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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호 사회변혁노동자당 2021.02.06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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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 신기술? 투기상품?

 

둘 다 맞으나 관계없다

 

 

송명관┃참세상연구소

 

 

 

비트코인에 대한 투기 열풍이 또 한 번 논란의 중심에 섰다. 3개월 만에 두 배 이상 급등하던 비트코인 시세는 미국 재무장관 지명자의 부정적 말 한마디로 하루 만에 10% 넘게 폭락하기도 했다. 말 그대로 롤러코스터처럼 요동치는 비트코인이다. 비트코인의 이런 투기적 요소는 이미 수년 전 확인했다. ‘가즈아’, ‘존버’(가격이 오를 때까지 기다린다는 뜻) 같은 유행어를 만들었고, 높은 TV 토론 시청률을 보일 만큼 우리 사회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이제 어느 정도 비트코인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은 자리 잡혔다. 실존하는 동전이 아니라 디지털로 표현되는 숫자이며, 보안성이 높아 해킹이 불가능한 기술로 만들어졌다는 정도는 상식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 투기적 상품이 다시 또 들썩이고 있는 것이다. 왜?

 

 

 

‘지불결제시스템’으로서

비트코인

 

먼저 비트코인 환전소의 역할을 살펴보자. 우리가 해외여행을 하려면 은행의 외환거래 창구를 찾아가 원화를 다른 통화로 환전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비트코인은 법정화폐가 아니기 때문에 이것을 실물거래에 사용할 수 없다. 기존 화폐와의 교환이 이뤄져야 한다. 이건 마치 인터넷에서 게임머니나 포인트 충전을 위해 현실의 화폐를 지불하거나, 반대로 게임머니를 모아서 누군가에게 현실의 화폐로 되파는 것과 비슷하다. 비트코인 환전소는 이렇게 비트코인을 현실의 화폐와 서로 사고 되파는 일을 중개한다. 일종에 외환거래 창구와 같다.

 

그런데 만약 사람들이 비트코인을 구매하는 데 별다른 효용을 느끼지 못한다면, 비트코인은 주목을 받지 못했을 것이다. 마치 게임에 관심 없는 사람에게 게임머니를 몇만 포인트 준다고 한들 별 의미 없는 것과 똑같다. 즉, 비트코인이 세간의 주목을 받은 이유는 게임머니와 질적으로 다른 뭔가가 있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의 대표적인 효용은 화폐의 여러 기능 중 몇 가지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바로 다른 중개기관 없이 개인 간에 직접적으로 지불결제 및 청산을 할 수 있는 기능이다. 현대 사회에선 이런 기능을 흔히 은행이나 카드사에서 맡는다. 우리가 컴퓨터 앞에 앉아 보안카드 번호를 눌러 인증을 받고 계좌이체를 하는 것과 동일한 기능을 비트코인이 수행한다. 더욱 놀라운 점은 이를 수행하는 인격적 주체가 따로 없다는 점이다. 비트코인 시스템에서 이뤄지는 과정은 마치 우리가 인터넷에 접속해 여기저기서 소식을 접하는 것과 비슷하다. 인터넷을 관리하는 주체가 따로 없듯, 비트코인 시스템을 통제하는 주체는 존재하지 않는다. 인터넷에 개인 홈페이지를 만들듯, 비트코인 시스템에서도 개인 계정을 임의로 수없이 만들 수 있다. 그리고 계정 간 활발한 비트코인 거래가 가능하다.

 

또 하나 놀라운 점은 계정 간 비트코인 거래내역을 누구나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것이다. 계정 아이디를 보고 소유자가 누구인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그 계정으로 거래되는 내역은 모두 공개된다. 지금 당장이라도 비트코인 시스템에 접속하면 처음 작동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이뤄진 모든 계정 간의 거래내역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투명성은 비트코인이 가진 지불결제 및 청산 시스템의 신뢰성을 보장해 준다. 마치 지구 위에 누구나 볼 수 있는 크고 투명한 금융거래 장부가 있는 것과 같다.

 

흔히 비트코인이 마약거래 같은 은밀한 불법적 거래에 활용될 수 있다고 지적하는데, 그 이유는 계정의 실소유자가 누군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마치 은행 계좌번호만으로는 그 소유주가 누군지 알 수 없는 것과 같다. 계좌추적을 하려면 은행의 협조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비트코인 환전소는 계정의 실소유주가 누군지 관리하지 않는다. 화폐를 통제해야 하는 국가의 입장에서 보면, 이렇게 기존 화폐체제에서 벗어난 지불결제시스템이 널리 사용되는 것을 경계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각국 정부가 비트코인을 금이나 석유처럼 투자 상품으로 제도화해서 과세하거나, 아예 불법적으로 간주해 거래를 막는 조치를 취했던 것이다. 얼마 전 페이스북이 “리브라”라는 지불결제시스템을 도입한 디지털 통화를 만들려다 좌절된 이유가 이런 법적 갈등 때문이었다.

 

 

 

디지털화된 법정화폐와

비트코인의 차이점

 

그런데 이미 우리는 비트코인과 유사한 디지털 화폐를 사용하고 있다. 인터넷 결제가 보편화된 사회에서 우리가 접하는 대부분의 화폐는 디지털 숫자로 존재한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현금 몇만 원 정도만 지갑에 넣고 다닐 뿐, 눈에 보이는 돈의 활용은 미미하다. 비대면 시대에 간단한 배달조차 핸드폰을 열어 터치하는 게 일상이 된 우리 모습을 보면 쉽게 이해된다. 오히려 보안성이 뛰어나다 해도 환전이 번거로운 비트코인보다는 그냥 일사천리로 처리되는 지금의 지불결제시스템이 훨씬 낫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커다란 차이점이 존재한다. 앞서 언급했듯 비트코인은 이를 관리하는 금융기관이 따로 없다. 그리고 발행량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통화정책의 중요한 기반이 되는 신용창조 기능이 애초부터 없다. 바로 이 점이 중요한데, 현대 자본주의에서 화폐의 핵심 기능은 무엇보다도 신용창조다. 중앙은행의 금리 정책이나 공개시장 정책(중앙은행이 채권 매입‧매각으로 통화량을 조절하는 정책), 재할인율 정책(쉽게 말하자면 중앙은행이 시중은행에 대출해줄 때 적용하는 금리 조절 정책) 등은 모두 시중은행을 통해 창조되는 신용통화를 조절하기 위한 정책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비트코인은 현실의 화폐가 수행하는 가장 핵심적 기능인 신용창조를 수행할 수 없도록 설계된 셈이다. 비트코인의 총량이 정해져 있어서 인플레이션을 발생시키지 않도록 설계된 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혹자들은 비트코인을 두고 ‘화폐가치 하락에 대비한 금 같은 투자 상품’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이것을 대안적이라고 평가해야 할지는 의문이다. 왜냐하면 화폐가치가 하락한다고 하더라도 소득의 증가 폭이 그 이상이면 화폐가치 하락으로 인한 손실을 충분히 메우기 때문이다. 즉, 급격한 인플레이션이 문제지, 완만한 인플레이션은 현실에서 큰 문제로 부각되지 않는다. 몇몇 비트코인 옹호론자들은 금처럼 정해진 총량을 유지하고 있는 비트코인이 과거 금본위제 역할을 대신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견해를 내놓기도 하는데, 이것은 금에 대한 오해를 비트코인에 대해서도 똑같이 하고 있는 것과 같다. 설령 현재 화폐체제가 흔들린다고 해도, 금본위제로 돌아갈 순 없다. 왜냐하면 전 세계 금을 미국 같은 특정 국가들이 독점하고 있기 때문에, 합의하에 모두 금본위제로 돌아가자고 동의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이미 특정인들이 점유하고 있는 비트코인을 모두 몰수해서 전 세계 사람들에게 나눠줄 수 없는 노릇이다. 그러니 비트코인이 지금의 화폐체제를 대체할 순 없다. 비트코인이 아무리 뛰어난 보안성을 지닌 시스템이라고 해도, 각국 정부가 화폐주권을 포기하면서 그것을 받아들일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비트코인 시스템을 이용한

디지털 화폐의 진화

 

그렇다면 비트코인에서 우리가 주목할 부분은 어디에 있을까? 가령 비트코인 시스템은 기존의 국가 간 화폐 장벽을 넘어 글로벌 지불네트워크를 매우 간단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 전 세계 이주노동자들이 본국으로 송금하는 환전시장 규모가 대략 500조 규모라고 하는데, 여기서 대형은행들이 환전수수료 명목으로 챙기는 돈이 엄청나다. 정말로 땅 짚고 헤엄치는 것이다. 만약 글로벌 환전시스템을 비트코인처럼 만들 수 있다면, 대형은행들이 가로챘던 혜택을 대중에게 나눠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점은, 굳이 이것을 비트코인으로 대체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이다. 비트코인의 핵심은 시스템을 작동시키는 ‘기술’이지, 화면에 나오는 숫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미 디지털화된 기존 화폐들 역시 비트코인 기술을 이용해 비슷한 금융거래 환경을 만들 수 있다. 이미 중국은 특정 지역에서 위안화를 디지털 화폐로 발행해 실물경제에 시범 적용하고 있다. 중앙은행의 통제 아래 모든 실물거래에서 종이 화폐 없는 디지털 화폐가 사용되는 것이다. 이로써 중앙은행은 실시간으로 통화의 총량 변화와 흐름을 파악할 수 있고, 보다 정교한 통화정책이 가능해진다. 물론 이것이 글로벌화하려면 넘어야 할 벽이 많다. 유로화처럼 통합된 화폐가 아니라면 국가 간 화폐장벽을 쉽게 걷어낼 수 없기 때문이다.

 

 

 

투기상품으로서 비트코인

 

그런데 우리가 지금 뉴스에서 보고 있는 비트코인 열풍은 앞서 말한 내용과 전혀 관계없다. 말 그대로 투기일 뿐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자면, 비트코인의 핵심은 기술이지 화면에 표시된 숫자가 아니다. 그러면 왜 이렇게 투기열풍이 불어 닥치는 걸까?

 

이는 다른 투기상품과 비교하면 이해하기 쉽다. 금을 예로 들면, 금의 사용가치는 산업용 혹은 사치재로서의 수요일 뿐이다. 금은 더 이상 실물거래에서 화폐로 통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과거에 화폐로 기능했던 역사적 경험과 관습, 그리고 쉽게 닳아 없어지지 않는 견고성이 금에 대한 선호를 계속 만들어 왔다. 그리고 그것을 선호하는 사람들에 의해 현금으로 거래되는 금 상품시장이 있고, 투기상품으로 기능하는 것이다. 심지어 금에 기반을 둔 증권(일명 ‘종이금’)의 액면가 총량은 실물 금의 가치보다 훨씬 크다. 만약 종이금을 모두 금으로 환전하려고 하면 금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이 가능한 건 말 그대로 투기적 상품이기 때문이다. 고가 미술품 거래로 자금 세탁이나 재산 증여를 하듯, 미술적 가치보다 그것이 거래되는 시장이 있기 때문에 투기상품으로 기능하는 것이다.

 

비트코인도 마찬가지다. 특히 비트코인은 새로운 투기상품이다 보니 관례적 기준이 없어서 쏠림 현상이 더욱 심하다. 지난해 겨울 비트코인 가격이 폭등한 이유도 금융기관들이 비트코인을 매수했다는 소문이 돌았기 때문이다. 코로나 사태 이후 중앙은행들은 유동성을 엄청나게 늘렸고, 이는 주식‧부동산‧원자재 가릴 것 없이 모든 자산시장을 부양하는 데 커다란 버팀목이 됐다. 비트코인도 그중 하나가 된 것이다. 갑자기 비트코인에 엄청난 기술적 변화가 생긴 건 아니다.

 

비트코인은 신기술이기도 하고 투기상품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둘은 전혀 관계없다. 비트코인의 미래가치가 엄청날 것이라는 이야기는 투기꾼들이 만든 요설일 뿐이다. 이미 비트코인의 기술은 시세변동과 무관하게 널리 퍼져나가고 있고 제도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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