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변혁정치

> 변혁정치

불온한 세상을 향해 인권을 외치다

 

랄라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

 



올해는 세계인권선언이 만들어진 지 70년 되는 해입니다. 1948년 두 차례의 세계 전쟁을 겪은 인류는 좀 더 나은 세상과 삶, 인간의 존엄을 약속했습니다. 세계인권선언은 전쟁의 참상에서 벌어진 야만과 타인에 대한 낙인·배제의 경험을 다시는 반복하지 말자는 다짐 속에서 인간의 자유, 평등, 존엄을 확인하는 선언이었습니다. 그로부터 70년이 지났습니다. 70년 전 다짐은 우리 사회에 얼마만큼 뿌리 내리고 있을까요?

 

세계인권선언 70, 인권은 어디에 있나요?

최근 다양한 인권의 현장에서 인권의 목소리를 왜곡되게 해석하는 이들이 자주 등장합니다. 양심적 병역거부에는 양심팔이를 운운하고, 미등록 이주노동자 강제단속 관련해서는 가짜 인권팔이라고 합니다. 난민의 인권을 옹호하는 현장에서는 매국인권이라 합니다. 이권단체, 인권팔이, 매국단체, 양심팔이, 종북, 더 나은 세상을 모색하는 움직임과 사회적 약자의 편에서 누군가의 인권을 옹호하는 행동과 언어가 곡해되어, 그것이 또 하나의 의견과 목소리처럼 울려 퍼지고 있습니다. 참으로 참담한 현실입니다. 환대와 존중의 언어가 되어야 할 인권이 어느 순간부터 니편/내편을 가르는 경계가 되고 타인을 배제하는 언어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진짜인권/가짜인권 프레임으로 인권을 이분법적으로 나눠 그로 인한 차별과 배제를 손쉽게 선택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경쟁과 서열화가 정당화되고, 누군가는 거리로 나앉고 있습니다. 더욱 빈곤해지고, 노동의 권리는 존중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용기 있는 말하기는 피해자다움을 강요당하고, 나이와 신분, 성적지향, 장애 등 서로의 차이는 존중이 아니라 차별과 배제가 당연한 세상이 되었습니다. 70년 전 울려 퍼지던 총성은 멎었지만 타인에 대한 외면과 낙인, 인간의 존엄을 등한시하는 현실은 모습만 바뀐 채 그대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불온한 세상을 향해 인권을 외치다

이런 현실에서 그 어느 때보다 인권을 외치는 것이 중요한 시간들이었습니다. 세계인권선언 70년을 맞이하여, 몇몇 인권단체들은 역사를 기억하고 기념하는 인권선언일을 넘어서 이 시대 인권의 가치가 담긴 살아 숨 쉬는 인권선언이 될 수 있는 방향에 대해 고민했습니다. 사상과 양심의 자유가 보장받는 세상, 경쟁과 이윤보다 사람이 중요한 세상, 난민이 환대받는 세상, 누구나 평등한 세상, 노동의 권리가 인정받는 세상, 다름이 차별이 되지 않는 세상,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세상. 우리가 꿈꾸는 세상이 불온하다면 우리는 불온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더 인권을 외치자. 이런 고민을 담아 <세계인권선언 70, 불온한 세상을 향한 인권> 인권주간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하였습니다.

 

1129일 인권주간 선포기자회견을 시작으로, 121일에는 홀로코스트 낙인의 상징이었던 역삼각형이 아니라 낙인, 차별, 폭력에 저항하겠다는 의지를 담아 무지개 정삼각형을 만드는 플래시몹을, 128일에는 인권의 문제이지만, 인권의 문제로 해석되지 않는 한국사회의 주요 이슈에 대해 토론하고, 공동의 지혜를 모으는 인권운동포럼을 진행했습니다. 또한 70주년을 맞아 인권을 바라는 700인의 인증샷과 집회, 기자회견, 토론회 등 한국사회 인권의 주요 이슈들을 외치며 인권주간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강자와 약자를 나누는, 진짜와 가짜를 나누는, 니편 내편을 나누는 잣대로서의 인권이 아니라, 다름을 인정하고, 평등하고, 좀 더 살만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인권을 외치는 시간이었습니다.

 

인권은 여전히 거리에 있다

1210일 문재인 대통령은 인권선언일 기념식에서 평화를 정착시키는 것은 우리 민족 모두의 인권과 사람다운 삶을 위한 것을 이야기했습니다. 같은 시각 400일 가까이 고공농성을 하는 노동자와 그의 동료들은 차가운 아스팔트 바닥에서 오체투지를 하며, 곡기를 끊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같은 날 한 택시 노동자는 벼랑 끝에 내몰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안온한 기념식장의 인권, 거리의 인권, 벼랑 끝으로 내몰린 노동자의 인권. 모두 같은 인권이지만 서 있는 곳은 서로 달랐습니다. 이것이 우리 사회 인권의 씁쓸한 현주소가 아닐까요? 여전히 우리사회 곳곳에 인권의 고민이 필요합니다. 세계인권선언 70, 기억과 역사 속에 갇힌 인권선언일이 아니라 시대의 인권을 반영하여 더욱 불온한 인권의 이야기를 만들어갈 수 있는 새로운 시작이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