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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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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식별은 애당초 끝났다

눈치 보지 말고, 총파업으로!


이주용┃기관지위원장



캐릭터 작가의 우익‧혐한 발언으로 인해 이제는 팬들조차 거론하길 꺼리는 작품이 됐지만, 한때 시대를 풍미했던 애니메이션 <신세기 에반게리온>에는 “인류보완계획”이라는 특이한 설정이 있었다. 작품은 이 독특한 설정을 둘러싸고 전개되는데, 간단히 말하자면 불완전한 인간을 신처럼 완벽해질 수 있도록 개조한다는 게 “인류보완계획”의 목표다. 하지만 이 계획의 궁극적인 귀결은 실제로는 인류의 절멸이었다.


현재 문재인 정부가 ‘ILO(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 국내 관련법을 보완한다’는 명분으로 추진하고 있는 노동법 개악안이 이와 같다. ‘보완’이 아니라, 노동권 절멸을 향해 달려가는 것이다.


지난 10월 1일 국무회의를 통과해 국회로 넘어간 정부 노동법 개악안의 여러 문제점 가운데서도 단연 돋보이는 게 바로 ‘사업장 내 일부 혹은 전부를 점거하는 쟁의행위 금지’다. 현장에서 사측에 맞서 싸울 때 ‘사업장 내 일부’라도 점거하지 않을 수가 있는가? 피켓팅을 하든, 선전전을 하든, 현장 순회나 집회를 하든, 어떻게든 ‘사업장 내 일부’를 ‘점거’한 채 진행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점거 파업이야말로 노동자들이 생산 현장을 장악해 사측에 맞설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다.


물론 점거 파업이 여태껏 ‘합법’이었던 적은 없었다. 그러나 사업장 내 쟁의행위 자체를 금지시킴으로써 이 개악안은 현장권력을 통째로 자본에 넘기라고 강요한다. 현장 안에서 투쟁을 원천봉쇄당하는 노조, 현장에서 파업하지 못하는 노조에 남는 것은 대체 무엇인가? 선거와 교섭, 침묵이 지배하는 가운데 현장투쟁 낌새만 보여도 ‘불법’ 낙인을 찍기 위해 사측과 관리자들은 혈안이 돼 돌아다닐 것이다. ‘노조’라는 이름은 남을지 모르겠으나, 투쟁하는 민주노조는 그 뿌리부터 질식당한다.


게다가 ‘사업장 내 쟁의행위 금지’는 본래 ‘파업 시 대체 인력 투입’과 함께 자본가들이 한 세트로 묶어 요구하던 것이었다. 올해 1월 경사노위(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는 사용자 측 추천 공익위원들이 ‘파업 시 대체 근로 전면 허용’ 안을 들고 왔는데, 자본가들은 지금도 이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당장은 노동자들의 반발을 의식해 제외하더라도, 향후 추가 개악에서 이것이 현실화되면 아예 파업 자체가 아무 의미가 없어진다. 쟁의권은 법에만 남을 뿐, 사실상 완전히 소멸해버린다.



무제한 노동이 눈앞에


정부와 자본은 민주노조의 뿌리를 뽑으려 하면서 동시에 노조 자체가 없는 노동자들에게는 더욱 가혹하게 다가올 노동개악을 들이민다. 바로 탄력근로제 확대를 비롯한 노동시간 유연화다. 이제는 아예 ‘선택적 근로시간제’ 확대와 ‘특별 연장 근로’ 요건 완화까지 끼워 넣어 사실상 ‘1일 8시간‧1주 40시간 노동’이라는 근로기준법의 기본 규정을 완전히 무너뜨리겠다고 한다. 탄력근로제는 단위 기간 내에서 노동시간을 늘렸다 줄였다 하더라도 특정 주의 노동시간은 52시간(연장 근로 포함 시 64시간)을, 특정일의 노동시간은 12시간을 초과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선택적 근로시간제는 정산 기간(현행 1개월) 내 평균 주 52시간만 맞추면 특정 주간이나 특정일의 노동시간에 따로 제한이 없다. ‘특별 연장 근로’ 역시 무제한 연장 노동의 길을 열어주는데, 그에 따라 현행 근로기준법에서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 노동부 장관의 인가를 받게 돼 있지만, 이 요건을 완화해주겠다는 것이다.


그나마 노동조합이 있는 사업장에서는 노동시간 연장에 어느 정도 제어가 가능할 수도 있다. 탄력근로제와 선택적 근로시간제는 ‘근로자대표와의 서면 합의’에 따르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특별 연장 근로는 ‘근로자의 동의’를 받도록 되어 있다). 이마저도 지난 <변혁정치> 95호에서 소개한 수도권 전철 서해선의 경우처럼, 빤히 노동조합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단 한 번도 합의한 적 없는 탄력근로제를 사측이 노조를 무시한 채 실시하기도 한다(“총체적 난국 서해선, 노동자들이 일어섰다” 기사 참조). 그러니 노동조합이 없는 이 나라 90%의 노동자들에게 노동시간 유연화 확대는 곧 ‘회사가 몇 시간이든 더 오래 일을 시키면 시키는 대로 그저 일하라’는 뜻이다. 연장수당도 받지 못하고, 몸은 몸대로 썩어가면서 ‘합법적인 무제한 노동’을 강요받는 것. 노동자들이 맞닥뜨리게 될 노동개악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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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고자 한다면, 총파업


대통령과 청와대는 연일 탄력근로제 확대 입법을 주문하면서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으면 행정조치라도 나서겠다’고 밝혔다. 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 통보를 취소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간단한 행정조치(이것은 공문 한 장이면 된다)면 끝나는데, 이것은 결단코 거부하면서 자본의 청원에 대해서는 ‘국회에서 안 되면 정부가 직접 나서서 해주겠다’고 팔을 걷는다. 여당 중진의원 출신의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박영선도 ‘주 52시간제 입법을 통과시킨 걸 후회한다’며 자본 앞에 고해성사를 했다. 그리고 이제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노동시간 유연화 관련 개악안과 함께 ILO 협약 비준을 빌미로 한 노동법 개악안까지 ‘패키지’로 처리하자는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제는 망설일 시간도, 이유도 없다. 국회 시간표를 살피며 ‘혹시나 이번 국회 회기를 넘겨 무마시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면, 패배한다. 적은 절멸의 각오로 덤벼들었고, 이미 정부의 개악안은 국회로 넘어갔다. 선언식 총파업이 아닌 조직되는 총파업이 지금 바로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