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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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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프리존법이 낳을 

건강, 안전, 친기업적 효과

 

강동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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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10일(수) 국회 앞에서 열린 <개인의료정보의 상업화에 반대하는 노동시민사회 기자회견>


 

지난 920일 대한민국 국회는 [지역특화발전특구에 대한 규제특례법 전부개정법률안]이란 명칭의 법률을 통과시켰다. 이 법은 문재인 대통령이 대통령 후보 시절 안철수 후보를 이명박-박근혜정책 계승자로 지목하면서 비판한 근거가 된 규제프리존법과 다르지 않으며, 당시 문재인 캠프는 논평을 통해 이 법을 대기업 청부 입법이라고 부른 바가 있다. 실제 이 법은 박근혜-최순실-대기업간 뇌물거래와 청부의 상징으로서 거론되기도 하였다.

문재인 정부는 혁신성장을 경제정책 기조로 내세우고 있는데, 이 법은 이러한 기조가 고스란히 반영된 것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 법은 어떠한 효과를 낳게 될까?

 

생명·안전을 기업에 헌납한 우선허용-사후규제원칙 도입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추진 배경으로 혁신성장을 위해 신제품·서비스의 출시를 막는 규제를 혁파하는규제혁신이 필요하다고 언급하였으며, 문재인 정부는 2017년에 규제개혁 추진방향으로 해보고 싶은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해주고, 문제가 생기면 나중에 규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이 법의 4조에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국가발전 및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하여 혁신사업 또는 전략산업 등을 허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라고 우선허용-사후규제원칙이 명시되어 있다. “다만, 신기술을 활용하는 사업이 국민의 생명·안전에 위해가 되거나 환경을 현저히 저해하는 경우에는 이를 제한할 수 있다.”라는 단서를 달고 있긴 하지만, 이 문구가 효력을 가질 것이라고 믿는 이는 없을 것이다. 이전부터 노동시민사회단체는 이것이 구체적 제한 방안을 제시하지 않는 이상 선언적 조항에 불과하고, ‘생명·안전 위협이라는 판단이 자의적으로 내려질 수 있어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심지어 제한하여야 한다라는 강제조항이 아니라 제한할 수 있다라는 임의규정으로 명시된 것은 그야말로 이 문구가 그냥 듣기 좋으라고 하는 껍데기에 불과한 말임을 알 수 있다.

이 법에서 언급하는 전략사업과 혁신산업의 핵심은 바이오-헬스산업과 개인정보에 해당하는 빅데이터이다. 이 법의 주요 내용도 건강, 의료, 환경, 개인정보 보호등과 관련하여 법 적용을 제외하거나 완화하는 내용이다. 이 법에는 실증을 위한 특례관리임시허가라는 조항이 있는데, 실증을 위한 특례는 기업이 혁신적인 사업을 하려고 하는데 기존의 법과 제도 하에서 인·허가가 어려울 경우, 법과 제도 적용의 예외를 두자는 조항이다. 임시허가 역시, 기업이 혁신적인 사업을 하려는데 이를 판단할 법과 제도가 없거나 법과 제도에 따른 기준·규격·요건 등을 적용하는 것이 맞지 아니한 경우, 안전성 측면에서 검증된 경우 일정한 기간 동안 임시로 허가한다는 조항이다. 실증을 위한 특례나 임시허가 등을 통해 무력화할 수 있는 규제의 범위가 특정되어 있지 않다는 것뿐만 아니라, 이 두 규정은 국가가 맡아야 할 기업 제품의 안전성 검증을 포기하고 우선 국민들이 사용하게 한 후 사후 규정을 만들겠다는 점에서 가장 심각한 조항이다. 최근 문제가 되었던 가습기 살균제 사건, 라돈침대 사건, 독성 생리대 사건 등은 안전성 검증과 같은 사전규제 없이 우선허용-사후규제라는 원칙이 만들어낸 재앙이기도 하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에 대해 독소조항을 삭제하는 등의 안전장치를 마련하였다고 강변하고 있으나, ‘임시허가의 경우 법령 정비가 완료될 때까지 유효기간을 연장한다고 하여 사실상 기간을 무한대로 늘였고, 고의·과실이 없어도 기업이 피해자에게 보상을 한다는 무과실 책임원칙도 법안 내용에서 없애버려 안전장치는 사실상 의미가 없거나 사후약방문에 불과한 내용일 뿐이다.

 

혁신부르짖으며 규제완화에 박차 가하는 문재인 정부

이뿐만이 아니다. 이 법의 42조에는 의료법인은 의료법49조에도 불구하고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부대사업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시도했던 의료법인 자회사 허용방식의 의료민영화가 얼마든지 가능하다. 또한 민간기업은 시·도지사에게 규제자유특구(규제프리존)을 제안할 수 있고 시·도지사는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그 제안을 수용해야 한다.”는 조항도 있다. 그리고 부칙 3조에 따르면 201512월에 박근혜 정부가 선정한 지역전략산업을 계승할 수 있다. 따라서 일부 언론에서 보도하듯이 보건의료 규제완화가 제외되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지역전략산업으로 보건의료 관련 산업·사업이 지정되면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운 수많은 관련 규제가 동시에 무력화될 수 있다. 박근혜 정부 당시 강원도에는 스마트헬스케어산업, 충북과 대전에는 줄기세포 유전자치료, 울산에는 3D 프린터를 이용한 의료기기 산업 등이 지역전략산업으로 지정된 바 있다. 이 지역에서 만든 의료기기·의약품은 전국의 환자에게 적용된다.

문재인 정부는 헬스케어서비스 기업, 제약사, 의료기기 업체 등이 추진하는 27개의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방침을 확정하였으며, 신속한 인허가, 규제개선 등의 지원도 계획 중이다. 이 중의 하나로 빅데이터 구축을 위해 기업에 환자 정보를 제공하기로 하였다. 또한 더불어민주당은 혁신 신약개발을 지원한다는 명분으로 이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법안을 발의하였다. 정부여당의 이 같은 행보들이 보건의료를 상업화하고 환자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할 것이라는 점은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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