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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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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동북아 신냉전과 북핵위기

 

백종성정책선전위원장

 


919일 트럼프는 UN 총회 기조연설에서 미국은 엄청난 힘과 참을성을 가졌다. 그러나 미국과 동맹국을 보호해야만 하는 상황이 온다면 우리는 북한을 완전히 파괴하는 것 외에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라고 발언했고, 이틀 뒤 김정은은 무엇을 생각했든 간에 그 이상의 결과를 보게 될 것 미국의 늙다리 미치광이를 반드시 불로 다스릴 것이라고 대응 성명을 발표했다. 918일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서울에 중대한 위험이 없는 대북 군사옵션이 있다고 발언했고, 924B-1B 전략폭격기가 F-15 전투기의 호위와 함께 동해상에서 무력시위를 펼쳤다. 미 국방부는 이를 “21세기 들어 비무장지대에서 북쪽으로 가장 멀리 간 비행이라며, “군사적 옵션에 대한 미국의 결의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한반도를 둘러싼 전쟁위기는 나날이 커지고 있다. 이를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미국의 아시아 회귀가 낳은 것

자유주의 언론은 과격한 언사를 동반하는 트럼프의 대외정책을 오바마 정부와 비교하며 비난하고 있으나 트럼프 정부의 대외정책은 오바마 정부를 계승하고 있다. 오바마 정부는 소위 아시아 회귀Pivot to Asia, 혹은 전략적 재균형rebalancing이라는 동북아 정책을 폈다. 오바마 행정부는 미국 대외정책 중심축을 중동에서 동아시아로 옮겨왔고, 이는 고비용 장기전의 수렁에서 발을 빼려는 미국의 안간힘이자 중국의 부상에 대한 응답이었다. 오바마 행정부는 태평양에서 미국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중국 견제를 강화하기 시작했고 이는 정치-군사적 측면에서는 이라크·아프간 철군, ··일 군사동맹 강화, 경제적 측면에서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추진을 동반하는 전략적 과정이었다(중국이 추진한 AIIB는 그에 대한 대응이었다). 이 과정에서 한·일이 미사일방어MD체제에 편입했고, 일본이 미국의 용인 아래 평화헌법 무력화와 전쟁가능 국가로의 전환을 추진했으며, ·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이 타결되었고, ·일 일본군 위안부 협상이 타결되었다. 이 모든 것이 미국의 아시아 회귀과정에서 벌어진 일들이다.

이때, 북한의 존재는 동북아에 미국이 개입하기 위한 효과적인 명분이었다. 동북아 패권을 강화해 태평양을 계속 자신의 호수로서 유지하고자 하는 미국이 북한과의 평화협정을 원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오히려 북한의 적당한 도발은 미국에 개입 명분을 제공하는 고마운 일인 셈이다. 오바마 정부의 대북 전략인 전략적 인내는 문구가 풍기는 온순함에도 어디까지나 아시아 회귀라는 미국의 동북아 전략 아래 위치했으며, 그 실 내용은 핵 포기를 북·미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삼은 대북 제재, 그리고 그를 매개로 한 대중 압박이었다.

 

트럼프의 널뛰기가 말하는 것

북한은 애초 불개입주의를 표방한 트럼프의 당선을 은근히 반겼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가 아시아 회귀, 전략적 재균형이라는 단어를 외교정책에서 공식 폐기했음에도, 현재 최대의 압박과 개입Maximum pressure and engagement이라는 트럼프 정부의 대북 정책은 오바마 정부를 계승하고 있다. , 트럼프식 고립주의에는 외교적 실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한국·일본 등 국외주둔 미군철수 가능론, 나토 무용론 등을 흘리며 미국 우선을 표방한 트럼프식 고립주의가 강경한 개입주의로 선회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지난 818, 백악관이 트럼프식 고립주의를 설계한 스티브 배넌을 퇴출한 것은 상징적 장면일 것이다). 미국 자본이 누리는 경제적 이익 자체가 정치-군사 헤게모니 국가로서의 미국이라는 존재와 뗄 수 없다고 했을 때, 이는 필연적이다. 개입하지 않는 제국주의는 없다. 미국의 대외전략에 원칙이 있다면 그것은 패권유지일 뿐이며, 미국 대외전략의 좌충우돌 뒤에는 2008년 국제공황 이후 더욱 심화하는 미 헤게모니의 위기가 자리한다. 2015, 백악관이 발행한 <국가안보전략서 National Security Strategy>는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미국 인민의 안전보장과 국가안보이익을 위한 모든 전략은, ‘미국이 선도해야 한다는 거부할 수 없는 진리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강력하고 지속가능한 미국의 지도력은 인류의 존엄과 인권은 물론, 국제안보와 번영을 가능케 하는 법률기반 국제질서에도 필수적이다. 문제는 미국이 선도하는 방법일 뿐, 선도의 여부가 결코 아니다.”

 

제국주의 전쟁을 반대한다

북한은 소련이 제공하던 핵우산이 사라진 상황에서 생존을 모색해야 했다. 그리고 미국이 중동패권을 유지하고자 존재하지도 않았던 대량 살상무기를 명분으로 감행한 이라크 침공은 그 동인을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이 거듭되는 지금, 미국의 북한에 대한 전쟁은 완충지대를 상실한 중국과의 전쟁으로 이어질 것이며, 이는 3차 대전을 현실로 만들 것이다. 우리는 지금 평화를 요구한다. 그러나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체결에는 북핵포기와 주한미군 철수가 핵심 쟁점으로 걸려있다.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이 미국의 태평양 패권추구의 구동축임을 감안하면, ‘동북아 신냉전을 필연화하는 미국의 태평양 패권추구와 동북아 평화는 결코 양립할 수 없다. 우리는 북핵과 김정은 체제에 반대한다. 그러나 지금, 평화는 김정은과 북핵을 비판함으로써, 더 나아가 북한에 군사행동을 취함으로써 얻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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