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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이후 10

자본주의 너머를 향해야 한다

 

백종성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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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한창이다. 지난 76, 미국은 340억 달러 어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25% 추가관세를 부과했고, 중국 역시 340억 달러 어치 미국산 수입품에 25% 보복관세를 부과하는 조치로 맞받았다. 미국은 압박을 멈추지 않았다. 2018710, 미국 상무부와 무역대표부는 2천억 달러 중국산 수입품에 추가관세 부가조치를 발표했다. 이 조치는 91710%로 발효되었으며, 내년 초 25%까지 높아진다.

물론 통상 갈등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미국은 이미 14년째 중국을 지적재산권 우선감시대상국으로 지정하고 있기도 하다. 문제는 그 전면화 양상이다. 이미 미국의 무역전쟁 대상은 중국뿐만이 아니다. 그 대상은 주 견제대상인 중국은 물론 유럽, 멕시코, 캐나다, 일본 등 미국의 전통적 우방까지 포괄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출범 이후 일관된 보호무역 정책을 관철해왔다. 취임 3일 만에 환태평양자유무역협정TPP에서 탈퇴했고,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과 한미FTA재협상은 물론, 미국에게 불공정하다는 이유로 세계무역기구WTO 탈퇴를 반복적으로 언급해왔다. IMF, 세계은행, WTO가 한 목소리로 자유무역체제 수호를 요구하고 있음에도, 미국은 자신이 만든 자유무역체제를 스스로 해체하고 있음이다.

2008년 위기의 산물인 G20 정상회담이 매년 결의했던 것이 바로 보호무역 배격, 자유무역체제의 수호다. 위기를 합심해 극복하자는 근 10년의 결의가 무상하게, 자본주의 세계질서는 국가 간 투쟁의 전면화로 나아가고 있다. 미국이 보장하는 단일 국제시장 안에서의 자유무역, 그를 통한 동반 발전이라는 오랜 신화를 미국 스스로 깨고 있다. 미국주도 자본주의 세계질서의 균열과 재구축을 둘러싼 투쟁이 격화하고 있다. 위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극우세력 부상

보호무역주의의 부상은 각국 극우주의, 국가주의 세력의 부상과 그 궤를 같이한다. 극우정치세력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급격히 성장했으며, 지금도 성장하고 있다.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트럼프 정부의 등장, 2017년 독일총선에서 반이슬람-반이민을 내건 극우정당 독일을위한대안AfD 3당 등극, 2017년 오스트리아 총선 결과 극우파 자유당FPÖ3당 등극과 연합정부 구성 등, 신자유주의를 떠받치던 양대세력으로 기능하던 중도 좌우의 지분을 우익 포퓰리스트들이 잠식하고 있다.

극우세력의 성장은 대중운동에 근거했다. 우익 포퓰리즘이 급격히 세력을 확장할 수 있던 배경에는 2008년 위기 이후 축적된 대중의 분노가 있다. 대중생존의 위기에도 그 위기의 해결에는 전혀 무능력한 주류정치에 대한 환멸이 우익의 부상을 낳은 것이다. 트럼프는 선거 과정에서 해외군사분쟁 불개입이민통제반자유무역과 금융자본 비판 등 보호무역주의와 불개입주의(고립주의)를 내세웠고, 이를 일자리에 대한 대중의 요구와 연동해 미국 우선이라는 구호로 집약했다. 트럼프는 켜켜이 쌓인 대중의 분노를 정치 엘리트들에게 돌렸다. 4조 달러에 달하는 양적완화, 즉 미국 연방준비위원회의 발권력을 동원한 채권매입 프로그램이 파산했어야 할 자본을 구제했음에도 대중에게는 임금삭감과 복지축소, 불안정노동이 강요된 바, 대중은 그 과정을 통해 쌓인 분노를 트럼프에 대한 지지로 표현했다.

유럽 극우는 자본과 노동의 대립을 내부와 외부즉 유럽인과 비유럽인의 대립으로 치환한다유럽 노동자가 궁핍한 이유는 ‘태반이 범죄자인 무슬림 이민자들이 유럽노동자가 받아야할 사회보장 혜택을 빼앗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유럽 극우세력에 의하면 무슬림, 자유무역을 고수하는 유럽연합자유주의 엘리트가 위기의 주범이다.

 

우익 포퓰리즘, 수사와 실체의 괴리

그러나 우익 포퓰리즘 세력의 행보는 모순적이다. 이들이 동원하는 수사와 실제 행보 사이에는 깊은 괴리가 존재한다. 이들은 ‘평범한 인민을 강조하나실상은 그저 자본의 편에 서있을 뿐이다. 2017, 트럼프 정부는 기업과 고소득 층에게 향후 10년간 15,000억 달러에 달하는 세금을 감면할 대대적 감세조치를 발표했고, 2018년 대폭적 금융규제 완화안(도드-프랭크법개정안)을 통과시키며 자기자본을 동원한 파생금융상품 거래, 사모펀드 거래 등에 대한 제한을 대폭적으로 철폐했다

불개입주의 역시 마찬가지다. 트럼프는 선거 당시 미국은 더 이상 세계경찰이 될 수 없고 동맹국은 방위비를 분담하던지아니면 스스로 자신을 방어해야만 할 것이라는 언급과 함께 나토 탈퇴와 주한미군 철수 등 국외주둔 미군 축소를 암시한 바 있다심지어 이라크를 침공하지 말았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2017 4월 미-중 정상회담 중 급작스러운 시리아 폭격, 2017 8월 아프간 주둔군 증파, 2018년 국방비 사상최대 증액(10%, 540억 달러)예루살렘 이스라엘 수도 인정 등이 드러내듯 트럼프 정부는 급격히 일방적 개입주의로 선회했다.  

유럽 극우 역시 수사와 실체가 모순되기는 마찬가지다오스트리아 인민당과 자유당은 대폭적 실업급여 삭감과 노동시간 연장 계획을 발표했다. 독일대안당 역시 마찬가지다이들은 수사적으로 ‘무슬림 이민자가 좀먹는 독일 복지제도를 말할 뿐실제로는 세금완화 등 자본 친화 정책을 지향한다이들은 그저 인민에 수사로써 호소할 뿐이다.

 

사회주의 대안이 필요하다

위기에 대한 완결적 강령과 일관된 노선을 결여하고 있음에도, 우익세력이 부상한 현상은 위기에 정면으로 맞부딪힐 사회주의 세력의 부재를, 또한 그 필요를 말한다. 구제금융을 통한 자본의 회생과 긴축을 통한 대중의 희생은 필연이었는가? 충분히 다른 경로는 가능했다. 유럽에서, 그리스의 긴축수용 여부는 2008년 공황 이후 계급투쟁의 중요 갈림길이었다. 2015년 시리자의 집권에 이은 긴축 수용은 계급투쟁의 엄청난 후퇴를 야기했다. 당시 시리자의 유로존 잔류라는 선택은, 결국 유럽연합 안에서 유럽연합을 개조할 수 있다는 사고의 발현이었다. 주지하듯 시리자는 디폴트라는 파국 대신 유로존 잔류를 택했고, 주지하듯 시리자의 다음 선택은 긴축의 수용과 집행이었다.

트럼프의 부상 역시 마찬가지다. 월가점령운동-트럼프 현상으로 드러난 대중의 분노가 민주당의 신자유주의를 압도할만큼 조직화 되어있지 않은 결과가 바로 트럼프의 등장이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트럼프 정부의 갈짓자 행보, 그 이면에는 미국 밀레니얼 세대 사이에서 사회주의가 주요 이데올로기로서 부상하고 있는 현실이 있다.

미국 호황의 이면에는 유래 없는 자산가격 팽창이 있다. 그리고 그 뒤에는 2008년 위기를 극복하고자 시행한 양적완화가 있다. 공황, 다시 한 번의 안정적 자본축적을 위한 창조적 파괴가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것은, 다음 위기가 더욱 거대할 것임을 말한다. 2008년 이후 10, 자본주의 너머의 대안을 찾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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