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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주식소각

총수일가는 경영승계를 위해 사회적 부를 전용한다

 

백종성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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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6일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열린 <삼성바이오로직스 책임자 이재용 구속촉구 기자회견>



지난 1130, 삼성전자는 자기주식 잔여분을 전량 소각했다고 발표했다. 그 액수는 장부가(취득가) 기준으로만 48,700억 원, 주식시장 거래 가격으로 환산하면 22조 원이 넘는 금액이다. 새로운 소식은 아니다. 이는 삼성전자가 2017년 지주사 전환 백지화와 함께 발표한 주식소각 계획의 일부로서, 2017년 삼성전자는 보유 자사주 절반 소각, 2018년 나머지 절반을 소각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삼성전자 주식소각액은 지주회사 전환 검토와 주주가치 제고를 발표하며 2015년부터 2016년까지 진행한 113천억 원, 지주회사 전환 포기를 발표하며 2017년부터 2018년까지 진행한 약 49조 원을 합해 총 60조 원에 달한다. 전자가 지주회사 전환에 시동을 걸며 금융자본을 만족시키기 위해 시행한 조치라면, 후자는 지주회사 전환을 포기하며 앞으로도 전환의사가 없음을 발표하며 시행한 조치다. 이 과정을 통해 삼성전자는 발행주식 20% 가량을 소각했다.

 

삼성전자 주식소각을 둘러싼 조건

삼성전자는 왜 막대한 주식을 소각했는가? 돌이켜보자. 20174, 삼성이 자사주 소각계획과 함께 발표한 것은, 삼성전자 지주회사 전환 백지화였다. 소위 자사주의 마법LG그룹이 처음 선보인 이래, 주요 재벌은 경영권 승계 방법으로 자사주 축적을 통한 지주회사 전환을 애용해왔다. 그 경로는 다음과 같다. 첫째, 회사 이윤으로 핵심 계열사 자사주를 매집·축적한다. 둘째, 회사를 사업회사와 지주회사로 분할해, 축적한 자사주를 지주회사 지분으로 탈바꿈한다. 셋째, 총수일가는 자신들이 가진 사업회사 주식을, 분할로 만들어진 지주회사 주식과 교환한다. 이로써 총수일가는 지주회사 지배력을 강화하고, 지주회사는 사업회사 지배력을 강화한다. 넷째, 지배력을 강화한 총수일가는 주식 일부를 팔아 상속세를 납부해 3세 승계를 완료한다.

이재용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으로 3세 승계를 위한 주요 경로를 구축했지만, 총수일가 지분 전체를 더해도 삼성전자 지배력은 여전히 취약하다. 지분 1%3조 원에 달하는 삼성전자 지분을 직접 매입해 경영권을 승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한, 총수일가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는 보험업법 개정이라는 변수에 노출되어 있다. 법 개정 시, 삼성생명이 가진 삼성전자 지분 8%는 취득가가 아닌 시장가로 평가되며, 이에 따라 삼성생명 총자산의 3%를 초과하는 삼성전자 지분은 강제매각이라는 위험에 노출된다.

이런 상황 상, 2015년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에 이어, 통합삼성물산에 유리한 삼성전자와의 재합병을 통한 지주회사 건설이라는 3세 승계 경로가 예측된 바 있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을 제일모직에 유리하게 합병했듯, 통합삼성물산과 삼성전자를 다시 한 번 삼성물산에 유리하게 합병해, 삼성전자를 지배한다는 경로다. 삼성이 이를 3세 승계 경로로 삼는다면, 삼성전자 자사주를 계속 사들이는 과정 속에서도 삼성물산 주식가치는 가능한 높게, 삼성전자 주식가치는 가능한 낮게 유지하는 것이 유리하다.

 

경영승계를 위한 이윤의 전용, 총수일가 경영권을 박탈해야 하는 이유

바로 이런 점에서 삼성전자 지주회사 전환 백지화와 함께, 대량 주식소각 방침을 밝힌 삼성의 행보는, 이재용 3세 승계가 촉발한 사회적 분노에 대한 대응이다. 기실, 삼성이 2017년 자사주 소각을 공시한 후 약속을 그대로 지키지 않아도 공정공시 위반으로 처벌받을 공산은 크지 않다. 이런 점에서, 삼성전자가 2017년 지주사 전환을 백지화하며 보유한 자사주 절반을 소각한 데 이어, 2018년 남은 자사주마저 소각한 이유는 명백하다. 삼성은 당장 3세 승계 작업을 진척하는 것은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실제로 그러하다.

첫째, 이재용은 3세 승계를 위해 국민연금을 동원했다는 범죄에 대한 대법원 재판을 앞두고 있다. 2017년 삼성의 주식소각 발표는 국정농단 연루로 재판을 앞둔 이재용이 그룹차원의 조직적 3세 승계 작업은 없다는 자기 주장을 뒷받침하고자 삼성전자 지주회사 전환 포기와 자사주 소각을 발표한 것이다. 또한, 2018년에 남은 자사주를 마저 소각한 이유 역시 명백하다.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가 다시 문제가 되는 상황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은 제일모직에 유리하게 삼성물산을 합병하기 위한 공작 과정에서 발생했으며, 이 분식회계가 다시 화두가 되며 삼성은 2017년 발표한 자사주 소각계획을 그대로 이행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차피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이후 큰 계획 진척이 힘든 조건이라면, 삼성전자는 주주가치 제고 명목으로 자사주 소각과 배당 확대를 계속할 수밖에 없다. 천문학적 자사주를 소각해 전체 주식 중 총수일가의 상대적 지분을 높이는 한편, 배당을 늘려 상속세 납부를 위한 재정적 준비를 하는 것이 가능한 최선이다. 이는 전 사회적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이윤’, 곧 삼성전자 사내유보금이 총수일가 경영승계를 위한 준비에 활용됨을 말한다. 신규투자도, 노동시간단축도, 정규직화도 아닌 3세 승계를 위해 천문학적 이윤이 허공으로 날아가고 있다. 재벌이라는 거대한 생산수단을 총수일가의 품에서 노동자 민중의 품으로 돌려내지 못하는 한, 사회적 자원은 낭비될 수밖에 없다. 누구 말마따나, “나라에 돈이 없는 것이 아니라, 도둑놈들이 너무 많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