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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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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와 국가권력이 비정규직에 미친 영향

 

윤지영비정규교안작성팀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이 징역 3년을 선고 받고 감옥에 있다. 그가 말도 안 되게 과도한 형을 선고 받은 이유, 아직까지 감옥에 있는 이유는 자명하다. 바로 민주노총 위원장이었기 때문이다. 노동자와 노동조합에 대한 낙인은 오래 전부터 있어 왔다. 군부독재 시대에 노동자와 노동조합은 체제에 저항하는 불순세력으로 낙인찍혔다. 노동조합법은 노조 설립과 활동을 보장하는 듯한 외양을 띄었지만 실제로는 노조를 통제하고 형벌로써 제재하는 데에 주력했다. 금융위기가 터지자 정부와 자본가들은 IMF의 요구를 핑계 삼아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돌입하였고, 경영 효율성이라는 명분 아래 정리해고를 도입하고 파견법을 제정했다. 노조법상 복수노조 허용 규정,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규정, 파업기간 중 사용자의 임금 지급 의무 면제 규정도 이때 도입되었다.

 

자본의 편에 서 있는 국가권력과 법제도

정리해고가 법에 명시되면서 사업주들은 업무를 핵심업무/주변업무로 나누고 주변업무는 외주화하는 방식으로 노동자들을 해고했다. 또한 파견법의 제정으로 파견이 합법화되면서 다양한 형태의 간접고용(위장도급, 직업정보제공, 직업교육 등)이 노동시장을 거침없이 휩쓸었다. 이후 파견 대상 업무는 더욱 확대되었고, 2년 이상 파견 근로 시 직접고용 간주규정은 의무규정으로 바뀌었다. 물론 파견법은 적법한 파견과 불법 파견을 구분하였다. 그러나 적법/불법 가리지 않고 모든 파견이, 더 나아가 모든 간접고용이 현실에서 난무하게 되었다. 직접고용의 원칙은 이렇게 파괴되었다. 2006년 기간제법이 제정되면서 정규 고용의 원칙도 깨졌다. 복수노조의 교섭 창구 단일화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조를 설립하고 활동하는 데에 큰 제약으로 작용하였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만들기도 어렵지만, 일단 노동조합을 만들더라도 교섭 창구 단일화에 막혀 목소리를 내기가 어렵게 되었다.

비정규직이 확산된 것이 제도 탓만은 아니다. 법원과 검찰, 노동부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법원은 경영권과 노동3권이 서로 충돌하는 경우 기업의 경제상의 창의와 투자의욕을 훼손시키지 않고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며 노골적으로 자본가들을 편들었다. 그러나 법원은 정작 중요하게 여겨야 할 현실은 외면했다. 기술이 발전하고 노동 형태가 다양해지면서 노동자들을 한 곳에 몰아넣지 않아도 자본은 노동자들을 통제하고 감독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면서 자본은 사용자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 이들 노동자들을 개인 사업자로 둔갑시켰는데, 법원은 이러한 현실을 외면한 채 노동자가 아니라고 판결했다. 또한 사용자가 상시 업무에 기간제 노동자를 사용하면서 직군을 분리하여 정규직 노동자와 기간제 노동자를 노골적으로 차별하고 있는데도, 법원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했다. 간접고용 노동자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검찰, 경찰은 더 말할 것도 없다. 검찰은 자본가의 노동법 위반 행위에는 솜방망이를 휘두르면서 노조의 쟁의행위는 특별히 공안부에 사건을 배당하고 가중 처벌하고 있다. 또한 자본가가 노동자들에게 휘두르는 폭력,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기업의 법 위반 행태에 대해서는 사적 자치의 영역이라고 핑계를 대며 관망하면서, 그 반대의 저항에 대해서는 반사회적이고 안보에 위해되는 것으로 몰아세우고 있다. 노동부도 다를 바 없다. 노동부는 고용률을 올리겠다는 빌미 하에 노동자들에게 양보를 요구하는 대신 사업주들의 노동법 위반 행위를 묵인한다.

국가권력이 자본가에 유리한 입장에 서는 이유는 기업의 경쟁력=국가 경쟁력’, ‘기업에 대드는 자=위험분자라는 검증되지 않은 안일한 인식이 팽배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는 어쩌면 법과 제도가 가지는 본질적인 특성인지도 모르겠다. 법과 제도는 기존의 질서를 옹호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존재하고, 권력과 자본은 이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편성하기 마련이므로, 법원, 검찰과 고용노동부가 반 노동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비정규직법 폐기를 외쳐야 할 때

노동자는 자주적으로, 투쟁을 통해 현실을 바꿀 수 있는 존재다. 투쟁으로 쟁취해야 할 것을 법정으로 끌고 가는 순간 노동자는 수동적인 존재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법률 전문가들이 싸움을 주도하는 법정 안에서 당사자는 그저 방청인에 불과하다. 노동권, 노동3권은 본래 위협적인 것이다. 노동자들은 현장에서 투쟁할 때 비로소 빛난다. 현장이라 함은 단지 사업장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노조법은 조합원들을 사업장 안으로만 가두려 하고 있다. 사업장 안에서 내 노동조건만 향상시키면 되는 것으로 노조의 역할을 제한하려 한다. 그러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지위나 노동조건은 비정규직 신분을 탈피하지 않는 이상 절대 개선될 수 없다.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비정규직 노동자를 옥죄는 근본적인 원인은 바로 비정규직법에 있다. 비정규직법 폐기를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주체가 바로 노동자, 바로 당사자다. 노동자가 앞장서서 비정규직법 폐기를 주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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