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가입

변혁정치

> 변혁정치

직장폐쇄도, 노조파괴도, ‘0원’짜리 월급통장도

일진 노동자들을 굴복시키지 못했다


임용현┃일진투쟁기획단, 경기



공업용 다이아몬드 생산에서 세계적 순위권에 든다는 기업 일진다이아몬드에서 노동조합(금속노조 일진다이아몬드지회)이 전면파업에 돌입한 지 어느덧 80일째를 바라보고 있다. 그 사이 노동조합의 투쟁 구호는 “성실교섭 촉구”에서 “노조파괴 중단”, “직장폐쇄 철회”로 차츰 늘어났다. 일진다이아몬드 노동자들이 줄곧 외친 구호에서 알 수 있듯이, 일진 자본은 의도적 교섭해태로 노동조합을 고사시키려는 속내를 노골화했다. 이에 노조가 전면파업으로 응수하자, 사측은 ‘노조의 불법행위를 시정’하겠다며 교섭을 거부하더니 급기야 8월 12일부터는 직장폐쇄를 단행하기에 이르렀다.



참을 만큼 참았다


일진다이아몬드지회는 작년 12월 설립한 신생노조다. 노조 설립 직후 올해 2월부터 교섭을 시작한 이래 무성의-무책임으로 일관한 사측을 상대로 무려 5개월이나 인내하며 대화 노력을 지속했다. 지난 5년간 제자리걸음인 임금수준 현실화, 사측이 일방적으로 강탈한 상여금 400% 원상회복, 유해화학물질로부터 안전한 작업환경 조성, 자주적인 노동조합 활동의 보장 등이 핵심 요구였다.


일진 노동자들이 전반적인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한 것은 너무도 당연했다. 그동안 회사가 글로벌 시장 톱3의 지위를 확고히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열악한 작업환경과 저임금, 고질적인 산재은폐 등 일진 자본의 끔찍한 착취가 있었기 때문이다.


5개월 동안 23차례나 교섭을 진행했지만, 단체협약 149개 조항 중 그나마 의견 접근이 이뤄진 건 고작 9개에 불과한 상황에서, 더 이상의 인내는 무의미했다. 6월 26일, 일진다이아몬드지회의 전면파업은 그렇게 시작됐다. 이때부터 사측은 적반하장으로 노조에 ‘불법’ 프레임을 씌웠다.


예컨대, 노동자들이 일진다이아몬드 음성공장 사수 투쟁을 벌이자 사측은 이를 ‘생산시설 불법점거’, ‘정상조업 방해’라고 매도했다. 또한, 노동조합의 쟁의행위가 본격화된 시점부터 노조 간부들을 대상으로 징계를 남발하고 각종 손해배상소송과 고소고발을 무더기로 진행하는 등 노동조합 활동을 전방위적으로 압박했다.



자본의 ‘불법’ 프레임이 겨냥하는 것


일진 자본의 이 같은 ‘불법’ 낙인찍기는 노동조합의 쟁의행위를 무력화하기 위해 철저히 계산된 행보다. 그렇다면, 사측이 이른바 ‘불법’ 프레임을 투쟁하는 노동자들에게 덧씌우는 까닭은 무엇인가.


첫째, 이는 무엇보다 사측의 직장폐쇄를 합리화하려는 이데올로기 공세다. 실제로 사측은 ‘노동자들의 불법적인 사업장 점거 행위로 장기간 정상 조업이 불가능하다’는 구실을 대며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둘째, 향후 손해배상 가압류 등 민사소송을 제기해 조합원들에게 심리적-재정적 압박을 가하고, 이를 지렛대 삼아 노동조합 활동을 제약하려는 것이다. 업무방해죄와 손배가압류 같은 악법을 무기로 노동자들의 투쟁을 위축시키겠다는 의도가 다분히 드러난다.


그러나 일진다이아몬드 노동자들은 사측의 치졸한 노조와해 공작에 휘둘릴 만큼 더 이상 순진하지도, 나약하지도 않았다. 전면파업 80일을 경과하면서 여러 교육과 토론을 통해 자본의 의도를 간파하고 있는데다가, 우리 요구의 정당성을 재차 삼차 확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92_7.jpg

[사진: 일진다이아몬드지회 페이스북.]



“단결한 노동자는 패배하지 않는다!”


직장폐쇄 다음날인 8월 13일, 일진 자본은 노조의 실무교섭 제안을 흔쾌히 수락하는 듯했지만, 여태까지 실무교섭에서 진전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차일피일 시간만 끌면서 노동조합의 진을 빼놓으려는 사측의 계획은 초지일관 그대로였다.


그럼에도, 일진다이아몬드지회 전면파업은 아직까지 단 한 사람의 이탈자도 없이 기세를 힘 있게 이어가고 있다. 사측의 온갖 탄압과 회유가 전혀 먹혀들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조합원들은 두 달 연속 월급통장에 ‘0원’이 찍히는 초유의 사태까지 경험했지만, 당장의 재정적 어려움 때문에 이 싸움을 포기할 생각이 없다. 그만큼 일진다이아몬드 노동자들은 빼앗기고 짓밟힌 권리를 반드시 회복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파업 장기화의 일차적인 책임이 노조파괴 음모를 거둬들이지 않은 채 성실교섭의무를 회피하는 일진 자본에 있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일진그룹에 그 책임을 묻기 위해 집단 상경투쟁을 결의했고, 9월 4일부터는 서울 마포 소재 본사 로비농성에 돌입했다.


문재인 정부 역시 이 책임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다. 지난 7월, 정부는 ‘ILO 협약 비준’을 구실로 노동관계법 개악안을 입법 예고했다. 이 개악안은 ‘사업장 내에서 일체의 점거행위를 금지’하는 등 독소조항으로 가득하다. 노동자 단결권 확대에 상응하는 ‘사용자 대항권’ 확대를 노골적으로 내걸고 있다. 일진다이아몬드 노동자들의 처절한 투쟁이 입증하듯이, 지금 이 순간에도 노동3권 보장은 공문구나 다름없는데도 말이다.


이제 일진다이아몬드 노동자들은 서울 한복판에서, 전국 방방곡곡에서 투쟁하는 노동자들과 더 크게 연대하고 더 단단하게 결집할 것이다. 자본의 노조파괴를 끝장내는 싸움이자, 정부의 ‘노동존중’이 위선임을 드러내는 싸움이다. 동지들의 적극적인 지지와 연대를 부탁드린다.

© k2s0o1d6e0s8i2g7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