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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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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도도 이런 날강도가 없다!


장혜경┃정책선전위원장



2월 10일 한‧미 정부가 10차 방위비분담 특별협정(SMA)에 가서명했다. ‘유효기간 1년, 방위분담금 총액 1조 389억 원’이 최종 합의 내용이다. 미국은 작년 말 돌연 “최상부의 지침”이라면서 그간의 협의 내용을 무시하고 총액 12억 5,000만 달러(한화 약 1조 4,000억 원)와 유효기간 1년을 들이밀었다. 한국은 ‘한국 국민의 심리적 마지노선인 1조 원 초과 불가, 유효기간 3~5년’이라는 입장을 피력했다. 그러나 결국 협상은 미국의 완승으로 끝났다.


애초 미국이 요구한 액수보다는 줄었지만, 분담금이 1조 원을 돌파해 지난해 분담액인 9,602억 원보다 약 700억 원 늘었다.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간 방위비 분담금 연간 증가액이 100억 원 안팎이었음을 고려하면 엄청난 증액이다. 유효기간 역시 기존 3~5년에서 1년으로 대폭 단축해 이제 한국은 매년 미국과 방위분담금 협상을 해야 할 처지로 내몰리게 됐다.


더 기막힌 것은 한국이 주는 방위비 분담금을 미국이 다 쓰지도 않았다는 점이다. 평화통일연구소에 따르면 2017년 기준 미집행액(배정된 예산을 당기 또는 그 해에 완전히 집행하지 못하고 다음 기 또는 이듬해로 이월하거나 불용액으로 처리하여 반납하는 금액)만 1조 원이 넘는다. 돈을 어디에 쓰는지 용처도 명확하지 않다. 일본은 지원 분야를 규정해 지출항목을 구체적으로 협상하지만, 한국은 단순 총액 규모로 주먹구구식 협상을 하기 때문이다. 남은 미집행액을 한국 정부가 환수해도 모자랄 판에, 정부는 미국의 증액요구에 굴복함으로써 속된 말로 ‘호구’가 됐다. 4월 국회 비준 절차가 남아 있지만, 한미동맹을 금과옥조로 여기는 것은 여야 정당이 똑같아 비준을 거부할 가능성은 없다.


더 강해질 증액 압박

미국은 이번 승리를 발판삼아 분담금 증액을 더 밀어붙일 것이다. 올해 인상액 산정기준을 바꿨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분담금 인상을 대개 물가상승률에 연동했다 한다. 그러나 올해 최종 합의한 분담액 1조 389억 원은 지난해 분담액 9,602억 원에다 올해 한국 국방예산 인상률인 8.2%를 적용해 산출했다. 한국 국방예산이 계속 늘면 분담금 액수도 자동으로 늘어나는 준거를 이번 합의에서 마련한 것이다. 더욱이 미국은 이번 협상에서 “작전 지원 항목”을 신설해 한반도에 대한 미국 전략자산(핵 추진 항공모함, 장거리 전략폭격기 B-1B와 B-52 등) 전개 비용도 한국이 부담하라고 요구했다. 이 요구는 이번 최종 타결 때 빠졌지만 이후 협상에서 미국은 이를 계속 요구할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유효기간이다. 한국 정부가 1년짜리 협상에 합의하면서 당장 올 3월부터 분담금 협상을 또 진행해야 한다.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동맹국에 대한 방위비 분담금 대폭 증액을 주장했던 트럼프는 2020년 재선에 필요한 외교적 성과를 남기기 위해 더 강하게 압박해올 것이다. 더군다나 미국에겐 좋은 무기가 있다. 한국의 지배층은 ‘우리가 미국의 요구를 거부하면 주한미군이 철수할 수 있다’는 뿌리 깊은 강박증에 걸려 있다. ‘최근 북미 관계‧남북 관계 개선을 위해서도 미국에 잘 보여야 한다, 한‧미 공조를 깨선 안 된다’는 이데올로기도 강하다. 실제로 분담금 협상 과정에서 보수세력은 ‘돈 몇천억 원에 한미동맹을 깨려 하느냐’고 문재인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문재인정부 역시 한미동맹의 균열을 두려워하면서 미국의 부당한 요구에 굴복했다.


81_주한미군에 1조 원 넘게 퍼주는 한국 정부.jpg

2019.2.10 '10차 방위비분담 특별협정 가서명 중단 및 재협상 촉구 기자회견'[사진: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또다시 주한미군의 존재 이유를 묻게 한다

왜 한국은 항상 미국의 압력에 (심지어 스스로) 굴복해야 하는가? 그 근원에 바로 한미동맹과 이를 뒷받침하는 한미상호방위조약이 있다. 한미상호방위조약 제 4조는 미국 군사력의 한국 배치를 한국 정부와의 합의가 아닌 미국의 “권리”로 규정한다.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은 이 4조의 부속협정이고, 방위비 분담금협정(SMA)은 SOFA의 5조 1항(미국은 한국에 부담을 과하지 아니하고, 한국은 주한미군 유지에 따른 경비를 부담한다)에 대한 특별 조치를 규정한 협정이다. 게다가 미군(주둔군)을 위한 방위분담금 특별협정을 맺는 국가는 전 세계에서 한국과 일본뿐이다.


더욱이 노무현정부 때부터 주한미군은 북한군 대응 차원을 넘어 세계 곳곳의 분쟁에 투입 가능한 ‘신속기동군’으로 그 성격이 변했다. 미국이 세계패권을 위해 한국에 군대를 주둔시키고 있으니 한국 측에 임대료(?)를 내도 모자란데, 주한미군 주둔 비용을 한국에 전가하는 강도짓을 하는 것이다.


따라서 방위비 분담금 ‘증액 반대’나 ‘투명성 제고’를 넘어 방위분담금 특별협정 자체를 폐기해야 한다. 근본적으로 미국이 한국에 멋대로 군대를 주둔시키고 핵무기를 동원한 전쟁연습을 하게 하는 한미상호방위조약을 폐기해야 한다. ‘북한군의 남침 우려 때문에 한미동맹이 깨지면 안 된다’고? 이는 남북 간 평화협정과 상호군축으로 해결해 나가면 된다. 언제까지 남북 대립 상황을 조장하면서 한국이 미국의 ‘호구’로 남아야 하는가? 언제까지 노동자 민중이 미국에 돈을 퍼주느라 허리가 휘어야 한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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