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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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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자본주의와 노동자의 미래

 

이주용정책국장


 

오늘날의 자본주의는 위기 이후 회생의 길을 찾고 있는가? 지난해 12월 이후 7개월간 한국 주식시장은 상승세를 유지하며 5월 이후에는 매달 코스피 최고점 신기록을 갱신했다. 주가상승의 주역은 단연 삼성전자다. 반도체산업이 팽창하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 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에서 미국의 인텔을 제치고 세계 반도체업계 1위로 올라섰다.

주식만이 아니라 부동산 가격도 뛴다.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20162월 말부터 75주간 상승했다. 정부가 8.2 부동산대책을 내놓으며 집값은 반드시 잡겠다고 공언했지만, 부동산 구매자들은 이제 규제를 강화한 주택담보대출 대신 금리가 더 높은 일반신용대출로 몰리면서 부동산 열풍이 잦아들지는 미지수다.

이 가운데 정부와 언론은 4차 산업혁명을 자본주의의 신대륙처럼 홍보하고 있다. 특히 경제지들은 기계와 로봇, 인공지능이 인간노동을 대체하는 스마트한 새 시대에 맞춘 규제완화를 연일 요구한다. 4차 산업혁명이 무엇인지 정의조차 불분명한 가운데, 새로운 기술혁신이 자본주의를 구원할지 대량실업의 디스토피아를 열어젖힐지 논의가 분분하다.

이번 정치캠프에서는 자본주의의 현재와 그 속에서 우리의 삶은 어떻게 변화하는가를 살펴보는 주제들을 마련했다. 위기 국면에서도 대기업들은 상당한 이윤을 축적하고 금융 역시 팽창하지만, 대중의 삶은 근 20년간 노동유연화 공세와 함께 기반부터 흔들렸다. 재벌체제금융화4차 산업혁명기본소득을 키워드로 한 이번 강좌들에서는 오늘날의 자본주의를 분석하고 그것을 뛰어넘을 실천의 단초들을 모색했다.

 

재벌체제 형성과 지배의 역사, 그리고 넘어서기

김태연사회변혁노동자당 투쟁연대위원장 


한국 자본주의를 지배하는 재벌체제는 형성과정부터 국가의 대대적인 지원을 토대로 했다. 해방 이후 조선 내 일본인 자산을 자본가들에게 헐값에 불하하면서 오늘날 삼성, 현대, SK 등의 재벌그룹이 탄생했다. 미국은 반공 전진기지였던 한국에 거대한 경제 원조를 제공했고 이는 초기 재벌의 자본축적에 기여했다. 이후 박정희 정권은 해외차관과 금융지원, 각종 공업화정책으로 재벌을 육성했다. 198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가 퍼지며 한국도 시장개방과 금융자유화 조치들을 시행했고, 재벌들은 자유롭게 외부자금을 끌어들였다. 곧 과잉투자로 재벌의 부채비율은 300~500%에 달했고, 이는 1997년 경제위기를 불러온 한 요인이었다. 하지만 재벌체제는 막대한 공적자금과 노동유연화를 바탕으로 살아남았다. 2000년에 비해 현재 GDP 대비 30대 재벌 자산총액은 49.5%에서 90.4%까지 늘어났다.

오늘날 총수일가는 1% 미만의 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하고, 불법과 편법으로 경영을 세습한다. 국정농단사태로 재벌개혁은 다시 화두로 떠올랐지만, 현 정부가 내세우는 지배구조개편은 복잡한 순환출자구조를 지주회사체제로 바꿀 뿐 총수일가의 소유와 지배는 그대로 유지한다. 재벌의 거대한 생산력은 사회적 자원을 흡수해 이룩한 것이지만 그 막대한 부는 총수일가가 누린다. 지난 수십 년간 정부는 통신, 교통, 에너지, 금융, 조선, 철강 등 국가기간산업을 재벌에 넘겨주었다. 재벌이 소유한 이 산업들을 다시 국유화하는 한편, 재벌의 노조탄압을 뚫고 노동조합 결성과 노동3권 확대강화 투쟁을 전개할 때 재벌에 대한 아래로부터의 통제도 그 단초를 찾을 수 있다.

 

금융화의 확대와 국가권력 - 신용의 사회화, 대중의 금융화

송명관 참세상연구소 


1997IMF 위기 이후 재벌들이 구조조정을 거쳐 사회적 부의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다면, 가계는 정리해고와 불안정노동의 확산 속에 부채를 쌓고 있다. 가계가 저축하면 기업이 은행에서 대출받아 투자하는 모델은 사라졌다. 거꾸로 기업은 이윤을 사내유보하고 저축하는 반면 가계의 대출과 부채가 늘어났다. 금융화는 이 과정을 매개하며, 대중으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빚을 지는 것을 넘어 금융상품이나 부동산 등 자산증식을 위해 적극적으로 빚을 지는 투자자로서의 정체성을 부여했다.

신자유주의가 본격화하면서 한국사회는 빚 권하는 사회가 되었다. IMF 위기로 기업대출이 막히고 민간소비가 줄어들자 정부는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을 확대하는 한편 신용카드 확대로 빚을 져서라도 집을 사고 소비를 늘리도록 유도했다. 고용안정성이 무너지고 사회안전망도 변변치 않은 이 나라에서 대중의 부채는 빚을 갚지 못하게 될 경우 생존의 위기로, 경제적으로는 신용위기로 퍼져나간다. 2003년의 카드 대란, 그리고 2008년 경제위기 이후 급격히 늘어난 하우스푸어 등 각종 푸어족의 현실이 이를 보여준다.

국가는 안정적 고용과 사회보장을 책임지지 않고 대중 스스로 재테크나 빚테크 등 금융기법을 활용해 자산을 늘리라고 요구했다. 그 결과는 가계부채 폭증과 재생산의 위기다. 2008년 경제위기 이후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은 부실채권 매입 등 금융자본을 살리는 데 엄청난 돈을 쏟아부었다. 이제 국가재정을 일반 대중의 채무 탕감, 공공투자와 사회안전망 확충 등 민중을 위해 사용하라고 요구하는 투쟁을 전개해야 한다. 경제위기가 지속할수록 국가의 역할과 재생산을 둘러싼 계급투쟁은 첨예해질 것이다.

 

자본주의, 로봇 그리고 노동

홍석만┃참세상연구소


2008년 세계 경제위기 이후 저성장이 일반화한 뉴 노멀시대가 왔다면, 10년이 지난 지금 4차 산업혁명은 저성장의 늪에 빠진 자본주의를 구원할 장밋빛 미래로 각광받고 있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를 이렇게 널리 사용하는 나라는 한국 외에는 거의 없으며, 오히려 주류경제학을 이끌던 미국의 경제학자들은 구조적 장기침체로 향후 수십 년간 생산성이나 성장률 반등은 없을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인공지능과 로봇 등 기술의 발전으로 생산력은 크게 증대할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새로운 기술혁신은 결국 인간노동을 기계로 대체한다는 점에서 기계나 원재료에 들어가는 비용인 고정자본 비중이 대폭 늘어나고, 여기에 자본간 경쟁이 격화하며 이윤율이 더 하락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는 맑스주의 경제학자들뿐 아니라 서구 주류경제학자들도 인정하고 있다.

한편 로봇이 인간노동을 대체하면서 중간소득 일자리를 없애고 노동자들을 고임금과 저임금층으로 양극화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일자리 전체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단순 저임금 일자리는 오히려 증가한다. 로봇경제와 인공지능은 인간노동력의 지출을 줄이는 한편 사회적 필요에 따른 경제계획을 가능케 할 토대이지만, 자본주의에서 그 과실은 모두 로봇소유주가 차지하고 노동자들은 오히려 저임금불안정노동의 한계적 삶으로 내몰린다. 로봇경제와 인공지능은 개별기업을 넘어 노동유연화를 막기 위해 어떻게 노동자 연대전략을 마련할 것인가와 더불어, 발전한 생산력을 누구를 위해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기본소득, 새로운 대안인가 자본의 무기인가?”

김병인성공회대 박사 수료 


기본소득 논의는 예전부터 있었지만 4차 산업혁명 열풍이 불면서 다시금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로봇과 인공지능이 인간노동을 대체하면서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고, 임금소득을 상실한 사람들에게 소비와 생계유지를 위해 기본소득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한편 경제침체가 장기화하며 안정적인 임금소득을 얻기가 갈수록 어려워짐에 따라 기본소득을 저성장 대응책으로 제시하는 사람들도 있다. 문재인 정부도 청년수당 등 각종 수당을 공약하며 기본소득이라고 홍보했다.

그러나 기본소득은 서구에서 복지국가체제가 붕괴하고 신자유주의가 전면화하는 과정에서 등장했다. 즉 공공부조나 사회보험 등 기존 사회안전망을 무너뜨리면서, 생계를 유지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을 기본소득으로 제시하며 저임금 노동이라도 하지 않을 수 없게끔 하여 노동유인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기본소득 제안금액이 30만 원 수준인 것은 이 성격을 드러낸다. 여기에 더해 자본은 기본소득을 근거로 자신이 직접 지불하는 임금액을 더 낮출 수 있다.

기본소득은 급진적인 것처럼 보이는 외관과 달리 (이미 신자유주의로 상당히 무너진) 복지시스템을 무너뜨리고 노동시장 유연화를 가속화할 공산이 크다. 저임금 불안정 노동체제를 고정된 것으로 보고 이를 적당히 보완하는 것이 아니라, 이 노동체제를 근본적으로 재구성할 투쟁이 요청된다. 또한 사회서비스의 국가책임 원칙을 확립하고, 대중의 필요에 기반한 복지시스템을 마련하는 투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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