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가입

변혁정치

> 변혁정치

64-변혁정치가만난사람01.jpg

노동자학생 연대투쟁으로

비정규 체제 변화시키고 싶어요

무늬만 정규직생색내기 정부 정책, 잘못됐다


# 지난 315, 전국대학노동조합 서울대지부전국민주일반연맹 서울대 청소경비분회기계전기분회 등의 학내 노조와 서울대 단과대 학생회 5/반 학생회 5곳을 포함한 22개 단체들이 모여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이하 비서공’) 출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들은 학내 용역파견 노동자에 대한 정규직 전환 합의가 임금 및 노동조건에서 차별 없는 제대로 된정규직 전환을 보장해야 한다며 학교 측의 처우 개선을 촉구했다. 이처럼 불안정 노동이라는 공통의 지반 위에 발 딛고 서 있는 학생과 학내 비정규직 노동자가 서로를 조직하고 연계하는 활동들이 서울대, 인천대를 비롯한 각 대학에서 움트고 있다. ‘비서공구성을 제안한 서울대 사회대 학생회장 윤민정 동지를 <변혁정치>가 만났다.

  

Q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을 발족하게 된 계기와 목적은 무엇인가요

A 올해 26일에 서울대에서 본부와 용역파견 노동자 763명이 노사 및 전문가협의회를 통해 직접고용 합의를 했어요. 이번 합의는 국립대학인 서울대가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 따라 정규직화 방침을 이행한 것인데요, 실제로는 무기계약직 전환을 통한 고용안정 수준에 그쳤거든요. 그 당시 제가 사회대 학생회장을 하고 있었는데, “이번 합의를 통해 학내 용역파견 노동자들의 처우가 정말 개선된 걸까?” 이런 의문이 들었어요. 현장노동자들로부터 직접고용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결론적으로는 정년 감축 등 기존의 법인 직원(정규직)과 임금과 복리후생 등에서 처우가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 그보다 반 년 앞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기간제 조교 노동자의 문제도 있었는데요. 이 노동자들은 소위 비학생 조교라고 하는, 학사 운영 사무직이거든요. 기간제 조교 노동자들이 작년 5월에 총파업 투쟁을 해서 결국 무기계약직화를 이뤄냈는데, 이 노동자들도 근속년수에 따라서 20%에서 많게는 44%까지 임금을 삭감하는 안을 수용하는 대신 정년을 보장받았다고 하더라고요.

여기에 뭔가 공통된 흐름이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알게 된 것 같아요. 지금 정부에서 추진하는 정규직화라는 것도 간접고용을 직접고용으로 바꾸거나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면서, 그 과정에서 노동자의 존엄이나 생계를 사실상 협상하게 만드는구나... 이런 문제의식이 그 때 생긴 거죠. 그래서 사회대 학생회가 여타 학생회 단위와 학내 비정규직 노동조합들에 제안을 해서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이라는 연대체를 만들게 되었어요. 그 때부터 비서공은 임금이나 노동조건 등에서 기존 정규직 노동자들과 어떠한 차별도 없는, 제대로 된 정규직화를 목표로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죠.

 

기업화된 대학에 맞서 싸우는 당사자로서 연대감 돈독해


Q 서울대 뿐만 아니라 동국대, 연세대 등 여러 대학에서 최근 구조조정에 맞선 투쟁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해고와 같은 대학 비정규직의 노동 실태와 조건이 실제 학생들에게는 어떻게 다가오나요?

A 애초에 학생들이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연을 맺게 된 계기가 비학생 조교에 대한 해고 반대 투쟁을 하게 되면서부터였어요. 학생들은 이 시기에 시흥캠퍼스 대응 문제라든지 총장 퇴진 운동 등 대학본부의 전횡에 맞선 투쟁을 한창 전개하던 와중이었어요. 학생들도 대학이 너무 돈만 밝히고 우리 의사는 전혀 반영하지 않는다는 문제의식이 되게 컸던 때였거든요. 이런 고민들이 맞물리면서 학생들과 대학 노동자들의 처지가 다르지 않다는 공감대도 많이 확산된 것 같아요. 저희가 투쟁할 때 비학생 조교 노동자들의 연대가 활발히 이뤄졌었고, 또 비학생 조교 노동자들이 파업 투쟁을 진행할 때에는 학생들의 연대가 지속되면서 서로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 기억이 있습니다. 힘들었던 시기에 연대 동지로 만났던 그 경험이 상호 신뢰를 쌓을 수 있었던 소중한 경험이었어요.

이번에 비서공을 시작하면서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학생회와 동아리 등 22개 학내외 단위들이 함께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아무래도 그런 경험들이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봐요. 연세대나 고려대, 동국대에서도 학생들이 느꼈던 고민들도 아마 비슷하지 않았을까요? 대학생, 비정규직 노동자 모두가 동일한 구조로 인해 억압받고 있다는 생각이 평소에 컸기 때문에, 기업화된 대학에 맞서 싸우는 당사자로서 연대감이 생길 수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Q 문재인 정부가 노동존중 사회를 만들겠다면서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선언했는데, 대학 비정규직 철폐를 요구해 온 대학생 주체로서 느끼는 이전과의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대학에서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요구할 때 이전과 달리 유념해야 할 부분이 혹시 있을까요

A 종전에는 간접고용 같은 잘못된 고용형태들이 우리 주변에 너무 만연해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 실태가 노골적으로 드러났었잖아요. 서울대의 경우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길게는 30년 가까이 학교에서 일해 왔지만, 매년 근로계약서를 써야 했대요. 그런 문제들은 이번에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면서 일단 해결은 된 거죠. 그런데, 정말 말도 안 되는 건 무기계약직 전환을 하면서 근속년수는 인정을 안 해준다는 거예요. 10, 30년 씩 일한 사람인데, 그러면서 임금삭감 문제가 동반하는 거거든요.

지금 우리가 주목해야 할 지점은 정규직이라는 게 왜 기본적인 권리인지, 오래 일한만큼 합당한 보상을 하라는 것이 왜 당연한 요구인지, 그리고 이런 것들이 왜 협상의 대상으로 전락해선 안 되는지를 말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렇지 않으면, 사람들은 문재인 정부의 시혜적 조치들로도 충분하다고 느낄테니까요.

  64-변혁정치가만난사람02.jpg


경쟁과 차별이 내면화된 사회에 문제제기하는 목소리 높아져


Q 기간제 교사, 학교 비정규직 등 비정규직 철폐를 요구하는 노동조합들이 많은데요, 대학 비정규직의 온전한 정규직 전환이 전체 비정규직 철폐 투쟁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A 우선, 대학이라는 공간이 갖는 특성을 무시할 수 없을 것 같아요. 과거에 비해 많이 위축됐다고들 하지만, 노동자-학생 연대의 전통이 여전히 살아 숨 쉬는 곳이 바로 대학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사실, 비정규직 문제가 학생 당사자의 문제도 아니지 않느냐는 질문을 그간 종종 받기도 했어요. 그럴 때마다 이런 이야기를 자주 나누게 되는 것 같습니다. 경쟁과 차별을 당연시하고, 기본적인 권리를 경쟁해서 이겨야만 얻을 수 있는 보상물로 둔갑시키고, 그렇기 때문에 우리 사회의 양극화, 불평등 문제가 심화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하는 얘기 말이에요. 저는 전체 비정규직 운동 차원에서도 대학이라는 공간에서 할 수 있는 게 참 많을 거라고 생각해요. 누군가의 처우 개선을 위한 경제적인 요구뿐만 아니라, 이 사회 구조가 작동하는 방식에 대해, 혹은 사람들이 보편화된 사회 원리라고 믿어왔던 능력주의 같은 이데올로기에 대해서도 정치적인 문제제기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기 때문이죠. 대학 비정규직 철폐 투쟁을 통해서 이런 목소리가 더 커질수록 전체 비정규직 투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요.

 

Q 특히나 비서공에서는 전국대학노동조합, 전국민주일반연맹 등 노동자들과 연대체를 꾸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큰 것 같습니다. ‘비서공이 생각하는 노학연대의 현재적 의미는 무엇일까요

A 제가 보기엔 학생들도, 청년들도 겪고 있는 그 삶이라는 게 예전과는 많이 다르다고 생각해요. 과거에 비해 요즘에 특히 부각되는 건 우리의 불안정한 삶, 우리 앞에 닥쳐있는 불안정노동이 아닐까 싶은데요, 이런 불안한 삶과 노동이 학생들을 계속 입시경쟁, 취업경쟁, 스펙경쟁으로 내모는 것 같아요. 비정규직 제도는 필연이고 비정규직 되지 않으려면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종용하는 사회 안에서 청년학생들은 이렇게 숨 막히는 경쟁과 차별을 하루하루 견뎌내야 하잖아요. 대학 본부든 기업이든 그들이 매긴 순위에 따라 나의 권리나 존엄이 유예되거나 무시돼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당연히 아무도 없을 거예요. 무한경쟁과 차별이 내면화된 사회에 대한 이런 문제의식들이 결국 노학연대의 필요성으로 발돋움하는 것 아닐까요?

  

비정규직 없는 대학넘어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향해


Q 마지막으로 2018년도 4.30 청년학생문화제의 목표와 비서공의 활동 계획에 대한 말씀 부탁드릴게요

A 올해 4.30 청년학생문화제는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대학생들이 요구하자는 기치로 진행할 예정이고요. ‘비서공에 함께하는 주체들도 이 활동에 상당히 애착을 갖고 헌신적으로 결합하고 있는데요. ‘비정규직 없는 대학 만들기를 시작해보자고 처음 제안했을 때만 하더라도, 저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학내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열악한 처우에 눈 감지 않고 공감할 수만 있다면 정말 좋겠다는 기대가 전부였거든요. 그런데, 학생들이 비정규직 문제를 알면 알수록 그것이 한국사회를 관통하는 근본적인 문제라는 걸 많이 깨닫는 것 같더라고요. 적어도 비서공구성원들 사이에서는 이 세상에서 비정규직 제도가 사라져야 하고, 기간제 교사 문제도 해결돼야 한다는 인식들을 공유하고 있어요. 앞으로 비정규직 없는 대학을 넘어서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제대로 실현할 수 있도록 학내외로 연대를 지속해나갈 예정입니다.

인터뷰=임용현기관지위원장

© k2s0o1d6e0s8i2g7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