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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노조 조직력 복원해 권리 회복 나설 것

노조파괴 범죄 저지른 발레오 자본, 응분의 처벌 받아야         

 


공격적 직장폐쇄와 용역깡패 투입, 뒤이은 친기업노조(어용노조)의 설립과 금속노조 탈퇴 압력... 20102월 경주의 발레오만도(발레오전장시스템즈코리아’)에서 처음 가동된 노조파괴 시나리오는 창조컨설팅 같은 노무법인을 적극 활용한 자본의 대담함과 만나 전국 각지의 민주노조 사업장에서 맹위를 떨쳤다. 자본의 기획탄압을 방조한 노동부와 검경의 문제도 여실히 드러났다. 노조파괴라는 추악한 범죄를 저지른 공모세력들을 철저히 단죄해야 하는 이유다. 7년여 만에 복직한 금속노조 경주지부 발레오만도지회 신시연 동지를 만나 그간의 소회와 앞으로의 다짐을 들어 보았다.



Q 먼저 부당해고 판결의 의미와 직장폐쇄 이후 77개월 만에 복직하시게 된 소감부터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직장폐쇄 된 지 77개월, 부당해고 된 지 72개월 만의 복직인데요. 금속노조 탈퇴 총회 무효소송이 20162월 대법원 판결에서 최종 패소한 상황에서, 그나마 부당해고부당노동행위까지 이겨서 불행 중 다행이라 여기고 있습니다. 노조파괴 목적으로 발레오만도가 창조컨설팅과 공모해서 지회 운영에 지배, 개입한 사실을 법원도 인정한 거예요. 그런데, 부당해고부당노동행위를 다 인정받고서도 금속노조 탈퇴 총회 건에서는 져 버린 거죠. 양승태 대법원장 재임 시절에 나쁜 판례를 또 하나 만든 것 같습니다. 당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대법관 5명은 사측이 창조컨설팅의 노조파괴 시나리오에 따라 금속노조 집단탈퇴를 결정하는 총회에 개입한 정황이 인정되기 때문에 이 총회 결의를 인정할 수 없다는 의견을 냈는데, 나머지 8명은 여기에 대해서 아무런 입장도 내놓지 않았어요. 단지 산별노조의 하부단위(지부 또는 지회)도 총회를 할 수 있다, 이렇게만 정리하는 바람에 결국 총회무효소송이 진 거죠. 그 여파로 금속노조 단체협약까지 다 빼앗겨 버렸어요. 기업노조(발레오전장노조)가 사측과 새로 맺은 단협으로 임금이나 복지 축소는 기본이고, 임금피크제, 정년단축까지 시행되면서, 복직투쟁을 벌였던 29명 중 정년에 걸려 공장으로 돌아가지 못한 동지가 15명이나 되는 안타까운 상황이었죠.

어쨌든 2010년 사측의 중징계 처분 이후 대법원 판결이 있기까지 무려 7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어요. 노동조합 활동이 법정투쟁에만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는 게 평소 제 소신이라면 소신이었는데, 결과적으로는 우리가 투쟁을 통해 들어간 게 아니라 많이 아쉬웠죠. 제가 이렇게 말하면 지역 동지들은 ‘7년 간 버틴 게 어디냐고도 해요. 사실 그것도 무시 못 할 대단한 일이죠. 제가 아쉬웠던 건 그런 부분이었어요. 재판은 재판대로 가더라도, 또 우리 투쟁이 힘 있게 진행되는 과정에서 정리되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신설 라인 별도 배치로 복직자들 고립돼


Q 최근 현장 상황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A 2010년 직장폐쇄 당시 조합원 수가 621명이었는데, 지금 들어가 보니 현장노동자들은 전체 500명 정도 되는 것 같아요. 그 중에 70여 명이 금속 조합원이고 나머지는 기업노조 소속인 상황이고요. 이런 상황에서 이번에 13명의 해고자 복직이 있었던 거죠. 지금 공장이 1공장(본공장)은 승용공장이고 2공장이 상용공장인데, 복직자 13명을 전부 2공장으로 배치시켰습니다. 금속노조 조합원들을 상용공장 안으로 고립시키려는 의도겠죠. 상용공장은 현장노동자들이 상대적으로 적으니까요.

이런 상황들이 현재 조건이고, 지금 사측은 복직자 13명을 한 라인에 투입할 계획이예요. (복직자들끼리) 공장만 같은 게 아니라 같은 팀에 같은 라인으로 편성한 거죠. 그것도 복직자 13명에 기존 승용공장에 있던 금속 조합원 10명까지 상용공장으로 배치해서 23명을 한 곳에 모아놓았어요. 라인 두 개를 새로 깔아서 지금 이 라인만 주간연속2교대를 시행하겠다는 겁니다. 지금 기업노조는 주간2교대제가 아니거든요. 이들의 출퇴근 시간이 다르고 점심시간도 다른 거죠. 결론적으로 저희가 현장노동자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원천 차단하려는 회사의 술책으로 보이는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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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지회는 소수노조라는 불리한 지위와 여건 속에서 현장 조직화에 박차를 가해야 하는 상황인데요, 이에 대한 전망은 어떤가요?

A 내년 3월 말에 교섭창구단일화 절차에 돌입하게 되는데, 그 전에 조합원 수 과반을 확보하지 못하면 또다시 2년간 대표권을 빼앗기게 되는 상황이에요. 그래서 대표권을 획득하기 위해서 지금부터라도 조직사업에 전력을 쏟아부어야 할 것 같습니다.

통상 그래왔듯이 중식선전전 진행하고 홍보물 내는 선에 그쳐선 안 될 일 같다는 판단이 들어요. 그래서 선거투쟁하듯이 맨투맨으로 조직화 사업에 매진해야 되지 않느냐, 이렇게 보고 있어요. 우선 지회 내부가 전반적인 현장 상황을 비상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지난 7년간 고착된 사고방식이 있거든요. ‘어차피 각자 갈 길 가는 거지’, ‘사측 꼼수에 계속 놀아나다 임금도 깎이고 해봐야 저 놈들 정신 차린다.’ 이런 속마음도 솔직히 있는 건데 이래서는 같이 죽는 꼴 밖에 안 되잖아요. 같이 노력해서 공장을 바꿔야 한다, 금속노조의 조직력 복원에 나서야 한다는 생각을 갖도록 해야 할 것 같아요. 사실은 그게 힘든 일이겠죠. 당장 저희가 927일에 복직했잖아요. 사실 복직자들에 대한 현장의 기대도 있을 겁니다. 그래서 저희 복직자들끼리 먼저 잘 소통하고 단결하는 것도 정말 중요하겠죠.

 

해고자 복직다음 과제는 강기봉 구속!’


Q 현장에서 풀어나가야 할 숙제들도 산적해 있을텐데요, 당면 현안으로는 무엇이 있나요?

A 본격적으로 현장에 투입된 게 아직은 아니라서 피부에 와 닿는 건 없어요. 사실 현장의 감시와 통제,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에 대해서는 공장 밖에서 이야기로만 전해 들었고, 심지어 현장노동자들이 지회 소속 조합원들과는 인사도 잘 안 한다고 그랬거든요. 그런데, 막상 복직하고 보니 다들 악수도 청하면서 반갑게 인사하더라고요. 밖에서 우려했던 것보다는 의외로 반갑게 맞아줍디다.(웃음) 이런 상황으로 본다면 현장노동자들과 관계 맺기가 마냥 힘들지만은 않을 것 같다, 그런 좋은 예감도 듭니다. 어쨌든 공장 안에 바꿔야 할 것들, 빼앗긴 권리들이 너무 많으니까, 현장노동자들 한 사람 한 사람 만나다 보면 이야기가 나올 것 같고요.

지금 가장 큰 문제는 강기봉 대표이사가 부당노동행위 재판으로 징역 8월을 선고받았는데도, 구속이 안 됐어요. 그래서 대구지법 항소심 재판이 연말이나 늦어도 내년 1월경엔 시작될 것 같은데, 앞으로 현장에서는 이 재판에 관심이 쏠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해고자 복직이 됐으니, 그 다음 수순인 강기봉에 대한 구속처벌 문제도 현장에서 회자될 수밖에 없겠죠. 그렇기 때문에, ‘강기봉 구속처벌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일 것인가?’라는 현안 과제가 저희에게 주어져 있는 상황이지요.

 

Q 그러면 향후 법정투쟁의 전망은 밝다고 볼 수 있는 건가요?

A 얼마 전에 서울고등법원에서 발레오만도-강기봉 대표이사, 창조컨설팅-심종두 대표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이 진행됐어요. 재판부가 이 판결에서 금속노조에 3천만 원을 지급하라는 선고를 내렸는데, 그 내용을 보면 강기봉의 부당노동행위가 다 인정되고, 창조컨설팅으로부터 받은 총회 회의록, 규약 등 지회 조직과 운영에 지배개입한 증거, 창조컨설팅이 징계해고 절차에 대해서도 사측에 조언한 사실까지 전부 인정이 된 거예요. 발레오만도 자본이 창조컨설팅과 공모해서 노조파괴를 저질렀다는 사실이 인정되어서 위자료 3천만 원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온 겁니다. 앞으로도 사측은 검찰의 봐주기 수사나 사법부의 솜방망이 판결을 믿고 노조파괴 범죄들을 계속 부정하겠죠. 하지만, 이번 손배청구 판결에서 확인된 노조파괴 공모 증거들이 조만간 있을 강기봉 대표이사 형사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저희는 보고 있습니다.

 

시혜 기다리는 것만으로 권리 회복되지 않아


Q 지회가 반전을 준비하고 있는 만큼, 사측의 대응도 더 교활해지겠군요. 노동존중 사회를 만들겠다는 새 정부의 등장이 노동자들의 투쟁에 어떤 영향을 미칠 거라 보시나요?

A 문재인정부가 들어서고 외형적으로는 많이 떠들썩하잖아요. 중앙에서는 노정교섭이 냉랭한 상황 같은데, 지역은 분위기가 사뭇 다릅니다. 경북지역에서는 대구노동청과 민주노총경북본부가 세 차례 만남을 가졌어요. 이 자리에 구미, 포항지청 관계자들도 배석해서 경북지역 5개 투쟁사업장 현안에 대한 협의를 진행했는데, 실질적으로 변한 것은 없습니다. 발레오만도 문제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오갔고 몇 차례 현장답사까지 진행됐지만, 이게 가시적인 변화로는 연결되지 않았어요. 정부나 자본의 시혜를 기다린다고 해서 우리 권리를 저절로 회복할 순 없다고 봅니다. 변화를 이끌어내기보다 기다리자는 말은 결국 투쟁을 회피하자는 이야기와 같죠. 그래서 변화를 만드는 투쟁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게 지금 당장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뷰=임용현기관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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