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공항
누구를, 무엇을 위한 것인가?
남영란┃부산
선거를 앞둔 보수정당들의
신공항 잔치
공항 건설 추진은 선거 시기마다 지역을 막론하고 내걸린 대표 공약 중 하나다. 그 결과 이 나라 14곳에 공항이 건설되어 있다.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14개의 공항 가운데 인천과 제주, 김해공항을 제외하면 대부분 적자로 운영되고 있다. 이 와중에 2003년 노무현 정부 시절 시작되었던 부산 가덕도 신공항 문제는 근 20년 동안 ‘김해 신공항이냐, 가덕 신공항이냐, 밀양 신공항이냐’를 둘러싼 지역 간 정쟁거리로 오르내렸다. 그리고 지금, 올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가덕 신공항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국민의힘 부산지역 국회의원들과 민주당은 예비타당성 조사 등을 면제함으로써 일사천리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가덕도 신공항 건설 촉진 특별법’을 발의하여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겠다고 공언한다. 가덕도가 아닌 김해 신공항을 주장해왔던 국토부도 작년 말에 고시했어야 할 6차 공항개발종합계획을 올해 상반기로 미루면서 ‘특별법 처리 결과를 반영하겠다’고 해 사실상 가덕 신공항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것으로 보인다.
가덕 신공항 건설 주장에는 ‘지역경제 활성화’, ‘국가균형발전’, ‘부산을 세계 제1의 도시로’ 같은 구호가 메인으로 등장한다. 이 거창하고 요란한 구호에 경제의 진짜 주체인 노동자들이 있는가? 지역을 일구어가는 주민들, 시민들은 어디에 있는가? 경제위기로 수없이 잘려 나가고 있는 노동자들을 한편에 방치하면서 등장하는 ‘신공항 건설을 통한 일자리’의 실체는 무엇이겠는가? 하지만 ‘신공항 반대’의 목소리는 제대로 사회화되지 못하고 그저 ‘지역주의’로 싸잡아 매도되고 있다. 그럴수록 지역은 물론이고 이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키워야 한다.
[사진: 민주당 부산시당 홈페이지]
신공항은
우리의 미래가 될 수 없다
부산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기자회견과 토론회를 통해서 ‘신공항은 우리의 미래가 될 수 없다’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최근 진행된 가덕도 신공항 관련 토론회(“신공항 우리의 미래가 될 수 있는가?”)에서는 ‘지역경제 활성화’와 ‘국가균형발전’ 등 그럴듯한 담론으로 추진되는 신공항 건설 흐름에서 기후위기와 환경에 대한 고민은 흔적도 찾아볼 수 없음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김현우 <기후위기 비상행동> 집행위원은 신공항 추가 건설이 ‘수송(항공) 부문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목표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꼬집으며, 앞으로 대규모 프로젝트는 환경(기후)과 지속가능성 확보의 원칙을 최우선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경제와 공항’이라는 주제로 발제한 우석훈 교수는 금융공기업이나 영화 관련 기관‧인프라의 부산 이전 등 ‘균형발전’이라는 정책 틀에서 할 수 있는 것을 이미 거의 다 했다며, ‘물류공항 등 신공항이 들어서면 부산경제가 나아질 것’이라는 공언이 아니라 지역경제에 대한 근본적이고 제대로 된 진단이 이루어져야 함을 제기했다. 또한 공항 등을 건설한 이후에는 시민들의 삶의 비용으로 막대한 적자 등을 충당하게 될 것임을 꼬집었다.
‘가덕 신공항과 환경’이라는 주제로 발표한 박중록 <사단법인 습지와새들의친구> 운영위원장은 ‘세계적 자연유산인 낙동강 하구와 국토환경성평가 1, 2등급 지역인 가덕도를 부산 미래 발전의 소중한 자산으로 만들기는커녕 이를 훼손하는 신공항이 도대체 누구를 위한 개발이냐’고 분노했다. 신공항을 추진하려는 세력과 우리는 신공항을 바라보는 출발점이 다를 뿐만 아니라, 그리고자 하는 미래 또한 다르다.
다른 세상을 꿈꾸자
지금의 신공항 논의 구도에 빠져들다 보면 결국 ‘김해 신공항이냐, 가덕 신공항이냐’의 문제로 귀결된다. ‘너희들의 대안은 뭔데?’라는 질문에 ‘둘 다 아니다’라고 하면, ‘그럼 부산경제는 어떻게 살릴 거냐?’라는 질문이 이어진다. ‘이건 부산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 차원의 균형발전 문제’라는 주장과 함께. 이런 쳇바퀴 속에서 시민들은 김해 신공항과 가덕 신공항 중에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이른바 ‘한국형 그린뉴딜’, ‘지역균형 뉴딜’은 그렇게 시민들에게 자리 잡힌다. 결국 경기를 부양하고, 에너지원을 일부 녹색으로 바꾸어 현재의 체제를 지속해야 한다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이런 논의 구조를 따라가다 보면 결국 (그것이 어디 세워지든 간에) 신공항은 지역경제를 위해 필수 불가결한 것이 된다.
자본주의 체제라는 굴레 안에서 고민하기를 강요받는 이상, 기후위기를 막을 해법도 불평등과 경제위기를 극복할 방법도 찾을 수 없다. 그곳이 어디든 산을 깎고 바다를 매립하지 않고서 지을 수 있는 공항이 있는가? 과거 부산신항 건설로 파헤칠 만큼 파헤쳤고 매립할 만큼 매립해서 이미 환경파괴는 시작되었으니 조금 더 파괴해보자고 하는 것이다. 단기적이고 불안정한 일자리라도 없는 것보다 나으니 토건자본이 활개를 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여기에 녹색 분칠만 더하면 지역균형 그린뉴딜이 완성된다. 이렇듯 지금까지 강요되어 왔던 이 체제의 이데올로기를 벗어던져야 한다. 자본주의 체제에 녹색 분칠을 하고 수선한다고 해서 인간과 자연에 대한 수탈과 착취를 끝낼 수 없음은 자명하다. 신공항에 대한 찬반을 넘어 다른 세상과 다른 체제에 대한 구상과 논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