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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전한 노동시간 단축 실현을 위해 

민주노총이 확고하게 서야 한다


한정우충남

 


지난 20182월 주당 연장노동시간을 휴일의 특근시간을 포함하여 12시간 이내로 제약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이 개정됐다. 이 개정안의 시행은 올 71일부터였는데 경총이 고용노동부에 계도기간을 요청하였고 정부도 기다렸다는 듯이 단속과 처벌을 6개월 동안 유예하기로 결정했다.

문제는 이러한 초과노동시간 단축을 둘러싼 근무형태변경과 임금체계개편에 대한 노동의 정책과 대응이 준비되어 있는가의 여부다.

노동계 내에서조차 초과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손실 및 사업장별 또는 업종별 경영환경이나 생산시간 등의 현실을 고려하여야 한다는 현실론과 초과노동시간 폐기를 통한 주40시간 노동을 실현해야 한다는 원칙론으로 의견이 갈렸다. 민주노총도 현재까지 현실론에 무게를 둔 입장을 견지해왔고 민주노총 산하 각 산별조직도 비슷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는 우리 노동이 노동시간 단축을 둘러싼 해결과제 및 이슈 선점, 대 언론전, 개별 사업장의 협상 등에서 이니셔티브(주도권)를 경영계와 정부에게 완전히 내주는 결정적 원인을 제공했을 뿐만 아니라 일선 간부와 지도부에게 자신감과 확신을 잃게 하는 원인으로 작동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초과노동시간 단축과 관련한 노동계, 특히 민주노총 내의 논의 방향과 출발부터가 오류였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민주노총이 현재까지 초과노동시간 단축과 관련한 개정 근로기준법의 시행이 바로 코앞에 다가왔음에도 불구하고 무논리, 무입장, 무대응, 무요구의 방관자적 입장에 머물러 있는 것도 이런 연유가 아닌지 우려와 걱정을 지울 수 없다.

따라서, 필자는 정부가 초과노동한도에 대한 개정근로기준법의 단속과 처벌시점을 유예한 상황과 국면을 초과노동단축과 관련한 개정 근로기준법에 대응하고 온전한 주40시간 노동을 실현하기 위한 계기와 준비기간으로 삼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민주노총과 각 산별조직의 대응방침과 구체요구가 있어야 한다

노동시간 단축은 노동·자본·정부 간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의제다. 그 쟁점과 과제도 법률분야를 포함하여 각 분야별로 매우 다양하면서도 전문성이 요구된다.

, 이 의제는 기본적으로 민주노총과 각 산별조직의 핵심적인 정책과제로서 다루어져야 할 사안임을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 노동시간 단축을 둘러싼 정세와 상황인식 및 문제점을 선명하게 도출해야 한다. 이를 토대로 최소한 정부와 자본에 대한 대응방향과 자본에 대한 요구기준, 단사별 협상과정에서 하지 말아야할 합의(근로기준법상 탄력적 근로 내지 선택적 근로 도입이나 재량근로, 휴일 알바근로 등의 합의금지) 등의 방침을 만들어야 한다.

각 사업장별 협상과정에서 통일된 요구기준이 없다보니 조직된 노동조합에서조차 자본 요구를 기준으로 자본에게 끌려다니거나, 일부 사업장에서는 탄력적 근로 내지 선택적 근로를 전제로 한 근무형태 변경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민주노총과 각 산별조직이 산하 사업장별 조직에 일정수준의 개입력을 확보하고 일부 사업장의 탄력적·선택적 근로시간 등 재량근로의 도입 논의를 중단시키기 위해서라도 노동시간 단축과 관련한 대응방침과 요구기준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노동시간 단축에 대한 대응방침과 요구기준을 성안하는 과정에서 노동계 내의 현실론과 원칙론 사이에서의 이견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조정능력이 발휘되어야 하는데, 민주노총과 각 산하 산별조직의 방향과 입장이 없다면 의견수렴이나 논의과정에서 그 방향을 잃고 표류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 노동시간 단축에 대한 인식과 중심을 바로 잡아야 하는 것도 민주노총과 각 산별조직의 역할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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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노동시간 단축에 대한 핵심요구 및 대응전망

노동시간 단축의 요구는 크게 2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개별 노동자들의 주당 노동시간을 40시간으로 맞추기 위한 신규채용을 전제로 한 근무형태변경과 임금보전방안을 포함한 매월의 생활임금을 고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임금체계개편이다.

대한민국의 주당 법적 노동시간은 40시간이다. 이는 이미 2004년에 근로기준법으로 도입 됐다. 그런데 현재 언론이나 정부는 마치 법적 주당 노동시간이 52시간인 것처럼 왜곡보도하고 있고 경영계는 한술 더 떠 수구언론과 경제지를 동원하여 마치 경제가 망할 것 같은 중상모략과 기존 노동자들의 임금손실 등을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이는 52시간이 마치 주당 법정노동시간인 것처럼 포장하여 노동의 임금보전 요구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이런 면에서 우리는 주당 노동시간은 40시간이지 자본과 정부가 이야기하는 초과노동시간을 포함한 52시간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현재 시행을 앞두고 있는 개정 근로기준법의 내용은 원래 주40시간 이외에 주당 초과노동시간을 12시간 이내로 제한하고 있는 것을 정부가 28시간까지 가능하도록 한 불법적인 행정해석을 이제야 정상적으로 돌려놓은 것에 불과하다. 그 주당 12시간 이내의 초과노동마저도 과반 이상의 노동자들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 그 노동조합의 동의내지 서면합의가 있어야 가능하다. 이것이 개정 근로기준법에서 규정한 내용이다.

노동시간 단축을 둘러싼 주 40시간 노동 실현과 생활임금을 보장하기 위한 임금체계개편에서 노동자 특히, 조직된 노동자들에게 주어진 최대의 무기다. 지금 급한 것은 노동이 아니라 자본이다. 이제껏 자본이 정부의 불법적인 행정해석을 앞세워 기존의 초장시간 노동·저임금 체계를 유지할 수 있었던 방어막이 제거됨으로써 사용자가 단속과 처벌을 받을 수밖에 없는 처지로 몰렸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그 어느 때보다 주당 40시간 노동 실현을 통한 고용창출과 더불어 생활임금을 고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임금체계로 개편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었고, 그 승산 또한 높아졌다고 생각한다.

 

노동시간 단축을 둘러싼 내부의 전선부터 분명히 하자

대한민국 노동조합 조직율이 10% 미만인 점을 감안할 때 민주노총과 각 산별조직이 노동시간 단축을 둘러싼 전선을 책임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미조직 노동자들의 임금과 노동조건 보호에 대한 사회적 투쟁은 고사하고 조직된 민주노총 산업별 조직 산하 사업장에서조차 대응전선 자체가 전무한 상황이고 오히려 자본이 요구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우선 민주노총과 각 산하 산별조직을 중심으로 산하 사업장의 전선부터 구축하는 일이 급선무라고 생각한다. 물론, 민주노총과 산별조직 중앙에서 산하 모든 사업장을 전부 통할하고 개입하기란 사실상 불가능 하다.

그러나 민주노총 산하 지역별 또는 업종별 대표사업장을 지정하여 요구 성안부터 타결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 중앙, 지역본부 및 지부가 지회에 결합하는 형태로 민주노총과 각 산별조직의 교육, 선전, 정책 역량을 대표사업장에 집중함으로써 최소한 지역별 또는 업종별 중심거점과 교두보 확보는 가능하리라 본다.

그래야만 민주노총 산하 사업장에서만큼은 유연근로나 재량근로와 같은 노동시간 단축에 역행하는 논의를 중단시키고 온전한 노동시간 단축의 길로 향하게 만들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미조직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전선으로 확대해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노동시간 단축을 둘러싼 본질과 논의 방향을 올바로 하자

노동시간 단축에서 현장조합원들의 가장 큰 우려와 걱정은 초과노동시간이 단축되는 만큼 임금도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런 현장 조합원들의 걱정과 우려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노동조합은 이러한 조합원들의 임금손실에 대한 우려와 걱정을 조합원 전체의 요구로 받아 안고 자본에게 요구하고 관철시켜야 할 핵심 목표로 삼으면 된다.

그런데 문제는 항상 논의과정에서 현실론이 대두되면서 노동조합이 추구해야 할 가치와 본질이 흐려지고 논의 방향은 산으로 간다는 것이다. 이를 바로잡고 중심을 세워야 할 민주노총과 산별조직 중앙도 이에 편승하기는 마찬가지다.

제발 더 이상 조합원들의 우려와 걱정 뒤에 숨지 말자. 민주노총과 산별조직 중앙간부, 지부 및 지회 간부, 활동가들부터 자신과 확신을 갖자. 그리고 임금손실 없는 온전한 주 40시간 노동을 쟁취하기 위하여 조합원들에게 함께 싸우자고 당당하게 이야기하자.

노동조합 투쟁의 역사는 노동시간 단축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40시간 노동을 실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주어졌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건 어쩌면 온전한 노동시간 단축에 대한 전망과 자신감 회복에 있지 않나, 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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