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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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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에 새겨진 혁명의 순간


김성봉┃충북



4월 9일. 충북 노동자 교육 공간 “동동同動*은 필름에 새겨진 혁명의 순간을 만나는 <영화로 보는 혁명사> 6개월의 대장정을 시작했다.



영화 <10월 Oktyabr>

: 세계 최초의 사회주의 혁명을 필름에 새기다


혁명에 참여한 러시아 민중이 짜르(과거 러시아제국의 황제) 알렉산드르 3세의 동상을 무너뜨린다. 수백 년간 이어진 전제군주제를 파괴한 1917년 2월 혁명의 역사적인 순간. 러시아 혁명을 필름에 담은 영화 <10월>은 이렇게 시작한다. 그리고 2월 혁명 발발 이후 부르주아 임시정부의 수립과 혼란, 그리고 10월 사회주의 혁명에 이르기까지. 영화는 다큐멘터리에 가깝게 사실적으로 1917년 러시아 혁명을 보여준다.


이 영화는 1927년에 혁명 10주년을 기념해 제작한 것이다. 당시 모습과 상황을 거의 완벽하게 재현하기 위해 혁명의 현장에서 촬영하고, 수많은 엑스트라를 동원해 혁명의 순간을 생동감 있게 표현했다.


감독인 세르게이 예이젠시테인은 영화사에서 가장 중요한 작품 중 하나인 <전함 포템킨>으로도 유명하다. 한 컷 한 컷을 하나의 이미지로서 상징성을 최대한 부각하고, 그 이미지를 연결해 스토리를 완성하는 그의 특징이 고스란히 담겼다.


<10월>은 무성영화라서 따로 대사는 없다. 그렇기에 러시아 혁명의 역사를 공부하고 이 영화를 본다면 더 생생하게 혁명의 순간을 경험할 수 있다. 물론 러시아 혁명을 모른다고 해서 영화를 외면할 필요는 전혀 없다. 혁명의 순간이 전하는 역동성과 감동은 그대로 느낄 수 있으니 말이다.



20세기 대안 세계를 꿈꾼 생생한 혁명을 영화로


“동동”이 준비한 <영화로 보는 혁명사>는 4월부터 6개월간 매월 첫 화요일에 모두 6편의 영화를 통해 6개의 혁명을 다룬다.


4월에 상영한 <10월>에 이어, 5월엔 ‘대장정’이 상징하는 중국 혁명을 조명한 영화 <대회사大會師>를 함께 볼 예정이다. <대회사>는 국민당의 탄압에 쫓겨 대장정에 나선 공산당의 홍군(紅軍: 붉은 군대)에 초점을 맞춘다. 집결과 분리를 반복하고, 고난과 투쟁으로 숱한 희생을 치른 끝에 인민의 절대적 지지를 얻게 되는 대장정의 행로. 이 영화는 대장정 80주년을 기념해 중국공산당이 전폭적으로 지원해 만든 만큼, 일부 역사적 사실에 대한 언급이 미흡하거나 홍군과 마오쩌둥에 대한 미화가 더러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당시 중국 인민의 절대적 지지를 만들어가는 대장정의 치열한 전개 과정을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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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월엔 라틴아메리카로 눈을 돌린다. 먼저 쿠바 혁명을 다룬 영화 <나는 쿠바다Soy Cuba>를 상영한다. 이 영화는 라틴아메리카를 지배하던 미국 제국주의와 그 협력자 바티스타 독재정권에 맞선 쿠바 민중의 투쟁을 그린다. 혁명을 전후한 시기, 쿠바의 열광적인 분위기를 한껏 보여줄 것이다. 이어지는 7월의 영화는 <산티아고에 비가 내린다 Il pleut sur Santiago>. 쿠데타에 압살당한 칠레의 비극을 담은 작품이다. 선거로 집권한 좌파 아옌데 정권이 미국 제국주의의 지원을 받은 우익세력과 군부의 쿠데타에 저항하다가, 끝내 참혹하게 무너지고 아옌데 자신도 목숨을 잃는 슬픈 역사를 전한다.


8월엔 베트남이다. 다큐멘터리 영화 <돼지의 해 In the Year of the Pig>는 제국주의 세력에 맞선 베트남 민중의 투쟁과 승리를 기록했다. 이 영화는 프랑스와 미국의 추악한 제국주의 침략과 베트남 전쟁의 실상을 조명한다.


이번 프로그램의 마지막 주제는 1968년 혁명이다. 다큐멘터리 <투쟁하고 승리하리라 Oser lutter, oser vaincre>를 통해, 프랑스 파리 대학생들의 투쟁을 시작으로 노동자계급의 파업과 공장점거 등으로 이어져 전 유럽을 요동치게 한 거대한 물결을 살펴볼 것이다. 이 영화는 권위와 복종, 전쟁에 저항하고 새로운 대안 사회를 염원했던 유럽 민중의 투쟁을 그린다.



20세기 혁명을 보고 

21세기 대안 사회를 꿈꾼다


20세기 전반에 걸쳐, 자본주의를 철폐하고 대안 사회를 시도했던 많은 혁명이 벌어졌다. 혁명은 승리하기도, 패배하기도 했지만 모든 혁명은 역동적이고 극적이었다. 오늘날 사회주의는 종종 ‘낡은 것’으로 치부되기도 하지만, 대안 사회를 향한 희망과 투쟁은 멈추지 않고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영화로 보는 혁명사>는 지금까지의 혁명을 쉽게 단정 짓지 않으면서도 혁명의 역동성과 생생함을 느낄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 나아가 대안 사회를 향한 희망과 투쟁에 새로운 상상력을 더하는 시작이길 희망한다.



* 충북 노동자 교육 공간 “동동”은 충북 지역에서 함께 공부하고 함께 행동하는 교육단체다. 노동, 교육, 생태, 여성주의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모여 학습과 토론을 통해 자본주의에 저항하고, 대안사회를 상상하며 실천을 모색하는 교육을 지향한다. 2019년 하반기에는 ‘도약하는 노동운동충북지역 역사기행’ 등의 교육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