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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노동자 저임금장시간 노동 부추기는 사납금제

 

심정보부산

 

제가 일하는 곳은 부산시의 택시회사 중 한 곳인 한남교통이라는 곳입니다.

부산시의 택시회사 노동자 중에는 하루 종일 일하는 택시노동자(11차제)는 소위 사납금(회사에 내는 돈) 145,000원을 회사에 납부하고 그 나머지를 본인 수입금으로 가져가는 구조입니다(국민연금 등 공제 후 한 달 급여가 월 23일 만근 기준 100만 원가량). 하루 12시간 교대제의 경우, 하루 105,000원을 사납금으로 납부하고 나머지는 본인 수입금으로 가져가는 구조(25일 근무 기준, 공제 후 85만 원가량)입니다.

 

사납금 폭탄에 쪼들리는 택시노동자의 전쟁 같은 일상

하루 종일 일하는 택시노동자가 사납금 145,000원을 채우기 위해서는 최소 10시간 이상 운전대를 잡아야만 합니다. 그나마 최소한의 수입이라도 남기려면 하루 14~15시간, 밥 먹는 시간까지 포함하면 16~17시간을 일해야만 4~5만 원 정도를 간신히 자기 몫으로 가져갈 수 있는 셈이죠. 이렇듯 사납금 폭탄에 쪼들리는 택시노동자들은 생계 유지를 위해 하루하루 장시간 과로노동에 내몰리고 있습니다.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때로는 과속이나 난폭운전도 마다 않는 일도 심심찮게 벌어집니다. 게다가, 밥 먹는 시간이라도 아끼겠다며 빵 한 조각으로 끼니 때우는 택시노동자들도 적지 않습니다.

2교대 근무 역시 상황은 매한가지입니다. 12시간씩 교대를 해야 하기 때문에, 점심 먹는 시간을 절약하려고 제일 빨리 나오는 음식을 후다닥 해치우고 다시 운전대를 잡습니다. 이는 택시노동자들이 방광염, 위장병, 만성피로를 매일같이 달고 사는 원인이기도 합니다.

부산시 택시운송사업조합(부산택시 회사 사장들의 연합체)과 한국노총 소속 전국택시노동조합 부산지역본부와의 임금단체협약 체결 내용을 보면, 하루 최소 12시간 이상 일을 하는데 임금은 소정근로시간(1차제는 4시간, 2교대는 3시간 40)에 대해서만 지급하는 걸로 되어 있습니다. 2017년까지는 하루 4시간 40(2교대는 4시간 20) 임금을 지급해 왔는데,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올해부터는 1차제와 2교대제 소정근로시간을 40분씩 깎는 방식으로 임금을 지급한 것입니다. 결국 최저임금이 오른다 한들 이렇게 소정근로시간 자체를 줄여버리니, 택시노동자들은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전혀 누릴 수 없는 구조에 놓여 있는 것이죠.

 

적정한 노동과 휴식, 안전한 택시는 정말 불가능한가

그럼 택시노동자의 하루 일과는 어떤지 한 번 알아볼까요?

제 경우 하루 2교대를 하는데, 새벽 320분이면 피로가 채 가시지 않은 몸을 간신히 일으켜 잠자리에서 일어나야 합니다. 씻고 준비하고 회사에 도착하면 보통 350분~4시 무렵입니다. 회사에서 자판기 커피를 한 잔 마시고 나면 오후 3시까지는 정말 눈이 핑핑 돌아갈 정도로 운전에 매달리곤 합니다. 생리현상을 해결하려고 차에서 잠시 내리는 시간, 밥 한 끼 먹는 시간을 제외하면 하루 10시간~10시간 30분가량을 온전히 차 안에서 생활하는 거죠.

그리고 오후 230분~3시 무렵이면 가스충전소로 가서 가스 충전 후 회사로 복귀하면 세차 작업을 마지막으로 오후 3~4시경 하루 근무가 끝납니다.

오전 근무나 오후 근무나 이렇게 하루 10시간 이상을 비좁은 운전석에 앉아 근무하다 보니 내릴 땐 하체 힘이 절로 풀립니다.

다들 잘 알시다시피, 택시는 택시노동자의 안전뿐만 아니라 손님의 안전까지도 책임져야 합니다. 그러나, 택시노동자들의 신호위반, 과속, 중앙선 침범쯤은 어느덧 예사로운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회사에 사납금을 내고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서는 빨리 가야 하고, 손님이 보이면 교통신호나 중앙선을 위반해서라도 손님을 태워야 하니까요.

그래서, 우리는 택시노동자도 사람이다! 법대로 전액관리제를 시행하라!”고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전액관리제는 1997년 도입된 이래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 명시되어 있음에도 20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시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더구나, “회사에 사납금을 미달하면 임금을 공제할 수 있다는 고용노동부의 잘못된 행정지침이 여전히 존속하고 있어 12시간 넘게 일하고도 마이너스 월급을 받아가는 비참한 현실 역시 바뀌지 않았습니다.

전액관리제를 만들어놓기만 하고 시행하지 않는 허수아비 법, 사납금이 부족하면 임금에서 공제해도 된다는 고용노동부의 엉터리 행정지침! 이것들을 없애기 위해 전주시청 조명탑에서 215일이 넘도록, 세종시 고용노동부 앞 천막농성이 45일 넘도록 가열찬 투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택시노동자들은 하루에 일해서 버는 운송수입금 전액을 회사에 입금하고, 일을 한 시간만큼 임금을 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루 12시간 이상 일을 해도 4시간만 임금을 주는 회사, 그것에 동의해주는 어용노조, 이같은 불법을 묵인 또는 방조하는 정부. 그리고 제발 법에 나와 있는 대로만 하자라는 우리! 과연 누가 잘못하는 것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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