정규직으로 일하면서 노동조건은 어땠는지 듣고 싶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성차별이나 성희롱, 성폭력이 있지는 않았나?


제가 노조 활동을 2014년에 처음 했는데, 알아보니 그동안 최저임금도 안 주면서 일을 시켰더라. 원래 도로공사에서 나오는 복리후생비가 있는데, 업체에서 지급을 안 한다. 업체 사장들이 다 빼간 거다. 가령 피복비를 보면, 우리는 1년에 2번 근무복을 사 입도록 돈이 나오는 줄도 모르고 있었다. 한 벌 주면 그걸로 몇 년을 입었다. 그리고 퇴사하면 그 옷을 반납해야 했는데, 다음 사람에게 그 옷을 준다. 이게 도로공사였다.


여기 일하던 분들 대부분이 여성이고 중년층이다. 요즘은 돌싱도 많고, 가장인 분도 많다. 그러다 보니 여기서 잘리면 당장 생계가 위험하다. 그걸 악용해서 3개월 단위로 계약서를 쓰게 한 업체도 있다.


그리고 근무하다 보면 내부 성희롱이 진짜 심각하다. 대부분 관리자나 사장이 자기 지위를 이용해서 저지르는 것이다. 특히 회식을 빌미로 술자리 불러내는 일이 많았는데. 회식 한 번 하면 집에서 쉬고 있는 수납원들까지 다 불러낸다. 옆에 앉혀서 술 따르게 하고. 2차로 노래방에 가기도 하는데, 심지어 어떤 사장은 노래방에서 바지를 벗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한 번은 제가 직접 본 건데, 회식 자리에서 제 앞에 선배 언니가 앉아 있었다. 그런데 관리자가 자기 팔로 그 언니 가슴을 툭툭 치더라. 제가 보다 못해 그만 좀 하라고 한마디 했다. 그 한마디 했다고 저는 해고 위기까지 갔다. 이런 일이 부지기수로 많다. 심지어 지금도 각 영업소, 톨게이트마다 ‘애인’들 만들어놓는 사람까지 있다. 특히 이혼하거나 혼자 사는 노동자들에게 집중적으로. 그래서 이혼해도 말 못하고 다니는 분들이 많다.


우리가 주목받는 지금, 도로공사가 어떤 곳인지 이 심각한 실태를 알려야 한다. 우리는 사람 취급을 못 받았다. ‘인간답게 살아보자’는 말이 얼마나 가슴에 와 닿았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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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들은 ‘하이패스를 비롯해 톨게이트 요금 정산 업무가 갈수록 자동화되고 있으니, 굳이 사람을 배치할 필요가 없지 않느냐’고 말하기도 한다. 톨게이트 노동자들의 고민도 많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시나?


2017년이었나, 국토부에서 ‘스마트 톨링’을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그게 들어오면 수납업무가 다 기계화돼서 없어질 거라고. ‘우리는 또 없어지게 되는구나’ 이런 얘기들을 많이 했었다.


그런데 스마트 톨링이라는 것도 한순간에 100% 전면 시행하기 어렵고, 도입하더라도 업무가 줄어드는 게 아니다. 하이패스 도입 때도 밖에서 요금 받는 일만 줄어들었지, 하이패스로 인해 새로 생겨나는 업무들이 있다. 지금 일하는 분들 가운데 고령층이 많아서 자연감소 인원이 상당하다. 그 인원을 감안할 때, 도로공사가 우리를 직접고용하면 수납 업무가 점차 없어지더라도 스마트 톨링으로 인해 새로 만들어지는 업무, 즉 대체 업무에 투입해 고용을 보장할 수 있다.


저희가 없어질 수납업무만 계속 고집하는 게 아니다. 다만 이때까지 수납업무를 해왔고 당분간 그 업무가 남아있으니 그걸 유지하되, 스마트 톨링 도입 시 그에 따른 필요 업무가 생기니까 그에 맞게 우리를 배치하면 된다는 거다. 대체 업무가 생긴다는 건 도로공사가 얘기한 것이기도 하다.


오히려 지금 도로공사가 만든 자회사는 요금수납 업무를 전담하기 때문에, 스마트 톨링이 전면화하면 회사 자체를 없애고 우리 모두 해고당할 위험이 훨씬 더 크다. 정부와 도로공사가 자회사를 고집하는 이유가 이것 때문이기도 하다. 도로공사 사장이 기자간담회에서 자회사를 기타공공기관으로 지정해 고용안정 시키겠다고 했다더라. 그런데 스마트 톨링 들어와서 수납업무 없어지면 기타공공기관으로 계속 지정해줄 것 같은가. 지정 취소되고 그 회사 없어지면 하루아침에 우리는 일자리 잃는 거다.



눈빛 하나에도 주눅 들던 조합원들, 이제 ‘싸울 수 있구나’ 느낀다


문재인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서 큰 성과를 냈다고 자화자찬하지만, 정작 톨게이트 노동자들은 1,500명이나 해고당했다. 조합원들이 느끼고 있는 분노나 감정을 전해주신다면?


문재인 정부의 자화자찬, 절대 인정할 수 없다.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면서 1,500명 해고한 게 문재인 정부다. 우리가 도로공사의 만행을 몸으로 다 당했는데, 정부는 나서서 해결하려고 하지 않는다. 거기에 더 분노하는 거다. 우리는 청와대가 직접 책임지라고 요구한다. 지금까지 도로공사 이강래 사장을 욕했다면, 이제는 문재인 비판하는 목소리가 더 크다.


문재인 정부의 자화자찬이 사실과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우리가 직접 보여줄 거다. 우리가 해고까지 감수하면서 이 투쟁을 하는 건, 그동안 쉽사리 넘지 못했던 자회사의 벽을 무너뜨리기 위해서다. 우리는 이미 해고당했기 때문에 두려움이 없다. 이제는 도로공사 직접고용도 물론 중요하지만, 정부에게 무책임과 방관의 책임을 묻고 싶다. 이번만은 어떻게든 쟁취해서 이후 다른 사람들도 기대와 희망을 가질 수 있는 투쟁으로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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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톨게이트 노동자들은 대량해고까지 맞닥뜨린 상황에서도 노숙농성과 고공농성 등 고강도 투쟁을 진행하면서 힘을 잃지 않고 있다. 이렇게 해고를 감내하면서도 조합원들이 투쟁을 강력하게 이어갈 수 있는 힘의 원천이 무엇일까?


저희도 깜짝깜짝 놀란다. 처음에는 조합원들이 ‘투쟁’이라는 두 글자부터 좀 어색하게 느끼기도 했다. 그런데 이 정도로 열정을 갖고 있는지 저도 몰랐다. 도로공사는 우리를 협박하려고 6월부터 1차, 2차 해고를 단행했다. 그래서 6월 한 달간 영업소를 돌면서 투쟁했는데, 조합원들이 오히려 더 굳건해졌다. 예전에는 도로공사 관리자 눈빛 하나에도 주눅이 들었는데, 현장투쟁하면서 계속 찾아가서 싸우다 보니 달라졌다. 조합원들은 도로공사 쪽에 고함치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가 풀린다고 한다. ‘이 사람들과 싸울 수 있구나, 우리가 너무 겁먹고 있었구나’ 하는 걸 깨달은 거다.


정부와 청와대는 자신들이 자회사 방침을 내놓고는 ‘노사가 알아서 하라’며 전혀 책임지지 않고 있다. 이렇게 되면 이 농성투쟁은 길어질 수밖에 없다. 고공농성도 그렇고 청와대 앞 노숙농성도 그렇고, 아무것도 없이 여기서 끝낼 수 없다. 정부가 직접 나서서 교섭 틀을 만들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이 싸움, 처음엔 뭣도 모르고 시작한 사람도 있지만, 이제는 정말 간절하다. 그래서 포기할 수 없다. 조합원들은 이제 이길 때까지 무조건 하겠다고 말한다. 우리 주위에서 여러 동지들이 연대도 많이 해주시고, 지지해주시는 분들도 많고, 언론에서도 많이 다뤄주셔서 지금 많은 힘을 받고 있다. 이길 때까지 투쟁하겠다는 마음으로 싸우고 있으니, 동지들도 우리가 이길 때까지 응원해주시고 지지해주셨으면 좋겠다.



■ 인터뷰 = 이주용기관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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