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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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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으로 토호 자본 배불리는 민간위탁,

함께 싸우면 반드시 철폐할 수 있습니다”


인터뷰양성영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전북본부장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은 ‘비정규직 대표노조’를 슬로건으로 내건 비정규직 중심 노동조합이다. 2017년 7월 발표된 문재인정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가이드라인(이하 ‘가이드라인’)”에서 설정한 1, 2, 3단계 적용대상 업종 노동자들이 두루 조직되어 있기도 하다. 정부는 1단계 적용대상 업종 정규직화를 가짜 정규직인 자회사‧무기계약직 전환으로 정리했고, 3단계(민간위탁) 업종 가이드라인은 아직 발표하지도 않았다.


이 가운데 3단계 업종의 다수를 이루는 생활폐기물 처리의 경우, 원래 지방자치단체가 수행해야 하지만 광범하게 민간위탁되어 있다. 이 국면에서 ‘민간위탁 폐지와 직접고용’ 요구를 전면에 걸고, 전주시 생활폐기물 환경미화 노동자들이 선도적인 투쟁에 나섰다. 이 싸움의 의미와 이후 과제에 대해 투쟁 주체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자, 2월 16일 <변혁정치>가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양성영 전북본부장을 전주시청 앞 노숙농성 천막에서 만났다.


정부 비정규직 가이드라인, 

임금체계 개악까지 동반


Q 지난 1월 16일, 전주시청 앞 ‘민간위탁 폐지-직접고용 쟁취’ 노숙농성 투쟁에 돌입했다. 투쟁 돌입 배경은 무엇인가?


A 먼저 우리 한계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문재인정부가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1단계 업종이었던 국공립대학교 중 우리 노조로 조직되어있던 전북대학교가 전국 대학 최초로 정규직 전환을 완료했다. 그러나 결과는 직무급제의 중간과정인 ‘표준임금제’ 적용이었다. 정년은 오히려 65세에서 60세로 줄어들었다. 전북대 측은 ‘제시안을 거부할 경우 재고용하지 않겠다’며 협박했고, 대체로 투쟁경험이 없던 고령의 조합원들은 마지못해 노조를 탈퇴하면서 대학본부 측 안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전북대병원의 경우에도 우리 노조로 조직되어있던 조합원들이 ‘보건의료노조에 가입하면 정규직화 시켜준다’는 말에 대거 이탈했지만, 전북대병원은 ‘직무급제를 수용하지 않으면 정규직 전환을 할 수 없다’며 버티고 있다.


이런 사례들이 전북지역에 그치진 않을 것이다. 1단계 정규직화 과정에서 심각한 문제가 드러났지만, 민주노총 산하 산별노조가 통일된 기조로 대응하지 못했다. 결국 가이드라인은 문재인정부가 준 떡이 아님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주체가 되어 투쟁하지 않는 한 제대로 된 정규직화는 어렵다는 것을 확인했다. 전주시 민간위탁 폐지-직접고용 투쟁은 그 한계를 극복하고자 시작한 투쟁이다.


Q 3단계 정규직화 상황과 전망은 어떠한가?


A 1단계와 마찬가지로 고용안정 등 처우개선 정도에 그칠 것이다. 공사 비정규직은 자회사로, 민간위탁은 공단 정도로 갈 수 있다는 게 정부 입장으로 확인된다. 공단 정규직화와 함께 직무급제 도입을 관철하면, 돈 10원 한 장 안들이고 ‘정규직 전환 완료했다’고 생색내기도 좋다. 전북대 경우가 그렇다. 전북대는 정규직 전환하고 오히려 대학 측이 돈을 벌고(적게 쓰고) 있다. 문재인정부는 직무급제 관철이 민간위탁 시스템에선 어렵고, 공단에서 더 쉽다고 보는 것이다. 단순히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안정이나 처우개선 문제가 아니라, 국가 전체 수준에서 임금체계 개편 시도로 해석할 수 있다. 결국 해당 주체들의 투쟁 아니면 아무것도 쟁취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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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서비스 민간에 팔아넘기고 세금 빨아먹는 ‘지역 카르텔’


Q 전주시 생활폐기물 민간위탁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


A 전주시 예산을 보면 직접 고용한다고 해서 돈이 더 들지도 않는다. 2019년 전주시의 관련 예산총액은 494억 7천만 원인데 이 가운데 직접고용 인원 198명에 대한 예산은 173억 7천만 원이고, 민간위탁 대행업체 인원 390명에 대한 예산은 321억 원이다. 인원 비율을 따져보면, 직접고용이나 민간위탁이나 비용에 별 차이가 없다. 그런데도 왜 전주시는 민간위탁을 계속 고집하는가? 이유가 있다.


전주시 생활폐기물 민간위탁은 지역의 민주당 일당독재라는 특수성까지 겹쳐 온갖 비리와 문제가 집약되어있다. 생활폐기물 민간위탁 노무비는 직접인력(직접노동)과 간접인력(노동보조) 두 가지로 분류되어 있고, ‘업체의 이익을 대변하는 자(업체 사무직 등)’는 간접인력으로 등록하지 못하게 되어있다. 그런데 업체 이사가 소장(간접인력) 이름 달고 연간 1억~1억 2천만 원의 임금을 빼간다.


생활폐기물 민간위탁은 환경부 고시 단가를 따라야 하지만, 불과 몇 년 전까지 톤당 단가에 따라 계약을 체결했다. 쉽게 말하면 쓰레기 수거량을 기준으로 계약을 체결하는 건데, 이렇다 보니 폐기물 무게 잴 때 물을 부어 부풀리는 일까지 노동자들이 해야 했다. 또, 환경부 고시에 대행업체 입찰과 선정 시 낙찰률이 87.745% 이상이어야 하지만, 전주시는 현재 85%로 낙찰된 상태다. 현재 전주시는 대행업무 자체가 국가상대계약법 위반, 즉 불법적인 계약이다. 나머지 2.745% 차익금은 전주시 마음대로 쓴다.


게다가 업무상 과실을 노동자에게 전가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민간위탁업체는 폐기물 운반차량 운행 중 사고에 대한 책임도 노동자들에게 떠넘긴다. 용역근로자보호지침은 준수 의무가 없다고 하니 제외하더라도 폐기물관리법, 국가상대계약법, 환경부 고시를 위반하면서까지 전주시가 왜 민간위탁을 고집하겠는가? 전주시는 1996년부터 2006년까지 10년에 걸쳐 총 12개 대행업체로 민간위탁을 이어왔다. 대행업체는 전주시 청소담당과 출신 공무원부터 전‧현직 도지사 라인 등 민주당 토호 정치세력과 노골적인 유착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심지어 전북지역 실업자 극복 도민운동본부 사업으로 전주시 생활쓰레기 수집‧운반 대행업무를 시작한 ‘진보진영 인사’로 분류되었던 이가 대표로 있는 ‘사회적 기업’까지 포함되어 있다. 2년 전 민주노조를 탄압하고 노동조합에 지배개입하기 위해 나를 포함한 4명을 해고한 사업장이 바로 그 법인이었다.


Q 투쟁은 시작됐지만 지자체 직고용 쟁취, 재공영화는 만만치 않아 보인다. 어떻게 돌파해야 한다고 보나?


A 현장의 분노는 쌓일 만큼 쌓였다. 예컨대, 2006년까지 전주시 덕진구청 소속이었던 우리 조합원이 “민간위탁으로 전환해도 지금과 똑같거나 더 나아진다”는 사탕발림에 민간위탁 비정규직으로 배치됐는데, 10여 년 동안 임금 차액으로 아파트 한 채 값을 날린 셈이다. 경쟁을 통한 비용 절감이니 고통 분담이니 했던 것이 알고 보니 지자체와 민간위탁업체 사장들이 결탁해 비정규직 노동자들 피만 빨아온 것인데 분노가 얼마나 크겠나.


전주시청 노숙농성 투쟁만으로 직고용 쟁취가 될 것이라 보지 않는다. 이 투쟁은 힘을 갖추기 위한 거점투쟁이다. 2년 전 계약해지 복직투쟁부터 현재 직접고용 투쟁까지 끊임없이 현장 투쟁을 배치해오며 생활폐기물 사업장에서만 조합원이 6배 이상 늘었다. 민간위탁 12개 사업장 중 7개 사업장을 조직했고, 계속 조직하고 있다. 올 4월을 기점으로 쟁의권을 확보할 사업장도 다수 존재한다. 애초에 문재인정부 3단계 가이드라인에 기대할 것이 없기 때문에 직접 파업투쟁으로 쟁취할 수밖에 없다. 다행히 생활폐기물 사업장은 대체 인력 투입 자체가 어려운 업종이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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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조합원들의 투쟁의지는 강하다. 

함께 싸우면 승리할 수 있다.”


Q 전주시 선도 투쟁이 전국 생활폐기물 민간위탁 폐지 투쟁의 주요 사례로 남아야 한다고 본다. 공동투쟁 역시 필요할 것 같다. 동지들께 요청하고자 하는 것이 있다면?


A 전국에 환경미화 노동자들이 대략 3만 명 된다. 이중 직고용 노동자는 1만 4천여 명, 민간위탁 비정규직 노동자가 1만 5천여 명이다. 민간위탁 대행업체 사장들은 고작 770여 명에 불과하다. 100% 세금으로 운영하는데 비용절감은커녕 세금은 줄줄 새고, 비리와 위법천지만 만들어온 것이 지난 20년 민간위탁의 결과다.


폐기물관리법 14조 1항은 생활폐기물 처리 의무가 지자체장에게 있음을 명시하고, 2항에서는 ‘조례제정을 통해 민간위탁 할 수 있다’고 되어있다. 지자체장이 의지만 있으면 민간위탁 안 해도 그만인 것이다. 정부 가이드라인만 쳐다보고 있을 이유가 전혀 없다. 최소한 민주노조 산하로 조직된 사업장에서 동일노동 동일임금 기조를 명확히 하고, 동일요구조건으로 공동투쟁을 전개해야 한다. 중앙차원에선 폐기물관리법 14조 2항을 삭제시키는 투쟁도 필요하고, 지자체에서도 마찬가지의 투쟁을 병행하면 좋을 것이다.


현장조합원들의 투쟁의지는 강하다. 그런데 상층단위에서 ‘투쟁이 안 될 것’이라는 비관도 존재한다. 오히려 상층단위가 현장의 분노를 조절하고 통제하고 있다는 느낌도 받는다. 이 패배주의를 극복하고 함께 주체로 세워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투쟁해 보지도 않고 교섭만능주의에 빠져있는 큰 문제가 있다. 투쟁 주체들을 끌어올리는 것이 필요하다. 함께 투쟁하면 좋겠다. 반드시 승리할 수 있을 것이다.


■만난 사람=홍현진전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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