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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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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 인플루엔자바이러스(AI, 조류독감)가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설날 휴가로 전국 대이동이 시작되면 경상권도 시간문제다. 언론에선 양계축산업계를 걱정하며 닭고기나 오리고기를 익혀 먹고 손을 자주 씻으라고 하는데 그렇게 해서 피해간다면 차라리 다행이다. 현실적으로 대유행(판데믹pandemic)이 전혀 불가능한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 116일 전북 고창에서 발견된 AIH5N8형으로 지난 네 차례 유행한 조류독감의 유형인 H5N1형과 다르다고 알려졌다. H5N1형이 닭에게 치명적인 바이러스였고 상대적으로 오리에겐 산란율을 떨어뜨리는 수준이었다면 이번 H5N8형은 오리에게 치명적 죽음을 가져다주는 고병원성 AI. 이 놈은 1983년 아일랜드의 칠면조에서 처음 분리됐으며, 2010년 중국 장쑤성 청둥오리와 집오리 사이에서 발생했다고 한다.

언론에서는 겨울철새를 감염 확산의 원인으로 보고 있지만 이미 방역은 그 전에 뚫렸다. AI7~14일간 잠복기간을 거치기 때문에 이미 1월초에 변형바이러스가 생겨난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발 미세먼지에 섞여 올 수도 있지만 이미 한국에서 네 차례 AI가 있었기 때문에 한국 내부에서 잠재하고 있던 변형 바이러스의 재창궐일 수도 있다.

AI의 문제는 단지 가금류(집에서 키우는 닭, 오리 같은 조류)의 죽음을 불러 양계장의 존폐만 위협하는 것이 아니다.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인체 감염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건 1997년 이전까지였다. 인간과 조류라는 종간 벽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1997년 홍콩에서 18명이 H5N1에 감염됐고 이 중 6명이 사망했다.

AI 바이러스의 창궐은 14세기 페스트와 비슷하다. 페스트는 비위생적인 노동주거환경 때문에 벼룩에서 옮긴 시궁창쥐의 돌림병이 사람까지 옮아간 전염병이다. 페스트 창궐로 당시 유럽인구는 1/5로 줄었다.

AI는 탐욕스런 육식문화와 이윤효율성이 합쳐진 인간이 만든 괴물이다. 자본가들은 가축들을 빠르게 대량생산하기 위해 온갖 성장촉진제와 항생제 주사를 맞히고 공장형 집단축사를 만들어냈다. 미국에선 닭들이 평생 햇볕 한번 들지 않는 컨베이어 통로에서 태어나고 인간의 식탁으로 곧바로 올라간다. 풀을 먹는 소에게는 강제로 옥수수를 위장에 부어넣고, 자신의 오물 위에서 평생 서 있다가 도살장으로 끌려간다. 이런 잔인한 사육에 반대하는 농부들은 맥도날드 같은 다국적 자본과의 원하청 관계에 따라 계약이 취소되고 길거리에 나앉는다.

동아시아에서는 특히 생산효율성을 위해 맨 아래 돼지, 그 위에 닭 등 가금류를 키우는 시스템이 이 놈들을 키웠다. 닭의 오물을 돼지가 먹고 인간호흡기와 비슷한 돼지호흡기를 통해 조류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침투하는 경로가 되어 조류바이러스가 인간에게 감염되기 시작했다. 모든 세포는 적자생존하기 때문에 백신이나 치료제에 바이러스들이 내성을 보이는 것은 자연법칙이다. AI는 이런 면에서 특히 변신의 귀재. 이런 이유로 계속 백신과 치료제에 내성이 생기는 조류바이러스들이 무서운 속도로 만들어지고 있다. 이미 세계보건기구(WHO)2004년 조류독감이 유행할 때 조류 독감의 변종 바이러스 H5N1가 인간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와 결합, 변이를 일으키면 전 세계에서 수백만명의 사망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05년 위싱턴포스트지는 당시 4세인 베트남의 한 소녀에게서 발견된 AI가 미국을 포함한 12개국 이상의 관련약품에 대해 내성을 갖추고 있다고 보도했다. H5NI형의 치료제인 오셀타미비어(타미플루)와 자나미비어(릴렌자)에 내성을 가진 AI 변형 바이러스가 이미 존재한다는 것이다.

다시한번 중국, 베트남, 한국에서 창궐한 AI가 어디까지 확산하고 어떻게 변형 바이러스를 만들지는 아무도 알지 못 하고 있다. 올해 들어 지난 121일 베트남에서 첫 희생자가 발생했다. H5N1형의 짓이다. 이윤 효율성이 만능의 영순위를 차지하고 있는 한 21세기 페스트의 유령은 여전히 우리 주변을 맴돌고 있다.

 

박정미 노동자계급정당추진위 선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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