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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정치꾼들만의 계절’, 반복하지 않으려면

 

 

‘대안 없음’의 축제,

쉐도우 복싱*

서울시장 보궐선거

 

 

김건수┃학생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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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가 재미없다”

 

여당 지자체장의 연이은 성폭력‧성추행 사건으로 인해, 때 이른 시기에 2022년 대선의 분수령이 열렸다. 이로써 지난 2020년 4‧15 총선에서 압승의 흐름을 이어가고자 했던 민주당에는 절체절명의 위기가, 참패를 역전할 기회를 도사리고 있던 보수야당엔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 그 외에도 진보당, 기본소득당, 그리고 정의당 역시 (당 대표 성추행 사건 이전까지만 해도)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했다.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주 무대는 또다시 두 거대양당의 각축전이 됐지만, 장외에선 양당체제의 한계를 지적하며 서로가 대안을 자임하는 ‘2라운드’가 펼쳐지고 있다. 변혁당은 지난 2020년 “사회주의 대중화 사업” 계획을 제출하며 보수양당체제를 종식할 대안으로서 사회주의 세력의 필요성을 주문하고 그 역할을 자임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거대 양당의 축제로 끝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서울시장 선거,

그들만의 ‘약속된 플레이’

 

사회주의 세력이 출마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대안을 제시하기가 쉬운 일은 아니지만, 자본주의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과는 전혀 무관한 지금의 선거지형에서 대안을 찾는 건 불가한 일이다.

 

단적인 사례로, 특히 서울시장 선거의 최대 쟁점 중 하나인 부동산 관련 입장에서 여당과 야당은 형식적으로는 ‘공공주택’을 통한 주택보급과 ‘민간주택(규제완화와 재개발 촉진 등)’을 통한 주택보급으로 나뉘고는 있으나, 두 입장은 재개발과 투기‧건축자본 활성화로 다시 모인다. 실제로 우상호, 박영선, 나경원, 안철수는 강남 재개발에 대해 이견이 없으며, 이 지역의 아파트 시세는 벌써부터 오르고 있다. 민주당 주자들이 핵심적으로 제시하는 ‘공공임대주택’ 역시 건축자본의 수요를 증진시키는 점에서 자본가들과 약속된 ‘페어플레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식이라면 현재 부동산 가격 폭등을 야기한 투기자본의 먹잇감을 더 크게 만들어주기 때문에, 노동자‧서민이 겪는 주거난의 근본적 문제를 전혀 해결할 수 없다. 일부 공공임대주택을 통해 최소한의 혜택은 있겠지만, 그조차 소득에 비해 막대한 자금을 마련해야 하거나 투기수요가 몰려든 극심한 경쟁률에 밀려 접근하기 어려운 경우가 부지기수다. 민중이 하나를 얻을 때 자본에 열을 내어줘야 하는 불리한 게임은 계속될 것이다.

 

젠더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애초에 여당 지자체장의 성폭력‧성추행 사건이 현재 보궐선거의 도화선이었던 만큼, 야당은 젠더 문제의 ‘적극적 해결사’를 자임하고 있다. 민주당도 뒤늦게나마 전임 지자체장의 성폭력을 인정하고 후보자의 성 인지 감수성 교육을 의무화하는 등 자세를 낮추는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겉으로 ‘반(反)성폭력’의 목소리를 내는 것과 달리, 기실 민주당 후보들은 (특히 박원순 성폭력 사건에서)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에 행동대장 노릇을 했던 ‘문빠’ 지지층 결집을 호소하고 있고, 국민의힘은 민주당 성폭력 사태를 정치공학적으로 활용할 뿐이다.

 

결국 자본주의와 만난 가부장제, 가부장제와 만난 자본주의의 여성차별과 여성수탈의 문제는 도외시되고, 젠더 문제는 상대방을 공격하기 위한 기만적 캐치프레이즈로 머무를 공산이 크다. 거대양당은 권력형 성폭력 문제 외에 낙태죄 폐지와 열악한 돌봄노동 문제, 코로나19 이후 여성노동자들의 대량해고 사태 같은 체제 모순과 직결된 사안에 대해선 관심이 없다.

 

 

 

정세의 요구

 

이렇듯 ‘대안 아님’의 각축, 쉐도우 복싱은 체제와 불화하는 노동자민중을 정치로부터 소외시킨다. 또한 이들은 투표권을 ‘집값을 위한 거래물’로 전락시키고 있다. 이러한 정치와 노동자민중 간의 소외, 민주적 통치수단의 상품으로의 전락은 자본주의 통치게임의 룰을 보다 강화하는 방식으로 계급관계를 확고히 한다.

 

그러나 우리는 보수양당체제에 대한 비판으로 그쳐선 안 된다. 노동자민중의 선택지가 될 수 없는 보수양당 후보자들의 지지율이 뉴스 메인 화면을 도배하는 동안, 여전히 대안으로 자리매김하지 못하는 사회주의 세력에 드리운 그림자의 깊이가 더해지고 있다. 그런 점에서 사회주의 이념과 세력의 대중화 여부가 한국사회와 노동자민중의 운명과 직결되어 있다는 말은 과장일 수 없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정세는 사회주의를 요구하고 있다. 여당과 야당 모두 ‘온전히 시장에 의존하겠다’고 대놓고 말할 수 없을 만큼 자본주의 모순이 극에 달해있다. 보수양당체제의 지속가능성과는 별개로, 앞으로의 정치구도에서 사회 공공성과 시장의 대립은 중요하게 떠오를 것이다. 한편, 한국에서도 자본주의 생산체제의 근본적 변화를 요구하는 기후운동 주체들이 성장하는 등,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비판과 성찰, 그리고 새로운 체제로의 요구가 대중 스스로에게서 움트고 있다.

 

20세기 혁명의 전야에서 레닌은 “무엇을 할 것인가”라고 물었다. 21세기 지구공멸과 대안정치의 실종을 맞이하여 사회주의자들은 또다시 “무엇을 할 것인가” 스스로 되뇌어야 한다. 2021년이 사회주의 대중화의 원년이 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 당의 어깨가 무겁다.

 

 

 

 

* 쉐도우 복싱: 상대방 없이 허공에 대고 하는 복싱 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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