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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부동산 대책,

주거권 보장엔 턱없이 부족하다


혜경기관지위원회



새 정부가 82일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부작용을 최소화한 핀셋대책이라며 내놓은 6.19 부동산 대책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자, 새로운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이번 8.2 대책은 투기(수요)를 억제하고,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주택시장을 안정화하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정부는 집값 고공행진의 주원인을 투기적 수요로 진단하면서, 서울시 전역과 과천시, 세종시를 투기 지역으로 지정하는 한편, 투기를 막기 위한 다양한 정책들을 쏟아냈다. 청약 1순위 자격요건 강화 등의 청약 자격 엄격 제한, 다주택자 양도세 강화(내년 4월 이후 적용), 조합원 분양권 전매 제한, LTV DTI 강화 등 투기목적의 대출 제한이 그것이다. 이에 반해, 무주택자 대출에 대한 규제 강화조치 미포함, 무주택자들에 대한 청약 당첨 기회 확대, 공공분양 및 신규택지 공급 확대 등을 통해 실수요자에게는 주택 소유 기회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더불어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도를 예정대로 내년 1월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같은 대책은 청약, 세금, 재건축 및 재개발, 대출, 공급 등 부동산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을 총망라했다는 점, 투기세력을 근절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는 점에서, ‘빚내서 집사라했던 박근혜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비해서는 나은 정책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8.2 대책 역시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많은 한계와 문제점을 안고 있다.

 

투기세력, 잡을 수 있을까?

결론적으로 말해 이번 대책으로는 투기를 뿌리뽑기 어렵다. 투기지역을 중심으로 일시적인 투기 수요를 막을 순 있겠지만, 풍선효과(규제 제외 지역의 투기 과열)를 낳을 수 있으며, ‘보유세강화가 빠졌기 때문이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8.2 대책을 발표하면서, “내년 4월까지 시간을 주겠다. 그 전까지 다주택 소유자는 매도에 적극 나서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보유세를 강화하지 않은 상황에서, 여력이 있는 다주택 소유자들은 이후 집값 상승을 기대하면서 버틸 것이다. 우리나라의 보유세 실효세율은 1.28%로 선진국의 1/5에 불과하기에, 보유세 강화 없이 투기세력의 주택 매도를 압박하기엔 근본적 한계가 있는 것이다.

물가연동제 등으로 전월세 상승을 인정 한도 내로 규제하는 전월세 상한제와 세입자의 특별한 귀책사유가 없는 한 계속 거주할 권리를 보장하는 계속거주권역시 이번 대책에 포함되지 않은 것도 심각한 문제다. 이런 대책이 없다면, 주택소유자(임대인)는 대출부담금 등을 세입자에게 전가시킬 수 있다. 더욱이 정부는 임대소득에 대한 확실한 과세를 추징할 것이라 천명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다주택 소유자들은 자발적으로 주택임대사업자로 등록할 것을 권유하면서, 이를 위해 세제 감면 등의 당근책을 내달에 내놓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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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권 보장이란 관점이 결여된 8.2 대책

이렇듯 8.2 대책으로는 투기를 근절시키기엔 역부족이다. 더 큰 문제는 정부가 주택문제에 접근하는 관점에 문제가 있다는 점이다. 즉 정부 대책에는 투기를 뿌리뽑아 주택시장을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하면 된다는 인식에만 머물러 있을 뿐, 국민의 기본권으로서의 주거권 보장이라는 관점이 결여되어 있다. 정부 의도대로 투기가 근절되어 실수요자 중심으로 주택시장을 재편한다 해도, 서민들에게는 주택시장에 실수요자로 접근하는 것이 매우 힘들다.

30대 서울 시민의 절반(45.6%)은 주택 구매는커녕 전세를 살 만한 여력도 없어 월세를 살고 있으며, 서울시민의 31.3%는 월세(26.2%는 전세)를 살고 있다(2017년 서울서베이 도시정책지표조사). 주거비용의 계층별 격차도 심각하다. 2015년 통계청이 발표한 슈바베 지수(가계소득 가운데 주거비용이 차지하는 비중)를 보면, 전체는 12.66%, 상위계층은 9.8%, 하위계층은 19.4%나 된다. 하위계층일수록 주거비 부담이 삶을 옥죄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부동산 대책은 세입자보다는 구매자(또는 여력이 있는 층)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취약계층의 최우선 보장과 전국민의 주거권 보장이라는 관점을 결여하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세입자의 주거비 부담을 낮추고, 주거권을 보장하기 위한 전월세 상한제와 계속거주권이 대책에서는 빠져 있기 때문이다. 세입자들을 위한 주택공급 정책도 문제다. 정부 정책은 민간임대주택을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다주택자들에게 집을 팔지 않을 거라면, 주택임대사업자로 등록하라면서 이를 위한 혜택을 주겠다고 발표한 점이 단적인 예다. 즉 정부가 책임지고 국민의 주거권을 보장하는 공공임대정책보다는 다주택자나 건설자본의 임대사업인 뉴스테이 사업(기업형 임대주택)과 같은 민간 주도(시장 주도) 정책을 통해, 주거문제를 해결하려 하는 것이다. 네덜란드 30%, 프랑스 17%, OECD 평균 8%과 비교할 때, 현재 한국의 공공임대주택 비중(5.4%)은 턱없이 낮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공공임대주택을 획기적으로 늘리기보다는, 이윤과 불로소득을 노리는 민간(시장)에게 이를 맡기려 든다.

헌법 35조는 국가는 주택개발정책 등을 통하여 모든 국민이 쾌적한 주거생활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말한다. 새 정부가 주택난에 허덕이고 있는 대다수 노동자민중의 현실을 바꾸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무엇보다도 국민주거권 보장이라는 국가의 책무에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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