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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호 사회변혁노동자당 2018.02.01 15:25

비정규직의 상태

 

나래비정규교안작성팀

 


정규직이 아닌 이들을 우리는 비정규직이라 한다. 비정규직의 상태는 불안과 차별로 설명된다. 고용불안은 기본이고 복지까지 모든 것에서 차별 받는다. 마치 태어날 때부터 정규직, 비정규직 인생이 따로 있는 것 마냥 우리 사회 안에 깊게 자리 잡았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201711월 기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격차는 최근 10년 사이 두 배 이상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78월 기준 정규직 노동자 월평균 임금은 2843천 원으로 비정규직 노동자 1565천 원보다 1278천 원이 많았다. 임금 외 복지, 휴가, 사회적·문화적 측면까지 따진다면 그 격차는 더욱 커진다.

이처럼 불안과 차별이 고착화된 비정규직의 상황을 좀 더 내밀하게 살펴보면 다양한 권리가 박탈되거나 협소하게 해석되기도 한다.

 

각종 권리의 박탈과 불안정한 삶

본래 비정규직은 자본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고용형태이다. 당연히 노동자의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각종 권리는 박탈된다. 가장 먼저 노동권측면에서 살펴보자. 헌법 제323항은 근로조건의 기준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정한다고 되어있다. 어떤 노동자라도 노동조건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받도록 설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 인간 존엄성을 보장해주는 권리가 노동권이다. 이 권리는 일할 의무가 아니라 노동하는 자의 권리를 담보하기 때문에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많은 일터에서 노동권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취급당하기 일쑤다. 대표적으로 노동3권인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대하는 자본의 태도를 보면 알 수 있다.

최근 정규직 전환과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기업의 꼼수 등으로 노조 조직이 이전보다 활발해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우리나라 노조 조직률은 10%에 멈춰있고, 그 중 비정규직 조직률은 3%가 되지 않는다. 이는 비정규직이 노조 할 권리마저도 접근하기 어려운 상황임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최근 사례를 살펴보면 개인사업자로 등록됐다는 이유로 노조 설립권을 갖지 못한 택배노동자와 대리운전노동자들이 노조설립 필증 쟁취와 특수고용노동자 노동3권 보장을 위한 단식노숙농성까지 벌였고, 천신만고 끝에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에 한해 노조설립신고필증이 교부되기도 했다. 노조를 만들기도 어렵지만, 단체교섭을 하는데도 회사가 불성실한 태도를 보여 많은 노조가 어려움에 처하기도 한다.

노동권의 박탈은 삶의 불안정성으로 연결된다. 건축 및 토목 대기업 현대엔지니어링에서 20047월부터 20156월까지 1년 단위 계약을 반복하며 약 10년 동안 13차례 해고와 계약을 반복한 사례가 있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올해 최저임금 7530원으로 16.4%가 인상되면서 기업의 각종 꼼수는 극에 달하고 있다. 이 꼼수의 대상은 고용이 불안정하고,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각종 아르바이트, 건물 청소원, 환경미화원 등 비정규직 노동자이다. 불안정 고용과 저임금, 열악한 노동환경은 인간다운 삶의 기준을 바닥으로, 더 낮은 바닥으로 끌어당긴다. 20165월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사망한 김 군의 가방에 있던 컵라면이 비정규직의 삶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처럼 각종 권리를 박탈당하고 불안정해진 삶을 살아가는 비정규직은 마치 실패한 사람인 듯 낙오자 취급을 받는다. 자본의 무한경쟁시스템에서 밀려났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경쟁이다. 학벌, 취업 등 극심한 경쟁이 익숙한 세대들은 경쟁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당연히 남을 밟고 올라서야 한다. 경쟁에서 살아남는 게 능력인 것이다. 그렇게 해도 아무도 힐난하지 않는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경쟁시스템에 익숙해진 것이다. 최근 인천공항공사 정규직 전환 논란이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비정규직의 상태는 바로 우리사회의 바로미터

경쟁의 사다리 맨 밑바닥에서 노동권 박탈 뿐만 아니라 인간으로서 존엄성까지 훼손당하고 있는 비정규직의 현실은 당사자 혼자서 감내할 수 없는 문제가 된 지 이미 오래다. 점차 심각해지고 있는 비정규직 문제로 사회 전체가 불안정해지고 위험에 빠져들고 있기 때문이다. 자본은 자기 필요에 따라 고용과 해고를 자유롭게 하고, 핵심업무와 비핵심업무로 나누어 외주화를 확산해왔다. 이로 인해 비정규직 노동자와 그 가족들은 저임금의 열악한 노동조건, 고용마저 불안정한 삶을 강요 받은 채 사회 구성원으로서 온당히 누려야 할 권리에서 소외당해야만 했다. 결국, 비정규직의 상태는 우리사회의 안정성을 판단할 수 있는 바로미터이다. 비정규직 당사자만이 아니라 모든 이가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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