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가입

변혁정치

> 변혁정치

63-변혁정치가만난사람01.jpg


예산 부족은 핑계에 불과,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의

살아갈 권리는 국가 책임

온정과 시혜의 눈물 한 방울보다

장애인 차별의 현실에 분노하는

마음이 지금 필요합니다



#

2012821일 시작한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공동행동의 광화문 농성이 1,840여일 만인 지난해 95일 농성을 종료했다. 정부가 직접 나서 장애등급제 폐지 및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을 통한 중증장애인의 지역사회 독립생활 지원, 탈시설, 지역사회 중심으로 장애인 정책 방향 전환, 부양의무자 기준 단계적 폐지 등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의 이같은 약속은 민관협의체가 공전을 거듭하면서 한걸음도 내딛지 못하고 있다. 이에 4.20 공투단은 326일부터 청와대 입구 종로장애인복지관 앞에 천막을 치고 문재인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농성을 진행 중이다. 4.20 공투단 집행위원이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실장인 조현수 동지를 <변혁정치>가 만났다.   


Q 4.20 장애인 차별 철폐의 날 투쟁의 의의와 2018년 올해 ‘4.20 공투단의 기조와 목표에서 종전과 달라진 점에 대해 알려주세요

A 정부에서 지정한 재활의 날로 시작한 장애인의 날은 올해로 38회입니다. 1년에 딱 하루, 동정과 시혜, ‘장애인의 이름으로 정치인들이 잔칫날처럼 진행하는 행사만 있고, 나머지 시간들은 차별로 가득한 현실을 바꿀 계기가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2002년부터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이 날을 장애인 차별 철폐의 날로 재규정하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4.20 ‘장애인 차별 철폐의 날공동투쟁단은 올해로 17회를 맞이했습니다.
올해의 4.20 공투단은 작년 박근혜 탄핵 이후 첫 투쟁을 맞이했습니다. 여러 영역에서 광장의 촛불이 요구한 한국 사회의 근본적인 변화는 일정 부분 이루어졌지만, 여전히 한계와 문제점이 많이 남아 있고, 장애 영역도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올해 저희의 요구는 기존의 ‘3대 적폐인 장애인수용시설,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의 폐지뿐 아니라, 7개의 핵심 요구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기존 적폐정부에서 장애인의 권리를 짓밟아 온 것을 되돌리고, 장애인이 지역사회에 완전히 통합되고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할 것과, 유엔에서도 강조한 지역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한 권리를 구체적 예산 책정 및 정책을 통해 약속받고자 합니다.

 

국가의 사회서비스 시장화는 잘못된 정책


Q 3대 적폐 폐지 목표는 어떻게 설정하게 되었는지 설명 부탁드려요

A 현재 한국의 사회복지 예산 비율은 OECD국가 중 꼴찌입니다. 장애인복지 예산도 마찬가지입니다. 정부의 일반 예산 분배/조정 문제는 한국사회의 뿌리 깊은 불평등과 불공정성에 기반한 것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저희는 사회복지세 신설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 사회적 소수자들, 마치 기생적이고 국가경제에 전혀 이바지하지 않는 것처럼 여겨지는집단들이, ‘증세를 요구하고 우리 사회의 공공성을 제기하는 것은 선언적 상징성을 가질 뿐 아니라, 일정한 파급 효과가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저희가 무언가를 요구하면 항상 예산이 없다라는 답만 반복되어 왔습니다. 그렇다면 저희는 4대강 사업이나, 세금을 낭비한 각종 사례들에 대해 되묻고 싶습니다.

2007년부터 4대 바우처, 활동보조 지원 등 돌봄의 사회화를 향한 움직임들도 있었지만, 민간에 책임을 떠넘기면서 사회서비스의 시장화가 진행되는 것 역시 지난 10년간 경험했습니다. 개인이나 가족에 떠넘기지 않고, 국가와 공공부문이 책임지게 할 필요가 있어요.

수용시설 문제도 마찬가지죠. 기획재정부 탓하며 예산 확충이 어렵다고만 얘기하는데, 그래서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는 요구를 저희가 하게 된 것입니다. 5월에 1차 정부예산안이 나오는데, 면담으로 이를 약속받고자 합니다.

최근 들어 3대 적폐가 마치 폐지된 것인 양 이야기되고 있는데,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에요. 무엇보다도 거주시설폐쇄법이 조속히 통과되었으면 좋겠습니다.

 

Q 그간의 요구안 변화, 지금까지 이룩한 것과 앞으로 투쟁해서 쟁취해야 할 것들을 간략히 알려주세요.

A 장애등급제 폐지는 박근혜 정부 때 약속 받았으나 결국 시행하지 않았고, 문재인 정부는 그나마 계획이라도 내놓았지만 한계가 있습니다. 다만 임기 내에 해결하기 위한 계획을 중앙정부에서 제출하도록 이끌어낸 것은 투쟁의 성과로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부양의무제 기준 폐지라는 목표는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에 기준 완화를 약속한 바 있는데, 지켜볼 일입니다. 탈시설은, 역대 최초로 대통령 공약으로 나왔고 중앙정부에서 이 단어를 사용하기 시작한 것 자체가 고무적인 측면이 있습니다.

투쟁해서 쟁취해야 할 것들은, 정말 삶 속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과제들입니다. 올해에는 일곱 개의 요구를 설정했습니다. 이 중 중증 노동권 보장이라는 요구사항은, ‘세금만 축내는 집단처럼 여겨지던 중증장애인들이 노동의 권리를 최초로 제기한 것인데, 노동운동에서도 장애인권운동에서도 큰 의미를 지녔고, 노동이 권리이자 의무임을 부각시킨 의의가 있습니다. ‘이동권요구사항에 대해 정부는 아직도 국가예산이 충분치 않다는 답으로 일관하는데, 이에 대해서도 장관 면담을 통해 실질을 만들어가야겠죠. ‘활동보조문제에 대해서는 대표적인 사회서비스이니 더 이상 민간에 책임을 떠넘기지 말아라, 공공화하라는 주장으로 이어가려 합니다. ‘문화예술권리를 보장하라는 것은, 발달장애인의 자립과 사회로의 통합에도 직결되는 요구사항이고요. 이 밖에도 발달장애 국가책임제, 장애여성 권리보장 - 특히 재생산권과 재난으로부터 안전할 권리 등, 구체적 유형 및 단위별 요구안들이 있습니다.

  63-변혁정치가만난사람02.jpg


시혜적 관점 넘어 장애인 차별 철폐 투쟁으로


Q 청와대 100미터 인근에서 새롭게 농성에 돌입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A 광화문 농성을 중단하게 된 것은, 문재인 정부에서 농성보다는 대화하자라고 제안을 해 왔고, 경제 관료를 설득하기 위한 계기가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농성을 잠시중단했던 측면이 있습니다. 그때 당시에도 4월경에 다시 농성을 이어가겠다고 이미 선포했었고요. 민관협의체를 구성해서 정부와 협의는 들어갔지만, 기획재정부에서 예산으로는 설득이 어렵다는 입장을 계속 유지했습니다. 그래서 새롭게 농성에 돌입할 필요성이 있겠다는 판단을 한 것이죠. 지방선거 대응을 위한 투쟁전술 차원에서도 농성장을 거점 삼아 장애인의 함께 살아갈 권리를 의제화하고자 했습니다.

 

 

Q 여전히 장애인 차별 철폐 투쟁에 대해 시혜적이거나 동정 가득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도 많고, 당사자 운동에 비장애인이 관여하는 것에 대해 비난하거나 오해하는 사람들도 많은데요, 그런 사람들에게 어떤 말을 들려주고 싶으신가요

A 우리는 사회를 함께 만드는 구성원들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지향하는 사회의 모습이 있을 거예요. “소수자의 처지와 무관하게, 나만 잘 살면 된다는 생각으로 살아가기보다는, 사회안전망이 두텁고 소수자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이 필요합니다. 그런 사회를 만들고자 할 때, 장애인 차별은 우회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당사자나 비당사자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모든 사람들이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려면, 이를테면 이동권의 사례를 들 수 있겠군요. 인구의 1/4이 교통 약자로 분류되는데, 장애인 소수의 문제가 아니고, 장애인만의 문제도 아닙니다.

시혜적으로 동정 가득한 시선으로만 대하는 것은 장애인을 비롯한 사회적 소수자들을 하나의 인격체나 주체로 생각하는 게 아니잖아요. 한 번이라도 만나서, 알고서나 이야기하면 좋겠어요. 잘 모르면서 막연히 하는 이야기들이니까... 그런 시선을 갖는 당신이 이미 나는 그들과 다르다라는 안도감으로 정서적인 무례를 범하고 있는 것은 아닐지, 스스로를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요? 온정과 시혜의 눈물 한 방울 흘리기보다, 장애인들의 현실에 주목하고, 시설 내의 사건 등에 대해 함께 분노하는 편이 훨씬 도움이 되는 일일 거예요.

 

시설에 갇혀 사회와 격리된 장애인의 삶부터 바뀌었으면...”

 

Q 이대로 투쟁을 이어간다면, 10년이 흐른 뒤 세상은 어떻게 변해 있을까요

A 10년 뒤에는 일단 시설이 폐쇄되면 좋겠습니다. 한국 사회복지의 역사는 서구와 달리 시작부터 잘못되어서, 종교인들의 사유재산을 불리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어 왔는데, 그 고리를 끊어내고, 시설을 꼭 폐지해서, 장애인이 사회로 나올 수 있기를 바랍니다.

나아가 이동, 교육, 노동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면 좋겠어요. 어떤 이동, 어떤 교육, 어떤 노동이 가능해야 배제 없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가능할까? 그 의제를 함께 우리의 과제로 가져갈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인터뷰=정용경사회운동국장

© k2s0o1d6e0s8i2g7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