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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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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호 사회변혁노동자당 2019.11.18 17:40

기후 악당국가의 한가한 계획

문재인 정부 “기후변화 대응 기본계획”에 대한 평가


강동진┃사회운동위원장



올해 3월 영국의 일간 경제신문 <파이낸셜타임즈>는 대한민국이 세계에서 가장 공기오염이 심한 국가의 대열에 합류했다고 보도했다. 올해 1월 공기 오염도를 측정한 결과, 서울이 중국 베이징, 인도 뉴델리와 함께 가장 공기오염이 심각한 지역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 기사는 ‘한국이 공기오염으로 매년 약 90억 달러(10조 원)의 비용을 지불하고 있으며, OECD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수준의 공기오염이 지속할 경우 2060년까지 한국인 900만 명이 조기 사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정부자료에 의하면 국내의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2018년 평균 415.2ppm을 기록했는데, 이는 지구 평균인 407.4ppm보다 높다. 최근 10년 동안 국내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량은 연평균 2.4ppm인데, 이 역시 지구 평균(연간 2.24ppm)보다 높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연료 연소 기준 세계 7위다. 1990년 이후 온실가스 배출 증가율은 연평균 3.3%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온실가스 배출량은 에너지 분야가 87%를 차지하며, 2017년 배출원 기준으로는 산업(55%), 건물(22%), 수송(14%) 순으로 배출량이 많다.


이런 상황을 반영해 2015년 대한민국 정부는 ‘2030년까지 BAU(온실가스 배출 전망치) 대비 37%를 감축’하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세웠고 2016년에는 감축 로드맵을 마련했다. 문재인 정부 등장 이후 2018년 7월에는 ‘상대적 감축 목표’를 ‘절대적 목표량’으로 바꾸고, 에너지 전환 및 미세먼지 감축 대책 등 중요한 정책변화 내용을 반영해 감축 전략을 수정한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한 기본 로드맵 수정안”을 발표했다. 그리고 여기에서 밝힌 감축 목표와 이행 수단 등을 반영해 지난 10월 22일 “제2차 기후변화 대응 기본계획(이하 ‘기본계획’)”을 내놓았다. 2차 기본계획은 ‘지속가능한 저탄소 녹색사회 구현을 위해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5억 3,600만 톤으로 줄이고 전 부문에서 기후변화 적응력을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밝히고 있으며, △저탄소 사회로의 전환 △기후변화 적응체계 구축 △기후변화 대응 기반 강화 등을 핵심전략으로 제출했다.



위기의식 없는 문재인 정부


하지만 정부가 발표한 제2차 기본계획은 기후변화가 ‘비상 상황’이라는 위기의식이 빠진 한가한 계획에 머무르고 있다.


첫째, 2016년 발표한 제1차 기후변화 대응 기본계획에서 설정했던 온실가스 배출량 목표치와 전혀 다르지 않다.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5억 3,600만 톤으로 줄이겠다는 건 2016년 박근혜 정부도 동일하게 제시한 내용이다. 이 목표치는 2016년 체결된 파리기후협정에 따라 제출한 국가별 감축 목표치(BAU 대비 37%)에 근거한 것으로, 당시에도 목표치의 적절성과 효과에 대해 의문과 우려가 제기됐다. 목표치의 기준을 BAU로 설정함으로써 감축량 자체를 축소할 의도가 보였고, 목표치 자체도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권고에조차 훨씬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스스로도 이런 지적을 반영해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을 수정해서 발표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안일하게 똑같은 목표치를 제출한 것이다. 특히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많은 석탄화력발전의 비중을 줄이겠다고 밝혔으나, 현재 건설 중인 석탄화력발전소 중단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재생에너지 비중을 2030년까지 20%, 2040년까지 30~35%로 확대하겠다고 했으나 이는 2016년에 이미 OECD국가의 재생에너지 비중이 평균 25%에 달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주 소극적이고 미미한 목표에 불과하다.


둘째, 감축의 주요 과제로 제출한 ‘탄소배출권 거래제’는 이미 해당 제도가 활성화된 유럽에서도 그 효과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기업은 온실가스 감축 비용이 더 많이 들면, 탄소배출권을 구입해 지속적으로 탄소를 배출하기 때문이다.


셋째, 여러 나라가 기후위기를 인식하면서 IPCC 권고에 따라 2℃ 목표가 아닌 1.5℃ 목표 달성을 위해(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온도 상승을 1.5℃ 이내로 억제하는 것) 2050년 탄소배출 제로 계획을 논의하고 있는 지금, 문재인 정부는 여전히 2℃ 목표 달성을 내세운다. 게다가 2030년 이후의 계획은 5년 후인 2025년으로 미룸으로써 무책임한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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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악당, 불량국가


한국의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국제 사회의 평가는 매우 냉혹하다. 한국은 2016년에 “기후 행동 추적CAT”이라는 연구기관에 의해 사우디아라비아, 호주, 뉴질랜드와 함께 ‘기후변화 4대 악당국가’로 뽑혔다. ‘기후 악당국가’는 기후변화 대응에 가장 무책임하고 게으른 국가를 말한다. 한국이 ‘기후 악당국가’로 뽑힌 이유는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의 가파른 증가 속도와 석탄화력발전소 수출에 대한 재정 지원 때문이었다. 독일과 유럽의 기후대응기관이 밝힌 기후변화 대응 지수에서도 조사대상 58개국 가운데 54위를 기록해 ‘기후 불량국가’라는 이미지를 남긴 바 있다.


문재인 정부의 기후변화 대응 기본계획은 ‘기후 악당, 불량국가’에서 탈피하기엔 함량 미달이다. 정부는 지금이 기후 비상 상황임을 인식하고, 온실가스 배출 제로 달성을 위한 과감하고 획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실행해 나가야 한다. 그러나 정부 스스로 이런 행동에 나설 것 같지는 않다. 대중의 직접 행동만이 이를 가능케 할 것이다.



* 레드플래닛┃뜨거워진 지구, 이제 자본주의가 아닌 빨간 상상력이 필요하다. 생태위기 극복이 왜 자본주의를 넘어서야 하는지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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