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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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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 투쟁,

중소 조선소를 포괄하는 

‘조선 공기업’ 쟁취로!


장혜경┃정책선전위원장



상상해보자


지금과는 딴판인 조선산업의 모습을. 조선소 가동의 목표는 자본의 이윤 창출이 아니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조선업이 위기라며, 노동자들을 대량 해고하고 임금을 삭감하면서도, 현대중공업 주주총회에서 그러했듯이, 배당률은 확 올려 경영주들이 배당금 잔치를 벌이는 일은 없다. 보다 많은 이윤을 위해, 노동자를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나누고 비정규직이 정규직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다단계 하청구조도 없다.


기업이 경영위기에 처하면 정부(산업은행)는 그 기업에 구제금융을 지원한다. 그러나 공적 자금을 투입한 기업의 처리 방향은 지금과 다르다.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노동자의 희생을 강요해 기업을 회생시킨 후, 이른바 ‘주인 찾아주기’라는 명분으로 기업을 민간자본에 팔아넘기고 채권 회수에만 골몰하는 금융적‧신자유주의적 정책은 설 자리가 없다.


이와 달리 노동자를 살리고 산업을 살리는 관점에서 기간산업인 조선산업은 공적 소유‧운영구조를 갖는다. 기업 운영의 목적을 이윤 창출에 두지 않고 노동자의 생존권을 포함한 공공의 이익에 둔다. 즉 국가 책임하에 조선업을 유지‧발전시키고, 조선업 노동자의 고용과 생활을 책임지는 것이 기업 운영의 제1원칙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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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



조선업 경쟁력이 확보되고 고용이 안정될까?


이런 상상력이 왜 필요한가?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대우조선 매각방침은 기간산업에 대한 산업적 관점도, 노동자의 고용과 생존권 보장이라는 노동의 관점도 모두 결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의 대우조선 매각방침은 현대중공업 정몽준-정기선 일가를 위한 ‘재벌 특혜매각’이다.* 대우조선에서 일하는 모든 노동자와 대우조선 납품 기자재 업체 노동자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반노동적 매각’이다. 그리고 대우조선을 축으로 한 경남 조선산업 생태계를 무너뜨리는 ‘반산업적 정책’이다.


이미 한국 조선업 생태계는 꽤 무너진 상황이다. 조선산업은 그 특성상 대형조선소-중소조선소-기자재업체가 연결된 생태계를 구축해야 하는 산업이다. 마치 자동차산업이 완성차업체만으로는 존립할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09~14년 몰아친 1차 구조조정에서 이미 30개 중소조선소 중 20개 이상을 청산했다. 그 결과 한국 조선업은 중소조선소는 몇 개 안 남은 채, 빅3 대형조선소가 존재하는 기괴한 구조로 바뀌었다. 2015년 시작한 2차 구조조정에서는 빅3(현대중공업, 대우조선, 삼성중공업)에서 설비감축과 대량 감원사태가 벌어졌다. 2015~17년 동안 사라진 조선업 노동자 수는 총 9만 명으로, 2015년 20.3만 명에서 2017년 10.9만 명으로 줄었다.


따라서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을 인수하면 조선산업 경쟁력이 확보되고 고용안정을 누릴 수 있다’는 정부의 주장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2009년 이후 무너진 조선산업 생태계를 더욱 망가뜨릴 것이고 노동자들은 해고 위기에 직면할 것이다. 정부에게는 경남지역 조선산업 붕괴와 노동자 생존보다 현대중공업 정씨 일족의 이해가 더 중요한 것이다. ‘주인 찾아주기’라는 이름 아래, 노동자와 희생과 국민 혈세인 공적 자금으로 살린 기업을 재벌이나 해외자본에 특혜 매각해온 역대 정권의 잘못된 정책을 문재인 정부는 여전히 되풀이하고 있다. 따라서 대우조선지회가 매각 반대 투쟁을 전개하고, 4월 “재벌 특혜 대우조선 매각저지 전국대책위”가 출범한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현대중공업 특혜매각 저지 투쟁에만 집중하면 될까?


3월 8일 산업은행-현대중공업 간 매각 본계약 체결 이후 최종 매각까지는 몇 가지 절차를 거쳐야 한다. 대우조선 실사-현대중공업 주주총회-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심사-해외 경쟁국 기업결합심사 등, 대략 9~10월경까지 상황이 전개될 것이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추진하는 매각인만큼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심사는 통과가 기정사실이다. 혹자는 ‘세계 1위인 현대중공업이 세계 2위인 대우조선을 인수하는 만큼, 경쟁국 심사를 통과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낙관적 전망을 한다. 그러나 해외 경쟁국 심사가 불승인되면 정부는 정책 실패에 대한 거센 비판에 직면할 것이어서, 해외 경쟁국이 제시하는 조건(예를 들어 생산능력을 조절하는 등)을 수용하는 방법까지 동원해 해외 경쟁국 심사 통과에 사력을 다할 것이다.


설혹 현대중공업 매각이 무산돼도 대우조선에는 구조조정의 거센 칼바람이 몰아칠 가능성이 크다. 산업적‧노동적 관점도 없고, 채권 회수에만 골몰하는 정부가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강제할 것이며, 이후 민간자본에 매각을 재추진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선 매각 저지-후 대안 제시’가 아니라, ‘매각 저지와 대안 요구 쟁취’는 동전의 양면처럼 같이 제기해야 한다. 즉 대우조선 매각이 왜 문제인지와 더불어 노동자도 살리고 조선산업에 대한 공공적 생태계도 구축하는 대안은 무엇인지 제시함으로써, 매각 저지 투쟁의 ‘명분’과 ‘전망’을 움켜쥐어야 하며, 이를 통해 연대투쟁 대오의 확대와 지역‧사회의 지지 여론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



대우조선-중소조선소를 포괄하는 조선 공기업화


‘대우조선 매각 저지투쟁’은 대안으로서 ‘대우조선-성동조선-STX조선 등 중소조선소를 포괄하는 조선 공기업화 쟁취 투쟁’과 결합해야 한다. 왜인가?


첫째, 대우조선이 현 체제를 유지하거나 현대중공업이 아닌 다른 자본에 매각해도 여전히 문제는 남기 때문이다. 대우조선이 현 체제를 유지한다면 위기는 재발할 가능성이 크다. 대우조선 위기를 불러온 이유는 투기적인 해양플랜트 비중 확대와 출혈 경쟁, 그리고 경영진의 부정부패 때문이었다. 이에 감사원도 2016년 ‘대우조선이 사기업이기 때문에 감사가 어려웠다’고 변명할 정도였다. 산업은행이 최대 주주라서 소유는 공적 형태지만 운영은 사기업인 현 체제에서는, 국가의 제대로 된 감시나 경영에 대한 노동자의 통제가 어렵다. 현대중공업이 아닌 제3자 매각도 마찬가지다. 막대한 국민 혈세를 투입하고 노동자의 희생으로 회생한 기업을 다시 사적 자본에 넘겨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안은 공기업화다. 조선산업은 해운-에너지-철강-기계-전기 등 전후방 산업이 광활한 국가 기간산업이다. 일국 경제의 근간이 되는 기간산업은 공적 형태로 소유하고 운영할 때, 자본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지 않고 노동자의 고용안정(창출)을 기반으로 제대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더욱이 대우조선은 이제까지 13조 원에 이르는 막대한 공적 자금을 투입한 기업이자 노동자의 희생으로 살려낸 기업 아닌가? 따라서 이를 공적 소유와 통제로 운영하는 공기업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조치다.


둘째, 공기업화 요구는 대우조선과 중소조선소를 포괄하는 공기업화여야 한다. 조선산업은 대형조선소-중소조선소-기자재 업체가 연결된 생태계를 구축해야 하는 산업인데, 특히 경남지역 조선산업은 매우 중요한 위치를 가진다. 2016년 기준으로 볼 때, 경남은 한국 조선업 전체 부가가치의 50%, 고용의 40%를 차지하며, 경남 차원에서 조선업은 제조업 일자리의 20%를 차지했다. 즉 대우조선과 중소조선소를 같이 살리는 것은 노동자도 살리고 산업도 살리는 것이다. 또 이들 조선소가 주력하는 선종이 달라 선종 다변화란 장점도 있으며, 대우조선해양을 통한 기술력 공유와 개발 효과도 함께 누릴 수 있다.


방법도 어렵지 않다. 대우조선과 성동조선, STX는 이미 국가가 소유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과 STX조선의 최대 주주며, 수출입은행은 성동조선의 최대 주주다. 이미 국책은행이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의 의지만 있다면 이들을 묶어 ‘공공기관’으로 지정하면 된다. 더욱이 애초 국유기업이었다가 사기업에 매각된 후 총수 일가 경영실패로 위기를 겪은 한진중공업마저 최근 주총에서 회장을 해임하면서 산업은행이 최대 주주가 됐다. 한진중공업까지 묶는 조선 공기업화의 필요성과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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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길을 낼 때


이제 ‘기업 위기 → 공적 자금 투입과 구조조정 → 매각 또는 청산’의 길을 끝내야 한다. ‘공적 자금 투입 → 공기업화(공영조선소) → 산업에 대한 공공적 생태계 구축과 고용안정(창출)’이라는 새로운 길을 열자. 대우조선과 중소조선소 노동자들이 함께 이 길을 열어야 한다. 정부가 의지만 있으면 가능한 공기업화의 길을 조선산업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쟁취할 필요가 있다. 글의 첫머리에서 언급한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 나갈 때다. 그래야 대우조선 원하청 노동자가 살고, 대우조선과 중소조선소 노동자들이 같이 살 길이 열린다.



* <변혁정치> 81호(2019.3.1.) 기사 “대우조선 매각, 기간산업을 재벌 특혜로 넘기나”, “신상기 금속노조 대우조선해양지회장 인터뷰” 참고.