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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그 분의 파면을 원합니다!”

 

인범서울대 H교수 사건대응을 위한 학생연대


  

대학가에서 고발과 저항이 계속되고 있다. 권력과 젠더를 무기로 억압이 이어져오던 추악한 현실이 민낯을 드러냈다. 수많은 대학의 캠퍼스에서 각기 다른 사건들이 고발된다. 저마다 다른 양태지만 하나의 실체를 가진 억압들에 모두가 맞서 싸우고 있다.

서울대 학생들도 부족하게나마 이 움직임에 동참했다. 우리는 지난 3월부터 천막농성을 시작하였다. 수년 간 성폭력과 갑질을 저지른 사회대의 H교수를 파면하고, 이 사건을 대하는 서울대 본부의 안일한 태도를 규탄하기 위해서이다.

 

H교수의 파렴치한 갑질과 인권센터의 무책임한 태도

H교수라는 사람은 굉장히 악질이다. 그가 저지른 비위를 축약해서 각자 한 문장으로 정리했는데, A4 3페이지 분량이 나왔다. 그는 수년 간 지도 대학원생, 학생, 학과 노동자 등을 대상으로 성폭력, 폭언, 노동착취, 횡령 등을 저질렀다. 끌어안기나 등 쓰다듬기 등의 원치 않는 신체접촉부터 수업에서 상대방의 성적 사생활을 이야깃거리로 삼기, 외모 품평까지 입에 담기조차 꺼려지는 성폭력을 저질렀다. 제자들에게 쓰레기다”, “미친X”등의 언어폭력을 일상적으로 저질렀고, 대학원생들에게 자택 청소와 옷 수선을 시키고 이러한 업무지시 목록이 담긴 파일을 드롭박스 공유폴더 등으로 계속 업데이트해 지속적으로 업무를 강요했다. 이런 업무에 대한 대가로 금전을 지불했는데, 이 돈은 지도 대학원생들이 받아온 연구비를 횡령한 돈이었다. 대학원생들은 명절·휴일 없이 항시 대기해야 했고, 압박에 따르지 않는 학생들에게는 졸업할 수 없다고 협박했다.

H교수는 범죄를 저지르는 데에 본인의 권력을 적극적으로 이용했다. 자신이 권력에 우위에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삼았고,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협박을 가했다.

결국 대학원생들이 그의 범죄행각을 20173월에 서울대 본부 산하 인권센터에 고발한다. 그런데 인권센터는 조사 후 정직 3개월만을 대학본부에 권고했다. 학생들이 면담에서 이유를 묻자, 본인들도 판결 내용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한다고, 교수-학생 간 범죄에 대한 경험이 부족해 잘못을 했다고 털어 놓았다. 대학본부는 몇 개월 간 징계를 내리지도 않았다. 규정에 명시한 기간을 어겼지만, 학생들이 이유를 묻는 공문을 보내도 답조차 하지 않았다. 그렇게 몇 개월을 끌고 나서야 학생들을 만나줬지만, 교수들 간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강한 징계는 어렵다거나, 징계는 본부 소관이 아니라 잘 모른다는 무책임한 답변만 늘어놓으며, 전반적인 교수 성폭력·갑질 문제에 대해 본부의 이해관계를 더 중시하는 태도와 대책의 부재를 드러냈다.

 

변하지 않는 학교에 맞서고자 학생들은 행동에 나섰다

당사자는 배제되고 처벌은 보직교수집단의 이해관계에 종속되어 있었다. 이 상황에서 사건은 제대로 해결될 수 없었고, H교수는 3개월 후 학과에 돌아오게 될 것이다.

그런데 서울대의 구조적 한계가 오히려 모든 구성원을 하나로 모은다. 인권센터가 조사 후 정직3개월을 발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직접 피해를 받지 않은 학과 학생들을 중심으로 H교수 사건에 대응하기 위한 모임이 생겨났다. 이들이 총학생회, 여성주의 학회 등과 연대를 맺으면서 20177, ‘H교수 사건대응을 위한 학생연대라는 조직이 만들어진다. 학생연대는 결성 직후, 서울대 내에서 사건의 해결이 어렵다는 판단 하에 H교수 사건을 사회적으로 공론화한다. 그리고 교수의 권위를 뒷받침할 뿐인 인권센터의 한계와, 문제의식 없는 본부를 집중적으로 압박한다.

올해 3, 대학본부는 면담을 거부하고 어렵게 다시 성사된 면담에서도 학생들의 섭섭함은 잘 알겠지만” “우리도 사정이 있으니 학생들이 이해해라라고 대책 없는 모습을 보여준다.

학생들은 면담을 끝내고 곧바로 천막농성을 시작한다. 학교가 변하지 않는다면, 이 사안에 심각성을 느끼지 못한다면 H교수 사건은 영영 해결되지 못하고 학생들은 학교에서 안전하지 못할 것이다. 때문에 모든 사람들이 행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실행에 옮겼다.

학생들은 현재 35일째 천막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매일같이 서로 다른 방법을 써 가며 H교수의 파면과, 불통-늑장 징계 사과 그리고 재발방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투쟁의 경험도 의지도 종합적으로 부족한 학생들이 계속 천막농성을 이어가는 것은 H교수를 쫓아내고 대학을 바꾸는 것이 우리에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H교수의 비위와 이에 대한 문제제기는 권력형 성폭력과 동시에, 소위 갑질이라 불리는 폭언·사적 업무지시·지위를 이용한 협박 등을 포괄한다. 갑질은 권력관계와 불평등한 제도가 적나라하게 반영된 현상이고 사회의 모든 영역에 만연하지만 제대로 문제제기가 되지 않고 있다. 갑질을 가능케 한 권한의 차이도, 그로 인해 구조화된 역량의 차이도 다 짚이지 않았다. 곳곳에서 터지는 사건의 충격들에 비해, 기저에 있는 권력은 아직까지 충분히 파헤쳐지지 않았다. H교수를 파면하고 재발방지책을 마련한다는 것은 (가해의 처벌과 피해의 회복이라는 매우 중요한 가치도 있지만) 젠더권력과 함께, 제도적·지적 권력의 불평등까지도 함께 문제제기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또한 학생들은 H교수 사건을 대하는 인권센터와 본부의 무능에 대해서도 비판하고 있는데, 우리에겐 이 지점 또한 큰 의미를 가진다. 우리의 경험을 통해 사건의 실질적인 해결을 위해, 대학본부와의 싸움은 피할 수 없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권력관계와 불평등한 제도에서 비롯된 문제, 근본적인 개혁 필요해

지금까지 권력들은, 자신들의 힘을 내려놓지 않은 채 그럴 듯한 제도적 변화만을 주고 저항을 무마하려 했다. 교수와 지도 대학원생 간 근본적인 권한의 차이를 묵인한 채, 학내에 조사기관이나 협의기구가 있으니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처럼 행세했다. 서울대도 마찬가지다. 서울대는 과거 신교수 사건을 시작으로 최근 수리과학부 K교수 사건까지 끊임없는 교수 성폭력 사건에 시달려왔다. 그 때마다 학생들의 저항이 계속되었고, 인권센터 등 학생인권을 지켜줄 수 있다는 전문 기구 등을 수립해왔다. 그러나 교수-학생 간 권력문제가 발본적으로 해결되지 않았기에, 이들 기구는 오히려 권력을 가진 교수 집단의 안위를 보장하는 역할을 자임했다. 인권센터는 학생들에게 강력한 처벌을 내리던 이전 관행과는 달리, 교수들에게는 솜방망이 처벌을 내렸다. 2017년 인권주간이라는 학내 사업을 준비하면서 교수 갑질을 의제로 다루려는 학생들을 교수 명예훼손을 근거로 준비팀에서 쫓아냈다. 이러한 한계들은 결국 인권센터의 모든 임명권이 본부에 귀속되어 있고, 학생들의 참여가 배제된 상황에서 기인한다. 학생들은 제도가 있더라도 이를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이고, 오히려 권력을 가진 본부와 교수들이 제도를 역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결국 서울대 이면에 자리 잡은 권력의 차이를 문제제기하지 않는다면 진정한 해결은 난망하다. 권력관계의 양태로 드러난 갑질문제와 제도적 한계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하고, H교수 파면 운동은 그래서 지금의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운동이다. 오늘도 서울대 구성원들은 각자의 믿음 하에 조금씩 힘을 보태 천막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H교수에 대한 본부의 확정된 징계결과가 나온다. 학생들은 지금까지 권력에 붙어 피해를 기만해오던 악습에 대한 변화를 요구했고, 이제 대학본부의 선택만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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