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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핵사고는 현재 진행형


홍미희┃사회운동위원회



2011년 3월 11일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는 인류에게 현존하는 가장 큰 위험이 바로 옆에 있다는 강력한 경고였다. 8년이 흐른 지금, 여전히 후쿠시마 사고는 진행 중이다. 사고 수습이 언제 끝날지 기약이 없다. 원자로 내부에 녹아내린 핵연료 반출이 수습의 핵심이지만 아직 시작도 못 했다. 최근 로봇 집게로 핵연료 찌꺼기 일부를 들어 올리는 데 성공한 정도다. 제염 과정(방사성물질 제거 작업)에서 나오는 막대한 방사능오염폐기물 가운데 오염수치가 높은 폐기물은 중간저장시설로 옮겨 보관하고, 오염수치가 낮은 폐기물은 가설 소각로에서 태워 부피를 줄인다. 소각할 수 없는 폐기물은 공터에 임시로 쌓아두는 게 전부다. 폐기물 처리 중 발생하는 2차 피해 때문에 노동자들이 방사능에 피폭되고, 인근 주민들의 삶과 공동체가 파괴된다.


지난 2년간 오염수 300톤 누수 사실이 확인되면서 관리 허점도 드러났지만, 더 큰 문제는 일본 정부가 100만 톤에 달하는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는 방안까지 고려한다는 점이다. 일본 정부는 사고 이후 정기점검에 들어간 핵발전소 재가동을 독려하지만, 강화된 안전대책과 늘어난 안전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발전사는 조기폐쇄를 결정하기도 한다.


81_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8주기.png




문재인정부 ‘탈핵’의 퇴행

일본 바로 옆의 우리는 어떨까. 문재인정부는 출범 직후 주요 정책 기조로 탈원전‧탈석탄‧에너지 전환을 선언했다. 이에 핵 산업계를 비롯한 핵발전 세력은 탈핵 정책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주시했다. 2017년, 대통령은 탈핵과 에너지 전환을 위해 △신규 원전 건설계획 전면 백지화 △원전 설계 수명 연장 금지 △월성 1호기 폐쇄 △신고리 5, 6호기 건설에 대한 사회적 합의 도출 등을 제시했다. 자본의 입장에서, 백번 양보해 수명을 다한 발전소 폐쇄는 몰라도 신규 건설 백지화는 두고 볼 수 없는 일이다. 따라서 이미 자본을 투입해 건설 중이던 신고리 5, 6호기에 대한 정부의 태도는 탈핵과 에너지 전환 의지를 가늠하는 척도였다.


그러나 정부는 한발 물러서 ‘사회적 합의’를 내세워 공론화위원회에 공을 넘겼다. 3개월의 짧은 과정을 거쳐 공론화위원회는 공사 재개를 결정했다. 공론화위원회에 참가한 탈핵 운동 진영은 결과를 수용했고, 핵 산업계는 자신감을 회복했다. 최근 정부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신고리 4호기에 대해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았음에도 운영허가를 내줬다. 또한 신고리 5, 6호기 건설허가처분 취소 소송 1심 재판도 핵발전 세력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건설허가과정에 위법성은 있지만’ 경제적 손실 등을 거론하며 허가를 취소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발전소별로 임시보관 중인 ‘사용후핵연료’가 포화상태에 이르러, 처리방안을 두고 사회적 갈등이 다가온다. 정부는 다시 공론화위원회를 준비하는 것 외에 마땅한 해결책이 없다. 사용후핵연료가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는 핵발전 체제 자체를 손대지 않고 사용후핵연료 처리방안을 논의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 누구도 핵의 위험에 노출되고 싶지 않기에,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처리장 설치 문제의 해결 가능성은 희박하다.


에너지를 장악하는 자본, 우리의 미래를 빼앗기지 않으려면

문재인정부는 안으로는 탈핵을 말하면서 밖으로는 원전 수출에 적극 나선다. 이중적이고 모순적이다. 오직 핵발전과 건설자본의 이윤을 만들어주기 위해서다.


문재인정부 탈핵 정책이 퇴행을 거듭하는 동안 핵 산업계와 보수정치세력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이들은 심각해지는 미세먼지의 원인을 탈원전 탓으로 돌리고 핵발전을 ‘친환경’ 대안이라고 주장한다. 이제는 정부가 백지화시킨 신한울 3, 4호기에 대해 송영길 같은 여당 국회의원까지 나서 건설재개를 요구한다. 정부의 모순적인 태도는 핵발전 세력에게 명분을 제공한다.


정부는 2017년 말 “8차 전력수급계획”을 발표해 ‘2030년까지 원자력과 석탄 비중을 낮추고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인다’고 했다. 하지만 신재생에너지 비율이 ‘제로’나 다름없는 상황에서 지금 같은 속도로 목표달성 전망은 어둡다. 무엇보다 문재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전환’이 그 사업에 뛰어든 자본의 이윤을 보조하고 대규모 단지화 방식으로 진행된다면, 또 다른 환경파괴와 실패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제 탈핵‧탈석탄‧에너지 전환은 생존을 위한 과제다. ‘건강과 안전은 기본권’이라는 사회적 공감대를 조직해야 할 뿐 아니라, 생명과 환경을 에너지 자본의 이윤에 팔아넘기는 이 사회구조를 바꿔야 한다. 나아가 재생에너지 전환이 시장주의와 자본의 이윤 논리에 따라 또 다른 환경파괴와 에너지 사유화, 보여주기식 실적 쌓기로 전락하게 해선 안 된다. 이를 위해 “탈탄소화(Decarbonize)‧탈상품화(Decommodify)‧민주화(Democratize)”라는 “3D” 원칙을 대안의 기초로 세워야 한다. 그때 우리는 비로소 핵의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다.



*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은 대부분 사용후핵연료로서, 다른 방사성폐기물보다 훨씬 강력한 방사선을 내뿜어 위험성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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