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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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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를 넘어

적폐청산으로 나아가자



 201511월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백남기 농민이 숨을 거둔 지 1년이 지났다. 당시 경찰은 살수차 운용 지침을 어기고 백남기 농민의 머리를 향해 직사 살수하면서 결국 그를 죽음에 이르게 만들었다. 이른바 공권력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살수차 발포를 지시하고 집회 참가자에 대한 마구잡이 수사와 구속을 일삼았던 경찰 지휘관들이 공식적으로 사과하거나 책임지는 모습은 아직까지 찾아볼 수 없다. 지난 615일 서울대병원이 백남기 농민의 사인을 외인사로 바로잡고 유족에게 사과하자, 이튿날 이철성 경찰청장이 돌연 사과의 뜻을 전한 것이 전부였다. 그러나 민중총궐기 당시 집회 참가자들을 향해 살수차 발포 등 진압을 명령했던 강신명 전 경찰청장과 구은수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임기를 정상적으로 마치고 명예롭게퇴임했다. 또한, 백남기 농민이 사망한 이후에도 정권의 입맛대로 왜곡된 사망진단서를 기록한 경위는 물론, 시신탈취와 강제부검 시도 등 일련의 폭거에 대한 진상규명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따라서 유족과 백남기투쟁본부가 서울대병원의 사인 정정에 이은 현직 경찰청장의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지극히 당연한 처사였다.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대책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백남기 농민 사건의 온전한 해결은 요원한 일이기 때문이다.

지난 919일 정부의 공식 사과가 있었지만, 공권력과 공공의료기관의 적폐세력들은 여전히 건재하다. 이미 자정 능력을 상실한 권력의 부역자들에게 변화를 기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사유화된 권력에 맞서 노동자민중이 조직된 힘을 행사할 때, 우리가 발 딛고 있는 모든 곳에서 지배자들의 농단을 거부하는 투쟁으로 맞설 때에만이, 우리는 진정한 변화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신에게 믿고 찾을 수 있는 공공병원이 있는가?

 

박경득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지역지부 사무국장


 

서울대병원 노동조합이 박근혜정권 4년 동안 매년 파업에 돌입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환자와 국민들의 지지가 큰 원동력이 되었다. 노동자가 파업을 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지만, 공공병원에서의 파업은 대중의 관심과 지지가 승리의 필수적인 요소다.

병원은 모름지기 환자의 생명을 최우선의 가치로 여겨야 한다는 것이 보편적인 생각이지만, 그럼에도 병원 노동자의 파업이 가능한 것은 병원에서 정의와 공공성이 훼손되면 환자의 생명도, 국민의 건강권도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는 공통된 이해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립서울대병원이라면 더욱 그래야한다는 생각 말이다.

 

왜곡된 사망진단서는 정정됐지만...

백남기 환자(농민이고 어르신이고, 투쟁가이지만, 병원에서는 오직 환자로서 적정한 의료를 제공받아야 했을)에 대한 폭력이 특히 끔찍했던 이유는, 보호해야 할 주체가 폭력의 가해자와 한 몸이었기 때문이다. (동의하지 않지만) 국가권력은 개인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합법성과 강제력을 지닌다. 동시에, 그 막강하고 절대적인 힘을 개인에게 행사한다면 국가는 최악의 강력한 가해자가 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서울대병원도 마찬가지다. 병원에서 환자는 의사에게 모든 것을 내맡길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런 국가나 병원이 국민을 배신하고 폭력을 가할 때, 개인은 어떻게 자신을 보호할 수 있을까? 방법은 없다. 개인은 자신을 지킬 수 없다. 백남기 환자의 사건을 사망진단서 정정만으로 마무리 지을 수 없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백남기 환자의 사망진단서가 정정되어진 것은 촛불혁명의 공이 가장 크다. 그러나 촛불혁명이 그 자체의 힘으로만 모든 것을 이루지는 못한다. 허위 사망진단서를 만든 사람들은 여전히 건재하다. ‘죄는 졌지만 넘어가자는 식의 태도는 그 죄를 다시 저지르게 만들 수 있다. 일제부역자부터 세월호 범인들까지 힘 있는 자들의 죄는 모두 그랬다.

9월 현재, 서울대병원장은 노동조합이 단체교섭에서 병원장 사퇴를 언급하지 않으면 교섭에 나오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얼마나 가당치 않게 당당한가? 그는 역사를 통해 배워 왔을 것이다. 권력자의 미덕은 죄를 지었을 때조차 뻔뻔한 것이고, 그래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적폐를 청산하고 권력을 아래로 끌어내리자

우리의 요구는 잘못된 사망진단서를 고치는 데서 끝날 수 없다. 다시는 그런 사망진단서가 나오지 않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 서울대병원이 권력에 부역하지 않도록 하는 것, 국민들이 공공병원을 믿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죄를 지은 자는 반드시 죄 값을 받는다는 상식을 실현시켜야 한다.

서울대병원 노동조합은 원·하청 공동 집회, 병원장 집 앞 및 청와대 시위, 병원장 파면 시민 청원, 의료농단 수사 촉구 진정서 및 고발장 접수 등 병원장 퇴진 운동을 벌이고 있다. 그리고 노동단체, 시민사회단체, 정당 등과 함께 서울대병원 서창석 병원장 퇴진, 의료적폐 청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를 출범할 계획이다. 또한 인적적폐 청산 뿐 아니라 서울대병원 대개혁을 위한 4대 요구를 발표하고 교섭을 요구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대개혁 4대 요구>

 

1. 의료농단, 인적 적폐를 청산해야 합니다.

- 서창석 병원장, 오병희 전 병원장, 신경외과 백선하 교수, 뇌물수수교수·비리경영진 퇴출

  

2. 운영을 투명하고 민주적으로 개선해야 합니다.

- 병원장 직선제 도입, 노동자 시민 이사회 참여, 돈벌이 경영평가 폐지

  

3. 의료공공성을 강화하고 의료의 질을 향상해야 합니다.

- 어린이 무상의료, 의사성과급제 폐지, 중증외상·화상센터 설치, 시립보라매병원 직원 분리 중단, 어린이병원 급식 직영 전환

  

4. 비정규직 없는 안전한 병원을 만들어야 합니다.

- 본원, 보라매병원 직접고용 비정규직, 간접고용 비정규직 전원 정규직 전환


백남기 환자의 담당교수였던 백선하는 권력에 부역했거나, 혹은 자신의 판단을 정말로 의학적 판단이라고 착각했을 수도 있다. 후자라 하더라도 바로잡아야 한다. 국가가 가지는 권력, 전문가가 가지는 권력은 모두 공공의 이익이라는 목적을 위해 시민들로부터 이양된 것일 뿐이다.

권력이 그 자체로 힘을 갖지 않도록 나서야 한다. 공공병원이 더 이상 시민들을 배신하지 않도록, 어떠한 외압이 있더라도 환자를 지켜낼 수 있도록 서울대병원 노동자들은 먼저 자신들이 속해 있는 집단부터 바꿔내려 한다. 촛불 혁명가들이 각자가 속해 있는 집단에서 적폐를 청산하고 권력을 아래로 끌어내리는 운동을 더욱 적극적으로 해야 할 때다. 주말만이 아니라 평일에도, 광장만이 아니라 일터에서, 대통령이 아니라 사용자를 상대로, 백만 명이 아니라 바로 당신이 해야 한다. 재미있고 신나는 투쟁, 축제 같은 집회가 끝이 나도, 지난한, 그러나 반드시 해야만 하는 투쟁을 이어가야 한다. 그리고 다시 축제 같은 혁명을 준비해야 한다. 그것이 노동조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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