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가입

변혁정치

> 변혁정치

정부 가이드라인에 기초한

철도공사의 비용절감고통전가 프로젝트

 

임용현기관지위원장


 

역대 정부와 철도공사는 수익성과 효율성의 증대를 꾀한다는 명분으로 외주화를 비롯한 인력감축 정책을 추진해 왔다. 이로 인해 200531,480명이던 철도공사의 정원은 200927,255명으로 4천 명 가량 줄어든 이후 매해 27,000명 선을 유지하는 데 그치고 있다. 반면, 철도공사의 외주화 비율은 꾸준히 증가했다. 20106,983명이던 외주화 인원은 금년 825일 기준 9,187명으로 치솟아 철도공사 현원 대비 30%를 훌쩍 넘어섰다. 현재 철도공사 내 외주화를 시행하고 있는 업무 분야는 열차승무, 선로전환기 청소, 매표업무, 차량 경정비 및 중정비 일부, 광역전동차 중정비, 선로 유지보수, 시설 유지보수(스크린도어), 콜센터 등이다. 이처럼 주요 업무의 상당수를 민간 또는 자회사에 위탁하는 방식으로 광범위하게 외주화가 이루어지면서, 철도노동자들의 고용 및 노동조건은 나날이 취약해졌고 철도 안전 역시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다.

 

시늉만 낸 가짜 정규직화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직후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선언하면서, 판도가 뒤바뀌는 듯 보였다. 지난 7월 정부가 공공부문 정규직화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기관별 심의기구 구성이 속속 진행되는 동안, 철도공사가 그간 추진해 오던 외주화 정책도 일순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부의 정규직화 추진 방식이 비정규직 제로라는 화려한 수식과는 달리 각 기관에서 자회사 설립, 무기계약직 전환, 직무급제 도입 등 온전한 정규직 전환과는 거리가 먼 내용으로 점철되면서, 철도공사의 정규직화 계획도 결국 생색내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같은 우려는 점차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현재 철도공사와 철도노조는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방침에 따라 9,187명의 용역위탁 노동자들에 대한 정규직 전환을 위한 사전 협의(81일 개최)를 시작으로, 전환대상과 범위, 시기 등을 협의하는 노사 및 전문가 중앙협의 기구(이하 노사전문가협의회’)를 가동 중이다. 지난 1011일 열린 노사전문가협의회 2차 본협의에서 철도공사는 철도공사 용역근로자 정규직 전환 추진 방향(이하 추진 방향’) 초안을 제출했다. ‘추진 방향에 따르면, 철도공사는 간접고용 노동자 9,187명 가운데 약 85%에 해당하는 7,850명은 민간 또는 자회사 고용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직접고용으로 전환 계획 중인 나머지 1,337명의 경우에도 현행 근무체계를 그대로 유지하고 별도 직군을 신설해 기존 정규직과의 임금 및 노동조건에서의 차별을 합리화할 여지를 열어뒀다. 여기에서 별도의 직군을 신설한다 함은 곧, 기존의 정규직이 수행하는 업무와 구분해 임금체계를 달리 적용하겠다는 뜻이다. 이번에 공개된 철도 공사의 추진 방향문건에서는 <예시>*와 같이 기준을 제안하고 있다. 표에서 보다시피 유사한 직무들을 묶어 직렬을 두고, 이 유사 직렬을 다시 하나로 묶어 별도의 직군으로 편성하는 것이 철도공사 정규직 전환 방안의 핵심이다. 별도 직군을 신설해 단일 직급을 적용(‘추진 방향문건에서는 호봉제 적용 지양으로 적시)하겠다는 것은 사실상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에 다름 아니다. 15%에 불과한 정규직 전환 대상조차 새로운 직군으로 설정하고 그에 따라 임금도 정규직과 차별해서 지급하겠다고 철도공사는 말하고 있는 것이다.

추진 방향문건은 용역업무 인소싱 시 고려사항에 대해서도 다음과 같이 서술하고 있다. “용역업무 인소싱 시 인건비 증가로 경영부담이 있으므로, 공사 기존 직원의 인건비 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민간 또는 자회사에 고용된 간접고용 노동자 중 고작 15%만을 직접고용하면서도, 그로 인한 인건비 상승분은 정규직 노동자의 임금 삭감을 통해 보충하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온전한 정규직화를 요구하자

이에 대해 철도노조는 정부의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에 역행하는 조치라고 철도공사를 비판한 바 있다. 그러나 철도공사의 이같은 계획은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화 가이드라인이 기초 설계한 방안에 들어맞게 진행되고 있다고 보는 게 오히려 더 타당해 보인다. 1025일 열린 고용노동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 태스크포스 회의에서 이성기 차관은 고용안정을 우선 보장하고 처우개선은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면서 기존 정부방침을 확실히 못박았다. 온전한 정규직 전환보다는 재정부담 및 노동시장 경직성 증가 등 예상되는 부작용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 가이드라인에서 직접고용 정규직으로 전환하되, 별도 직군이 필요한 경우는 신설한다는 예외규정을 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임금체계에 있어서는 전문가 자문 및 노사 협의 등을 거쳐 마련하되, 과도한 국민 부담이 발생하지 않도록 기존 근로자와의 연대 및 협조를 통해 추진한다는 단서를 붙인 이유 역시 동일한 맥락에서다. 이처럼 정부와 철도공사는 자회사 설립이나 무기계약직 전환에 별도의 임금체계를 교묘하게 결합해 비용 절감 효과를 노리고 있다. 지난 십수 년간 외주화된 모든 업무를 철도공사로 환원하고 제대로 된 정규직화가 이행될 수 있도록 현장의 요구와 투쟁을 모아나가야 한다.


* <예시> (표 인용 : 2017.10.11. ‘철도공사 용역근로자 정규직 전환 추진 방향’)

현재 용역업무

직군

직렬

직급

차량정비, 시설전기 유지보수

기술담당직

차량, 시설, 전기

단일직급

역무

역무담당직

역무, 물류

상동

청소경비, 시설관리

업무지원담당직

환경, 경비, 시설관리

상동

© k2s0o1d6e0s8i2g7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