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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Ⅰ 교육의 계급을 넘어, 자본주의 너머로


사회주의 세상의 교육은 

다릅니다


고근형┃서울



어떤 이들은 차별적 교육을 ‘수월성 교육’이라고 부르면서, 차별을 없애면 ‘하향 평준화’가 나타날 거라고 비난한다. 그렇다면 차별을 철폐하는 사회주의 세상의 교육은 ‘하향 평준화’일까? 그 반대다. 사회주의 교육은 상향 평준화다. 차별 없이 누구나 공부할 수 있고, 각자의 특성을 발전시킬 수 있고, 민주적으로 학교와 교육시스템을 운영하는 사회주의 교육을 지금부터 한 번 상상해보자.



문턱 없고, 공익적이며, 민주적인 ‘사회주의 학교’


사회주의 교육의 제1원칙은 무엇보다 ‘문턱 없애기’일 것이다. 교육의 기회를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보장하는 것이다. 부모나 가정의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라 교육 기회가 차등적이어선 안 된다. 또한 교육이 학생이나 학부모, 개별 가정에 비용과 희생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 이는 자본주의에서의 ‘저소득층 대상 장학금’이 근본적 대안이 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예컨대 지금 한국의 대학 등록금은 평균적으로 대략 연간 671만 원이다. 그렇다면 장학금을 받지 못하는 학생은 한 달에 등록금으로만 50만 원 이상을 지불해야 한다. 즉, 그 비용을 짊어지는 게 학생이든 학부모든 누가 되었건 간에, 그만큼 개인의 여가와 생활을 희생해야 한다.


교육받을 권리는 기본권이고, 기본권 행사에 개인의 희생이 따라서는 안 된다. 사회주의에서는 국가가 책임지고 초등교육부터 고등교육까지 무상으로 제공한다. 물론 각자의 호기심에 따라, 원한다면 보다 전문적인 학술의 길을 걸을 수도 있다. 단, 지금처럼 대학원생이나 시간강사들이 불안정한 생계 걱정에 막막해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사회주의에서는 ‘직업으로서의 학문’의 길 역시 국가가 책임지기 때문이다. 예컨대 교수나 연구자에게도 노동자 평균소득 수준의 보수가 보장될 것이다.


사회주의에서 교육은 ‘소수를 선별해 특권을 부여하는’ 게 아니라 ‘각자의 특성과 능력을 포기하지 않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모든 학교를 공립으로 전환하고, 그에 걸맞게 대대적인 공공 재정을 투입해 수준 높은 양질의 공적 교육이 가능한 기반을 확충한다. 가령 교사 1인당 학생 수를 5명 정도로 맞출 수 있도록 교사 인력과 역량을 확보함으로써 학생 각각의 관심과 재능에 맞게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한다. 이로써 ‘뒤처지면 배제하는’ 정글의 법칙은 사라진다. 공동체가 정한 필수적인 보편‧교양 분야에 대해서는 혹시 학생에게 부족한 점이 있다면 맞춤형 보충 교육이 가능하고, 그 범위를 넘어서는 분야에 대해서는 굳이 공부에 흥미가 없다면 학업이 아닌 다른 특성을 찾을 기회를 충분히 제공할 수 있다. 사회주의 교육이 하향 평준화가 아닌 상향 평준화인 이유다.


동시에 사회주의 학교는 민주적인 학교다. 교육은 사회적 필요와 개인의 자아실현 모두를 위한 것이다. 그렇다면 학교에서 무엇을 어떻게 배울지는 학생과 교사, 그리고 사회 구성원들이 함께 논의하고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나아가 지금처럼 기업의 이윤 논리에 따라 기초학문을 말살하고 학과를 통폐합하는 일도 없을 것이다. 오히려 학생의 호기심과 지적 욕구, 그리고 사회적 필요에 따라 다양한 학과가 개설되고 발전하는 게 사회주의 교육이다.


사회주의 교육의 성과는 사회로 환류된다. 특정 개인이나 기업의 이익을 위해 학문의 성과물이 독점되거나 왜곡되어선 안 된다. 3년 전, 서울대 수의대 교수가 ‘옥시레킷벤키저(옥시)의 가습기 살균제가 폐 손상과 무관하다’는 보고서를 작성해 처벌받은 바 있다. 알고 보니 그 교수는 옥시의 의뢰를 받고 연구보고서를 왜곡한 것이다. 옥시 사례가 아니더라도, 대학이 기업의 하청 연구기관으로 기능하는 사례는 많다. 문제는 개별 기업의 필요가 사회적 필요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사회주의에선 대학의 연구물이 기업의 특허가 되지 않고, 사회적 성과가 될 것이다. 그 배경에는 국가가 연구자의 안정적인 생계와 연구를 지원하는, 국가책임 교육이 있다.



‘교육다운 교육’, 바로 사회주의에서!


어느 사회에서나, 교육만 뚝 떼어내서 바꿀 수는 없다. 교육을 바꿔야 세상이 바뀌고, 반대로 세상이 바뀌어야 교육이 바뀌기도 한다. 가령 고등학교 서열화를 만든 배경에는 대학 서열체제가 있고, 대학 서열체제의 뒤에는 학벌에 따른 노동시장에서의 차별이 버티고 있다. 따라서 문턱 없는 교육을 보장하는 것과 일자리 차별을 철폐하는 것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사회주의에서는 ‘대학을 나와야 인간 대접을 받고, 특정 대학을 졸업해야 더 높은 지위와 소득을 누릴 수 있는’ 구조를 근본적으로 없앨 것이다. 예컨대 굳이 대학을 졸업하지 않더라도 원하는 일자리를 구할 수 있다. 사회주의 경제의 제1 원리는 ‘공동체의 필요에 따른 생산’인즉, 모든 업무는 공동체의 유지‧발전에 필요하므로 직무에 필요한 지식과 기술은 취업학원이 아니라 공동체(그리고 인력이 필요한 해당 일터)가 책임지고 보장한다. 덕분에, 별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면 대학 공부나 스펙 쌓기에 인생을 낭비할 필요도 없다.


그러니 사회주의 교육이 ‘하향 평준화’라며 호들갑을 떨 필요도, 지레 겁을 먹을 필요도 없다. 오히려 사회주의 사회에서 구성원들은 누구나 자기가 하고 싶은 공부를 마음껏 할 수 있다. 안정적인 일자리와 교육을 제공하는 만큼, 경제적 이유로 각자의 꿈을 포기할 일도 없다. 그렇기에, 사회주의 교육이야말로 진정 ‘교육다운 교육’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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