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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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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롭고 고독한 비정규직 노동자

시간강사문제를 어찌해야 하는가?

강사법을 둘러싼 논쟁의 허구성

 

배성인(한신대)서울

 



백만 스물 하나, 백만 스물 둘

이 소리는 예전에 힘이 세고 오래가는 배터리, 에너자이저의 광고 카피다? 아니다. 이른바 비정규교수들인 시간강사의 처지를 나타내는 소리다. 힘이 약하고 오래 가지 못하는 강사들은 쓸모가 있다고 판단되면 갖다가 쓰고 에너지가 다 소모되면 갖다 버리는 일이 일상이 되었다. 이들에 대한 호칭은 신분과 위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학계에서는 처음 만난 사이라도 학번, 학벌 등 굳이 호구조사를 안 한다. 주변에서 이를 확인해주기 때문이다. 박사라고 부르면 강사 신분이고 교수라고 부르면 거의 정규직 교수로 인식된다. 누군가는 호칭을 바탕으로 차이를 더욱 드러내야 문제의식이 확대되고 진보 학계의 허구성이 폭로될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그건 뭘 모르는 소리다. 지난 30여 년 동안 교수연구자 운동을 지켜보거나 직접 참여한 경험으로 보면 오히려 차별이 더욱 구조화되어 궤멸적 타격을 입었다. 이러한 관계와 차별은 진보-보수 따로 없고 운동권에서도 마찬가지다.

21세기 현재, 민주노조운동의 핵심은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이며 이들과의 연대가 노동자운동의 기본이며 원칙이다. 그런데 그걸 아는가? 97년 이후 확대된 비정규직 노동자의 원조는 시간강사들이다. 이들은 지난 40여 년 동안 계약과 해고의 반복이 일상이었으며, 무의식의 습관이 되었다. 이들의 비루한 삶은 여느 비정규 노동자 못지않았지만, 그 놈의 고학력과 전문직으로 인한 왜곡과 편견 때문에 애써 참아왔다.

 

반동의 시대, 반동의 대학

그런데 2018년 늦가을에 접어들면서 갑자기 시간강사 문제가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다. 고려대, 중앙대, 연세대, 경희대, 한양대, 서울과기대, 건국대, 대구대 등 다수 대학들이 시간강사들을 대폭 줄이겠다는 것이다. 2010년 조선대 강사 서정민의 자살로 인해 만들어진 강사법이 지난 7년 동안 4차례 유예되었다가 정기국회 통과를 눈앞에 두고서 벌어진 일이다. ‘대량 학살이라는 괴담(?)이 떠돌아 수많은 강사들이 공포에 떨고 있다. 이들 대학은 시간강사들의 처우개선에 돈이 많이 들 것을 우려해 선제적으로 반동적 행태를 보이는 것이다. 도대체 얼마나 돈이 드는지, 아니면 다른 꼼수가 있는지 따져 봐야겠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되어 201981일 시행되는 개정 강사법의 주요 내용은 4개월 계약 일용잡부였던 강사들이 교원이란 법적 지위를 갖게 되었다. 앞으로 대학은 이전처럼 마음대로 해고할 수 없다. 그래서 임용기간이 1년 보장, 3년까지 재임용이 가능하게 했다. 기대치에는 미흡하지만 기존의 1학기마다 계약하던 방식에서 진일보하였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한 대학에서 6시간 이하 강의를 하게 했다. 1년에 한 학기만 3시간 강의하는 것도 포함된다. 물론 여러 개 대학에서 강의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는 소수에게 강의를 몰아주던 폐단을 없애는 조치다. 방학 중에도 임금을 지급하도록 했다.

이들 내용 중에서 대학의 재정부담은 방학 중 임금지급이 핵심이다. 그런데 계산하는 방식이 조금씩 다르다 보니, 추가 비용이 교육부 주장 700억 원에서 대학 측 주장 3,000억 원으로 편차가 매우 크다.

셈법은 복잡하지만 단순명료하게 계산해도 차이는 크지 않다. 민주당 박경미 의원실 정책자료집에 의하면, 사립대는 2017년에 시간강사 강의료로 지급된 비용이 약 2,200억 원이다. 참고로 시간강사뿐만 아니라 겸임교원 등 다른 비전임교원에게 지급되는 강의료를 포함해도 약 3,600억 원이다. 사립대학 지출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9%에 불과하다.

2,200억 원을 기준으로 방학 4개월을 제외한 8개월 치 강의료는 한 달 평균 275억 원이다. 따라서 방학 4개월분 추가 비용은 1,100억 원에 불과하다. 그것도 100% 지급을 전제로 한 것이다. 대학 측이 50%만 지급한다고 하면 추가 비용은 절반으로 줄어든다. 여기에 국공립대를 포함하면 교육부가 추정한 700억 원에 가깝다. 다른 비전임교원 인건비를 포함한 3,600억 원을 기준으로 해도 최대 비용은 1,800억 원의 추가 비용이 예상된다. 그런데 이번 국회에서 통과된 예산은 288억 원이다. 한참 부족하다.

그렇다면 대학 측 주장 3,000억 원은 어떤 근거로 산출한 것일까? 이는 교육부가 권장하는 국공립대 강사료 4년제 대학 85,700, 전문대 5만 원으로 일괄 인상했을 경우를 가정한 것이다. 아니, 이들이 언제부터 시간강사들의 처우에 대해서 관심이 있었지? 정말 감사한 마음뿐이다. 기업화된 대학의 명분과 논리의 교언영색에 대해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역시 인간보다 이윤을 추구하는 대학답다.

그렇다면 정말 대학은 돈이 없는가? 한국의 대학도 천차만별이고 내적 차이가 심해서 일률적으로 평가할 수 없다. 대학을 기업의 구조와 비유하면, 만 명 이상의 재학생을 보유한 대기업이 있고, 그 이하의 재학생을 보유한 중소기업이 존재한다. 5천 명 이하의 자영업자도 있다.

재벌들에게 사내유보금이 있다면 대학에는 적립금이 있다. 이 금액만 해도 8조 원에 달한다. 게다가 4년제 사립대학은 최근 5년간 자신들이 부담해야 하는 법정부담금 가운데 11,962억 원을 교비에서 대신 부담했다. 연간 2천억 원 이상을 법인 대신 교비에서 지출하고 있다는 얘기다.

결론은 뻔하다. 적립금을 사용하거나 2천억 원의 교비를 법인이 부담하면 부족한 강사료를 충당할 수 있다. 이렇게 해법은 간단하지만 그 누구도 이를 기대하지 않는다. 교육부의 의지와 대학 측의 선의를 바라지도 않는다. 국회의 열정과 의지 또한 궁금하지도 않다.

그런데 대학은 왜 그럴까? 현재 국공립대 평균 강의료는 시간 당 71,300원이고 사립대는 52,500원이다. 사립대의 횡포는 대기업의 납품업체에 대한 단가 후려치기와 유사하다. 그들은 인건비의 추가 비용 발생이 그냥 싫은 거다. 더 많이 축적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차피 시간강사들은 힘이 없고 조직적이지 못하기 때문에 무시해도 된다. 정규직 교수들은 눈치만 보는 비겁한 존재이기 때문에 만만한 상대다. 교육부 관료들은 언제나 그랬듯이 시간만 지나가기를 기다리기 때문에 립 서비스로 달랠 수 있다.

 

투쟁으로 돌파하자!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시간강사는 2013년 이후 현재까지 14천여 명 감소했다. 정부의 잘못된 정책과 사립대학의 재정 부족을 이유로 이미 몇 년 전부터 시간강사들이 꾸준히 해고된 것이다. 아마 이번에는 더 많은 강사가 해고될 것이다.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당사자인 시간강사들의 주체 형성과 투쟁이 필요하다. 자신이 강의를 못할까봐 두려움에 떨지 말고 투쟁에 나서야 한다. 그것만이 살길이다.

서정민이 유서에 더 이상 내 힘으로는 이 현실을 견뎌낼 수 없었어라고 하면서 죽음을 선택했다. 그렇다. 개인의 힘으로는 지금의 현실을 견딜 수가 없다. 고대 로마시대 검투사인 스파르타쿠스는 죽음이 노예에겐 유일한 자유요. 그래서 두렵지 않은 거요라고 했다. 견딜 수 없는 현실을 극복하는 방법은 두려움에서 떨쳐 일어나 투쟁하는 것이다. 분노하고, 조직하고, 투쟁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