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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지배에 고속도로를 깔아주자

벤처기업 차등의결권 도입에 감춰진 속내

 

고근형정책선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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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정책위 의장이 지난 1016, “우리나라도 이제 기술력이 있는 창업벤처기업에 한해서라도 차등의결권 도입을 적극 검토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며 차등의결권 도입에 불을 지폈다. 이미 최운열 등 민주당 국회의원들은 830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벤처기업육성법) 개정안을 통해 비상장 벤처기업 차등의결권 도입을 국회에 발의한 상태다. 차등의결권 도입을 두고 보수언론은 적극 환영을, 시민사회단체는 결사반대를 외치고 있다. 도대체 차등의결권이 무엇이기에 이 난리란 말인가. 차등의결권 도입을 둘러싼 이들의 속내는 무엇일까.

 

말로는 벤처기업 보호, 속내는 재벌 지배 강화

우선 차등의결권이 무엇인지부터 짚고 넘어가자. 차등의결권은 말 그대로 경영진 또는 대주주가 소유한 주식 한 주의 의결권을 보통주 여러 주의 의결권과 동등한 효력을 갖게 하는 것을 뜻한다. 즉 경영진이나 대주주에 한해 적은 주식을 갖고도 기업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힘을 갖게 하는 제도다. 한눈에 봐도 경제민주화의 흐름에 역행하는 정책을 왜 민주당 정책위 의장이 발의하게 됐을까. 일반적으로 차등의결권을 주장하는 측은 경영진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의결권에 차등을 두어야 한다고 말한다. 외부 지분율이 커질수록 경영자가 경영권 위협을 느끼게 되면 주식 투자 규모를 줄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 결과로 기업 성장이 둔화될 수 있기 때문에 차등의결권 도입을 통해 투자 유치 과정에서 경영자의 경영권 상실 위협을 줄여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악용의 소지가 매우 크다. 특히 대주주가 기업 발전이 아니라 개인적 이익만을 위해 차등의결권을 악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그래서 김태년은 이미 총수일가의 폐해가 드러난 대기업이 아닌 비상장 벤처기업에 한해서 차등의결권을 도입하자고 주장한다. 벤처기업의 성장을 위해서는 과감하고 활발하게 투자를 유치하고 사업을 벌여야 되니, 벤처기업만큼은 창업자의 경영권을 보호해주자는 것이다.

그러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논평을 통해 밝혔듯, 사실 벤처기업 창업가의 경영권 방어는 차등의결권 없이도 가능하다. 경영진의 경영권 보장이 더 큰 수익을 투자자에게 창출할 수 있다는 점만 입증하면, 투자자 입장에서도 굳이 경영권을 공격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즉 비상장 벤처기업의 경우 주주 간 계약을 통해 경영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굳이 차등의결권을 도입하지 않더라도 벤처기업 경영진의 경영권 보호는 가능하다는 말이다.

그럼 왜 굳이 차등의결권일까. 김태년이 굳이 대기업을 차등의결권 대상에서 제외했지만, 우습게도 핵심은 재벌총수의 지배 강화라고 봐야 한다. 가령 재벌그룹 하에 벤처기업을 신설하고, 벤처기업이 그룹 지주회사 지분을 장악하는 모델을 생각해보자. 이 경우 재벌 총수일가가 벤처기업 지분만 갖고 있으면 완벽하게 그룹 전체를 좌지우지 할 수 있게 된다. 벤처기업은 차등의결권 도입 대상이기 때문에 총수의 경영권이 가히 절대적이다. 총수가 차등의결권으로 벤처기업을 장악하고 벤처기업이 지주회사를 장악하고 지주회사가 그룹을 지배한다. 따라서 재벌총수가 그룹 전체를 장악한다는 것이다. 재벌총수가 그룹을 활용해 어떤 범죄를 저지르든, 경영권을 세습하든 막을 방법이 없다. 재벌 지배 강화에 고속도로를 깔아주는 격이다.

 

재벌체제 청산 외면하는 정부, 무서울 정도로 빠른 개혁 후퇴

앞서 언급한 모델이 아니더라도, 이번 차등의결권 도입은 재벌 지배 강화로 귀결될 공산이 크다. 차등의결권 제도는 기업 내 총수의 운신의 폭을 넓혀주기 때문에, 재계는 오래 전부터 차등의결권 도입을 주장해왔다. 기업 총수들은 자신들의 경영권 보장이 기업 성장에 꼭 필요하다며 이를 정당화한다. 문제는 문재인 정부가 최근 이 논리를 모두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정부는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해서는 기업의 혁신성장이 필요하고, 혁신성장을 위해 재벌총수들이 힘 좀 써달라는 입장을 자주 밝힌다. 문재인이 재벌총수들을 직접 만나 일자리 창출을 구걸한 것이 그 상징이다.

이 논리를 모두 받아들인다면 차등의결권 도입 확대에 반대할 근거가 전혀 없다. 벤처기업 차등의결권 도입이 결국 재벌기업에 대한 차등의결권 적용으로 확대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재벌총수들은 대기업에도 차등의결권을 도입하라고 요구할 것이고, 정부 역시 혁신성장일자리 창출을 위해 재벌총수의 지배력 강화를 보장할 차등의결권을 확대할 것이다. 재벌총수는 이제 무소불위의 권력을 갖게 된다. 이쯤 되면 재벌체제 청산은 공염불인 셈이다. 촛불항쟁 발발 만 2, 민주당은 완벽하게 촛불을 배신했고, 재벌총수는 촛불항쟁으로 빼앗겼던 권좌를 되찾았다.

너무 끔찍한 전개인가. 그러나 이미 민주당 당론으로 채택되고 국회에 법안까지 발의된 상태다. 발 빠른 대응이 없다면 재벌 지배 강화는 현실이 된다. 이런 맥락에서 재벌총수 경영권 박탈 투쟁이 매우 중요하다. 온갖 비리와 갑질 범죄, 비정규직 양산과 노조파괴 등 재벌 지배의 추악한 진실을 드러내고 재벌의 경영권 보장이 사회악임을 밝히는 투쟁이기 때문이다. 재벌 지배가 사회악으로 드러나는데도 정부가 차등의결권을 도입하려 한다? 그렇다면 문재인 정부와 재벌체제를 함께 청산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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